사진제공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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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 장은지 기자] ‘메이드 인 코리아’

요즘 들어 한국산(K) 인장이 붙는 것들에는 적잖은 자부심이 수반되지만, 불과 수십 년전 만 해도 코리아 앞에 ‘어글리’가 따라붙던 때가 있었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 어떠한 이념은 윤색되거나 퇴색되기 마련이다. 격동의 1970년대를 담은 ‘메이드 인 코리아’가 뜻하는 것은 오늘의 자부심과는 완전히 결이 다르다. 한국에서 제조되는 ‘약물’ 그리고 뜨거운 ‘욕망의 전차’에 올라탄 비릿한 시대의 ‘얼굴들’이다. 

‘내부자들’·‘남산의 부장들’ 등 케이누아르 장인 우민호가 차린 권력의 체스판 위,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건 온전히 ‘한국산’ 연기자들의 몫이기도 하다. 국가라는 거대 시스템이 누군가에게는 부와 권력을 찬탈할 ‘수익 모델’이었던 시대, 중앙정보부 핵심 인물을 맡은 현빈은 그의 비틀린 야망을 시대의 미장센 위에 펼쳐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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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의 화신에서 누아르의 얼굴로
현빈이 맡은 중앙정보부 과장 백기태는 요약하자면 ‘변수’다. 로맨스의 화신에서 누아르의 얼굴로 변모한 현빈이 그렇고, 선과 정의의 반대편에 있으면서도 ‘지독하게 끌리는’ 백기태의 역설 또한 그렇다.

비정한 권력 다툼 속 욕망의 기관차 맨 앞자리에 타고 있으면서도 홀로 탱고를 추듯 우아한 백기태란 가변성은 시대의 ‘야만’을 기어코 ‘낭만’으로 치환해냈다. 야수같은 몸집과 절제된 눈빛, 우민호 작품 가운데 가장 탐미적인 누아르로 평가 받는 ‘메이드 인 코리아’가 남긴 건 단연 백기태, ‘난생처음 보는 현빈’이다.


“기태를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첫 악역을 훌륭하게 수행해 낸 소회를 묻자 현빈은 “기태가 악역인가요?”라고 반문했다. 자신의 야욕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분명 잘못을 저질렀지만 어딘가 이해되고, 공감되면서도 어딘가 불편하고 그런 입체적인 지점이 기태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무려 14kg을 증량하며 백기태만의 묵직한 카리스마를 완성했다. 우 감독과 함께한 전작 ‘하얼빈’에서는 요청에 따라 1년 동안 운동을 안 하며 근육을 뺏었는데, 갑자기 체중을 불리려니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첫 장면을 촬영하고 화면에 ‘꽉 찬’ 자신을 봤을 때 꽤나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당대 중앙정보부의 위압감이 백기태란 인물 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1화를 촬영할 때 감독이 제임스 본드 같은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셨거든요. 의도대로 잘 나온 것 같아 흐뭇했어요.”

그는 이번 작품에서 나온 모든 캐릭터가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작품의 쟁점을 요약하기도 했다. 천석중도, 표 과장도, 배금지도 실은 기태 같았다고 말했다.

“욕망이 ‘그득한’ 이들이 선택의 차이로 인해 불협화음을 내기도 하죠. 각자의 선과 정의를 합리화하는 것에서 오는 재미도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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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빠 되고 싶죠”
그는 지난해 말 영화상에서 아내 손예진과 함께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을 나란히 수상하는 명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가정을 꾸린 후 연기 관록이 깊어졌다는 반응에 대해 훌륭한 배우를 아내로 둔 긍정 작용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아들에게 “아빠가 이런 좋은 배우야”라는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스스로를 크게 자극시킨다고 했다.

현빈은 손예진 역시 ‘메이드 인 코리아’의 전편을 다 봤다며 ‘배우로서 못 봤던 얼굴을 보여준 것에 대해 고무적’이란 피드백을 했다고도 덧붙였다. 

인터뷰에서는 백기태의 대척점에서 치열하게 맞붙는 장건영 검사 역의 정우성에 관한 질의응답도 나왔다. 현빈은 정우성과의 호흡에 대해 “저보다 보는 관점이 더 넓으신 것 같다”고 했다.

“아무래도 감독으로 활동도 했다 보니 촬영 중 제가 놓친 부분을 (정우성) 선배가 찾아주시기도 했죠. 시즌 2에서는 선배가 준비한 장건영이 더 잘 보일 것이라고 생각해요.”


장은지 기자 eun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