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왕과 사는 남자’ 각본집, 사진제공|플레인아카이브

영화 ‘왕과 사는 남자’ 각본집, 사진제공|플레인아카이브


[스포츠동아 이승미 기자] 영월의 시린 바람을 타고 온 열일곱 소년 왕의 슬픈 이야기가 극장를 넘어 서점가까지 뜨거게 달구고 있다. 역대 흥행 3위에 등극한 ‘왕과 사는 남자’의 신드롬급 인기에, 영화의 주인공인 조선 6대 왕 단종과 관련된 관련 도서 판매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치솟고 있다.

문화콘텐츠 플랫폼 예스24의 분석에 따르면, 영화 개봉 후 한 달간 단종 관련 도서 판매량은 전년 대비 무려 2565.4%라는 비현실적인 상승 곡선을 그렸다. 영화가 조명한 조선 6대 왕 단종을 비극적 생애를 향한 대중적 부채감은 곧장 텍스트에 대한 갈증으로 이어지면서 자연스레 ‘스크린셀러’(스크린과 베스트셀러의 합성어) 현상을 만든 인상이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고전의 부활’이다. 춘원 이광수가 단종의 비극을 문학으로 승화시켰던 ‘단종애사’는 영화 개봉 이후 전년 대비 80배(8000%)에 달하는 판매 폭증을 기록하며 베스트셀러 순위를 역주행하고 있다. 수십 년 전의 고전이 현대의 스크린과 만나 새로운 생명력을 얻은 셈이다.

사진제공|새움출판사·한솜미디어·파랑새어린이

사진제공|새움출판사·한솜미디어·파랑새어린이

단종의 생애뿐만 아니라 단종을 둘러싼 역사 및 정치적 맥락을 파악해보려는 움직임도 도서 판매로 드러나고 있다. 단종의 비극적인 운명과 그의 할아버지인 세종 시대 이후 왕실의 정치적 상황을 함께 조명한 유동완 작가의 ‘단종의 비애 세종의 눈물’과 세종 문종 단종 3대의 이야기가 담긴 ‘조선왕조실록3’의 판매량 역시 각각 2700%와 800% 급증했다. ‘비운의 남매, 단종과 경혜공주’라는 부제가 붙은 역사서 시리즈 ‘벌거벗은 한국사 12’도 영화 개봉 3주차 기준으로 전주 대비 275%나 판매가 급증했다. 

이러한 ‘단종앓이 현상’은 세대를 가리지 않고 어린이 독자들에게도 적용되고 있다. 역사 독서에서도 ‘단종’ 관련 키워드 검색량이 급격히 늘었고, 특히 어린이 역사서인 ‘어린 임금의 눈물’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4614.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관련 역사 도서가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왕과 사는 남자’가 4월 9일 각본집 출간을 예고해 다시 한번 서점을 들썩이게 할 전망이다. 지난 23일 예약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 등 주요 온라인서점에서 모두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3위권에 진입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이번 각본집에는 책을 위해 새로 집필한 황성구 작가와 장항준 감독의 서문, 엔딩 장면을 컷 단위로 구성한 스토리보드, 감독을 포함한 유해진, 박지훈 등 12인의 친필 사인과 메시지까지 수록돼 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