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감성 키보디스트, 봄날의 햇살 같은 따스함, 사랑스러운 ‘꺅둥이’. 밴드 DAY6 원필을 떠올렸을 때, 그를 설명하는 말들은 언제나 따뜻한 온도를 지닌다. 지난 2022년 2월 발매된 원필의 첫 솔로 정규 앨범 ‘Pilmography(필모그래피)’ 역시 원필만의 감성이 녹아 있다. 해당 앨범에서 원필은 따스한 목소리로 다정한 위로를 건네며 쌓아온 감정의 결을 고스란히 들려줬다.

군대 공백기와 데이식스 데뷔 10주년을 지나 4년 만에 찾아온 원필의 새 미니 앨범 ‘Unpiltered(언필터드)’. 타이틀부터 심상치 않은 이번 앨범은 관련 콘텐츠가 공개될 때마다 충격을 안긴다. 숨김없이 내면을 드러낸 원필은 어둡고 처연한,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며 완전히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많이 준비했으니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 반응도 많이 찾아보고 있다. 앨범을 풀로 들으셨을 때 어떨지 기대도 되고 떨린다. 1월 중순에 다 만들어진 날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밤 돌려듣고 있다. 좋아서가 아니라 ‘이게 맞을까’ 싶어서. 새로운 곡이 많은데 어떻게 말씀해주실지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하고 있다.”

원필은 새 앨범에서 다듬고 정제된 모습을 보여주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자연스럽게 담아내는 데 집중했다. 희망과 위로를 노래하던 기존의 이미지를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결의 자신을 드러냈다.

“늘 새로운 음악을 하고 싶은 마음이다. ‘필모그래피’가 나올 때도, 데이식스의 앨범을 준비할 때도 ‘또 다르게 썼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하는 마음이 늘 있었다.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겠다’에 포인트를 둔 건 아니다. 다양한 음악을 좋아한다. 이번 앨범은 내가 하고 싶은 음악 중에 하나였고 상상했던 것들이 완성돼 행복하다. 하지만 만족하진 않는다. 계속 새롭고 좋은 음악을 하고 싶고 지금도 또 다른 곡을 작업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번 신보 프로젝트는 지난해 9월부터 본격적으로 출발했다. 데이식스 10주년과 맞물린 바쁜 흐름 속에서도, 앨범의 결을 해치지 않기 위해 전곡을 새롭게 써 내려가며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타이틀곡 ‘사랑병동’을 필두로 ‘Toxic Love(톡식 러브)’, ‘어른이 되어 버렸다’, ‘Up All Night(업 올 나잇)’, ‘Step by Step(스텝 바이 스텝)’, ‘백만송이는 아니지만’, ‘피아노’까지 총 7곡이 수록된 가운데 원필은 전곡 작사, 작곡에 참여했다. 원필은 “잘 나온 것 같다”고 만족감을 표하며 “시간을 잘 분배해서 다행히 납기일까지 잘 낼 수 있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데이식스로도 원필로도 ‘이런 음악을 가지고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는 말을 듣고 싶다. 대중이 볼 때 나는 항상 웃고 있고, 아픔이 없어 보일 것 같았다. 또 다른 나를 보여드리고 싶었다. ‘언필터드’라는 앨범에서 보여주고 있는 나도 나니까. 타이틀곡이 정해진 후 콘셉트 포토와 필름, 뮤직비디오 등에서 안 보여줬던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콘셉트 포토에서는 최대 노출도 해봤다(웃음). 콘셉트 필름을 찍으면서는 꽤 많이 울었는데 이렇게 울면서 촬영한 적은 처음이어서 나도 새로웠다.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면서는 특수분장도 새롭고 재밌었다. 이전의 연기 경험이 도움이 되긴 되더라. 하하.”

원필이 작사, 작곡에 참여한 타이틀곡 ‘사랑병동’은 바래지 않는 사랑의 고통에서 외치는 절박한 마음을 담은 곡이다. 절망 속의 절규. 지금의 원필이 꺼내든 가장 날것의 감정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이우민 형과 작업했다. 함께하면서 머릿속에서만 상상했던 트랙이 완성됐다. 가사를 쓸 때 계속 반복해서 듣다 보니 신스 사운드가 응급 사이렌 같기도 하더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참고 살아가지 않나. 솔직한 표현을 대놓고 하지 못하고, 힘든 것도 숨겨야 하고. 속 시원하게 터놓고 말할 수 있는 공간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사랑 병동’이 나왔다. 제목을 먼저 만들고 가사를 써내려갔다. 사실 사랑에 빗대서 말했지만 사랑 노래는 아니다.”

가사도 파격적이다. 특히 ‘I need you right now or stay, watch me die’는 감정의 극단을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원필은 가사 수위에 대해 “나도 많이 생각했다. 걱정하실 것 같았지만 계속 깎아내면 노래가 평범해질 것 같아서 최대한 살리고 싶었다. 노래는 노래고 내가 아니니까”라고 강조했다.

한층 과감해지고, 솔직해진 원필은 새롭게 깨달은 ‘나’에 대해서도 들려줬다. 그는 스스로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가끔 밤마다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뭘 했으면 더 좋아졌을까’ 혼자 생각할 때가 많다. 이번 기회에 촬영하면서 되게 많이 해소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혼자서 울 때도 울음을 참으면서 운다. 습관이 된 것 같다. 하지만 촬영하면서 소리 내 울어보기도 하고, 시원하게 소리도 질러보면서 털어냈다”면서도 “현실에서는 아직 못 하겠다. 판이 깔려서 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연기라고 생각했을 때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며 은근히 ‘연기 경험자’다운 면모도 드러냈다.

등 일부를 노출(?)한 콘셉트 포토와 관련해서는 “너무 부끄럽기도 했지만 의상도 잘 준비해 주셨으니까 ‘팬 분들이 좋아하신다면 해야겠다’ 싶었다. 다만 스트레칭을 할 때마다 스태프 분들이 웃더라”며 “멤버들도 너무 잘 찍었다고 해줬다”고 말했다.

신보에 대한 데이식스 멤버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원필은 멤버들의 성대모사를 200% 완벽하게 선보이며 반응을 언급했다. 그는 “성진이 형은 ‘진짜 좋다’고 하더라. 그 정도면 정말 많이 표현해준 것”이라며 “타이틀곡을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영케이 형은 ‘이거 타이틀곡인데’라고 하더라. 도운이도 ‘이건데’라고 했다. 다 같은 생각이었다”고 전했다.

원필은 30일 ‘Unpiltered’ 발매 시기에 맞춰 정성 가득한 컴백 프로모션도 준비했다.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성수동 카페에서 리스닝 팝업 ‘WONPIL : UNPILTERED LAYERS’를 성료했다. 27일에는 ‘멜론 STAGE 99’ 프리 리스닝 파티를 열고 마이데이(팬덤)를 만났다. 4월 5일에는 마이데이를 초청해 싱어롱 이벤트를 진행하며 5월 1일부터 3일까지 사흘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솔로 단독 콘서트 ‘WONPIL SOLO CONCERT ‘Unpiltered’’도 개최한다. 특히 콘서트는 약 4년 2개월 만에 여는 솔로 공연으로 뜨거운 반응이 예상된다.

“리스닝 팝업은 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였다. 멜론 행사와 겹치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래도 음악적으로 팬 분들이 좋아할 것 같았다. 비누 향도 내가 골랐다. 잘 준비해신 마케팅 팀에도 감사하다. 음악 방송 대신 팬 분들을 모시고 싱어롱으로 라이브를 보여드리려고 한다. 최대한 모셔서 보여드리고, 라이브 클립도 찍으려고 하고 있다. 콘서트는 이제 막 준비하고 있다. ‘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내가 멤버 중에 솔로 콘서트를 처음 했더라. 마이데이 분들이 좋아하실 만한 무대들을 준비하고 있다.”

원필은 솔로 앨범을 준비하고 선보이는 과정 속에서 데이식스 멤버로도 바쁜 나날을 보냈다. 데이식스는 지난해 8월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데뷔 10주년 기념 투어의 포문을 열고 국내 밴드 사상 첫 단독 입성이자 전석 매진을 기록한 바. 방콕, 호찌민, 홍콩, 마닐라, 쿠알라룸푸르, 대구, 타이베이에 이어 최근에는 광주와 대전에서 공연을 성료했다. 4월 18일 싱가포르, 25일~26일 도쿄, 5월 9일 마카오, 5월 16일~17일 부산, 6월 20일~21일 고베 등지에서 마이데이와 만난다.

“바쁜 일정 속에 지치는 순간은 없었나”는 질문에 원필은 “전혀.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니까”라며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는 “사람 몸이니까 지칠 수는 있지만 억지로 하는 게 아니니까. 내가 꿈꾸던 일이기에 힘든 건 없고 잘 해내고 싶은 마음밖에 없다. 나와 같은 일을 하고 싶어서 발버둥 치면서 열심히 하는 친구들도 있을 텐데 나는 그걸 하고 있지 않나. 너무 기쁘고 행복하고 너무 재밌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원필은 10주년을 넘어 데이식스의 15주년, 20주년이 기대된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는 “멤버들과 오래오래 하자고, ‘휠체어 타고 수액 맞으면서 공연하자’고 우스갯소리도 하곤 한다. 우리의 20주년이 너무 기대된다. 어떤 음악을 하고 있을까. 그때도 트렌디하면서도 그 나이에 어울리는 멋진 음악을 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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