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개봉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의 핵심 관전 포인트는 단연 패션이다.
특히 이번 속편은 앤 해서웨이가 연기하는 앤디와 메릴 스트립이 연기하는 미란다의 의상을 극명하게 대비시키며, 20년이 흐른 두 인물의 위치와 태도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이를 설계한 인물은 수석 의상 디자이너 몰리 로저스다. 그는 전편에서 패트리샤 필드와 함께 작업하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특유의 세련된 패션 세계를 완성했던 인물이다. 속편에서는 전편의 유산을 이어가되, 단순히 과거의 스타일을 반복하지 않고 현재의 감각으로 갱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앤디의 의상은 변화와 성장에 방점이 찍힌다. 앤 해서웨이는 이번 작품에서 47벌 이상의 의상을 소화한다. 몰리 로저스는 20년간 기자로 세계 곳곳을 누빈 앤디의 서사를 의상에 반영했다. ‘페미닌 맨즈웨어’를 키워드로 베스트, 테일러드 재킷, 하이웨이스트 팬츠, 블라우스, 빈티지 아이템을 조합해 부드럽지만 단단한 커리어 우먼의 이미지를 완성했다.

특히 앤디의 스타일은 한 번에 완성된 패션이 아니라, 시간과 경험이 쌓인 결과처럼 보이도록 설계됐다. 취재차 방문한 지역의 빈티지 숍이나 위탁 판매점에서 직접 골랐을 법한 아이템들이 더해지며, 전편에서 ‘패션을 배워가던 인물’이었던 앤디가 이제는 ‘자신의 취향’을 가진 인물로 성장한 면을 보여준다.



반면 미란다의 의상은 변화보다 패션계 거물의 ‘상징성’에 가깝다. 몰리 로저스는 미란다를 위해 하나의 강력한 실루엣을 구축했다. 자신에게 완벽하게 어울리는 유니폼 같은 스타일을 고수했던 고 칼 라거펠트에게서 영감을 받아, 미란다의 권위와 취향을 흔들림 없는 형태로 표현했다.

전편에서 미란다를 상징했던 크롭 재킷과 펜슬스커트 역시 속편 스타일링의 중요한 아이템이다. 미란다에게 의상은 유행을 좇는 수단이 아니라, 자신이 곧 기준임을 보여주는 장치다. 미란다의 옷은 캐릭터의 권력 그 자체처럼 기능한다.

메릴 스트립 역시 이 과정에 적극 참여했다고 전해졌다. 그는 미란다 캐릭터를 위한 패션 아이템을 직접 공수하며 스타일링에 애정을 보였다. 배우의 해석과 의상감독의 설계가 맞물리며, 미란다는 전편의 카리스마를 유지하면서도 속편 안에서 한층 더 공고한 상징으로 돌아왔다.


김겨울 기자 wint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