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유니버설픽처스
[스포츠동아 이승미 기자] 극장가에 신예 연출자와 거장 감독 사이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만 20세의 신예 케인 파슨스 감독이 만든 공포 영화 ‘백룸’이 반전 흥행에 성공한 반면, 할리우드의 전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SF 대작 ‘디스클로저 데이’는 기대 이하의 성적에 머물고 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백룸’은 지난 5월 27일 개봉 이후 17일까지 박스오피스 4위권을 유지하며 누적 관객 101만 명을 돌파했다. 호러, 스릴러 장르의 외화가 국내에서 100만 관객을 넘긴 것은 조던 필 감독의 ‘어스’ 이후 7년 만이다.
‘백룸’의 흥행을 견인한 주역은 10~20대 관객층이다. CGV 예매 관객 분석에 따르면 20대가 39%, 10대가 19%를 기록하며 전체 관객의 58%를 차지했다. 트렌드와 인터넷 밈에 민감한 이른바 ‘영크크’(젊고 트렌디한 사람들) 세대가 극장으로 대거 유입된 결과다.
이들은 인터넷 괴담을 기반으로 한 설정과 영화 속 ‘리미널 스페이스’의 공포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SNS를 통해 일상 공간을 ‘현실판 백룸’으로 공유하는 놀이 문화로 확장시키며 입소문을 이끌고 있다.
반면 10일 선보인 ‘디스클로저 데이’는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했지만 개봉 1주일 만에 순위가 6위까지 하락하며 고전하고 있다. 17일까지 누적 관객 수는 22만 명에 그쳤다.
관객층 구성도 대조적이다. 관객 비율은 30대가 26%, 40대가 25%로 일명 ‘영포티’ 세대가 관람을 주도했다. 거장 감독에 대한 신뢰와 정통 SF에 대한 향수를 지닌 관객들은 극장을 찾았지만, 10~20대의 관심을 끌어내는 데는 실패한 인상이다.
이 같은 현상은 북미 박스오피스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백룸’은 북미에서도 관객의 약 85%가 35세 미만, 절반 이상이 25세 이하로 집계되며 Z세대의 압도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반면 ‘디스클로저 데이’는 개봉 첫 주 4400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하는 데 그치며 당초 전망치를 밑돌았다. 북미 주요 매체들은 관객의 60% 이상이 35세 이상으로 나타난 점을 지적하며, 관객층 고령화가 흥행 부진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이런 흥행 결과는 감독의 명성이나 제작비보다 젊은 세대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확장할 수 있는 콘텐츠의 힘이 중요해졌음을 보여준다. 밈 문화를 타고 성장한 신예 감독의 세계관이 거장의 대작을 앞선 이번 사례는 극장가 소비 패러다임의 세대교체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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