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꼬마친구들예쁘게잘자라렴

입력 2008-06-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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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금년 서른 세 살인 노처녀입니다. 집에서는 동생들이 ‘똥차’가 앞에 막혀서 우리도 시집 못 간다고 매일 같이 구박하고, 부모님도 저만 보면 잔소리를 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저는 사실 하루 종일 많은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느라 무척 바쁘답니다. 어린이집 교사로 벌써 7년 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일을 하다보면, 봄에 아이들 입학 받고, 여름에 캠프가고, 가을에 가을 소풍, 그리고 겨울에 재롱잔치 하느라 1년 365일 얼마나 바쁘게 지나가는지 모릅니다. 어린이집 교사로 처음 반 아이들을 맡았을 때, 저는 참 당황스러운 일도 많았답니다. 한번은 원장선생님께서 저보고 네 살 반을 맡으라고 하셔서 처음으로 네 살 반을 맡아 가르치게 됐습니다. 어린이집에 입학한 지 얼마 안 된 여자아이가 하루는 자기 집에서 쓰는 베개를 꼭 끌어안고 어린이집에 온 겁니다. 나중에 그 애 엄마한테 전화가 왔는데, “우리 지민이가 그거 없으면 어린이집에 안 가겠다고 하도 떼를 써서 베개가 더러운데도 그냥 보냈어요”라고 하셨습니다. 한 번은 아이들을 데리고 운동장에서 술래잡기를 한 적도 있는데, 제가 그랬습니다. “자 숫자 열까지 세고 선생님 잡는 거야. 시∼작” 했는데 아이들이 모두 멀뚱멀뚱 저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순간 ‘아∼ 얘들이 아직 열까지 못 세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한 해를 네 살 반을 맡다가, 그 다음 해엔 일곱 살 반을 맡게 됐습니다. 4살을 보다 7살을 보니 완전히 큰 애들 같았습니다. 말귀도 잘 알아듣고, 대소변도 잘 가리고 물론 가끔 실수하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정말 애들 가르치기가 훨씬 편했답니다. 거기다 저희 어린이집 건물에 태권도 학원이 새로 생겼는데, 거기 사범님이 총각선생님으로 오셨습니다. 저는 한 가닥 희망을 걸고 화장도 하고, 속눈썹도 가끔씩 붙이곤 했는데, 저희 아이들은 그럴 때마다 “선생님 눈이 너무 아름다우세요” 하며 제게 관심을 보였답니다. 확실히 일곱 살은 차림새나 제 행동에 관심을 많이 보였습니다. 거기다 이성에 관심도 많아서 짝꿍 지어줄 때 말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매일 “선생님∼ 저 얘랑 짝 안 할래요∼ 콧물 질질 흘리고, 코딱지 파서 싫어요” 하는 애들도 있고 “선생님∼ 얘는 응가 냄새가 나요∼ 응가 했나 봐요∼” 하고 이르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심지어 어떤 애는 “선생님 저희 둘은 같이 짝꿍하기로 했어요. 저희 둘 짝꿍 시켜주세요” 하고 아예 짝을 정해 오는 아이들도 있었답니다. 아무튼 같은 어린이집 아이들이라고 해도 네 살과 일곱 살은 참 많이 달랐습니다. 이제는 저도 7년이 지나서 아이들 다루는 노하우도 생기고, 아이들의 돌발행동에 당황하는 일도 많이 없어졌답니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우리 꼬마 친구들, 상상력도 풍부하고 마음씨도 예쁜 어린이들로 자라줬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얼른 시집가서 이렇게 예쁜 아이들 낳아서 키웠으면 좋겠습니다. 대전 가양동|우명희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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