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난전국구팔불출…우리아들전교회장됐어요

입력 2009-04-07 21:34:06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저는 두 아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큰아이는 이제 고등학교 1학년이고 작은아이는 초등학교 6학년인데 두 아이 성격이 완전히 달라서 키우는데 어려움도 있고, 또 재미도 있답니다. 작은아이는 욕심도 많고 아주 적극적이어서 학교 입학하자마자 반장이 되더니, 매 학년 올라갈 때마다 반장을 했고, 학교 성적이 좋았습니다. 6학년이 되자 전교회장 선거에 나가겠다며, 학급 반장선거에는 출마하지 않았습니다. 3월 둘째 주 회장선거 유세활동을 했는데, 전 솔직히 ‘초등학교 회장선거가 그렇지 뭐’ 하고 우습게 봤습니다. 그런데 이게 우습게 볼게 아니었습니다. 출마신청서, 3분연설문, 자기소개서, 포스터 2매, 홍보피켓 등 필요한 게 정말 많았습니다. 우리 아들은, 자기는 급식에 나오는 우유를 흰 우유만 나오게 하지 않고, 초콜릿, 딸기 우유 등 식성에 맞게 골라 먹을 수 있게 해주고, 점심시간에 음악을 틀어주고 싶다고 공약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알아보니, 학교에 방송시설이 없어 음악 틀어주는 건 어려웠고, 우유도 현실성이 없는 공약이었습니다. 결국 고민하다 ‘왕따와 시기질투 없고, 친구의 아픔을 위로해 주는, 즐거운 학교 만들기’로 정했습니다. 그 외에도 ‘깨끗하고 아름다운 학교 만들기’, ‘선생님과 학생이 서로 사랑하는 학교 만들기’ 등 세 가지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그리고 일주일간 선거운동이 시작됐는데, 이게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작은아이 얘기 들어보니까 상대후보는 다른 애들한테 맛있는 거 사먹으라고 돈도 줬다고 합니다. 명백한 부정선거였지만, 증거도 없고 선생님들 모르게 일어난 일이라 어쩔 수 없다고 했습니다. 막내가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씩씩거렸지만, 너는 그러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하라, 조언을 해줬습니다. 재미있는 선거송도 만들고, 투표에 참여하는 4학년, 5학년, 6학년 교실을 돌아다니며 유세도 다녔습니다. 아주 바쁜 일주일이 어떻게 지내갔나 모를 정도로 순식간에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지난 3월 20일. 드디어 아들이 “엄마, 나 전교회장 됐어. 애들이 날 더 많이 뽑아줬어” 이러면서 막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래 잘했다∼ 우리 아들 장하다∼ 장해!” 저도 좋아서 방방 뛰었답니다. 그날 저녁엔, 온 가족이 치킨으로 축하 파티도 했습니다. 우리 아들 덕분에 요즘 행복한 비명 좀 지르고 있습니다. 요즘은 연애할 때처럼 실실 웃고 다녀서 다들 무슨 좋은 일 있냐며 제게 물어본답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애들 얼굴만 보면 스트레스가 반감이 됩니다. 자식자랑하면 팔불출이라는데, 저는 전국적으로 팔불출이 되더라도 꼭 좀 자랑 좀 해야겠습니다. 충남 천안 | 장인자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