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러브 스테이지] 나의 모차르트는 ‘놀만큼 놀아본 뜨거움’

입력 2016-07-1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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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로 분한 이지훈이 어린 시절의 모차르트와 함께 무대에 등장해 명넘버 ‘나는 나는 음악’을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모차르트로 분한 이지훈이 어린 시절의 모차르트와 함께 무대에 등장해 명넘버 ‘나는 나는 음악’을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 뮤지컬 모차르트 이지훈

느끼남? 난 승부욕 강한 상남자
뜨거운 모차르트는 딱 내스타일

“딱 남자들이 하고 싶은 작품이잖아요.”

배우 이지훈은 요즘 클래식 음악사에서 두 명을 찾을 수 없는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로 살고 있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모차르트!’에서 주인공 모차르트 역을 맡았다.

이지훈은 “지킬앤하이드의 지킬, 오페라의 유령의 팬텀, 레미제라블의 장발장 …”하고 작품과 주인공 이름을 읊었다. 모두가 남자배우라면 한번쯤 꿈꾸는 배역들이다. 이지훈에게 ‘모차르트’는 그런 역할이다.

이번 뮤지컬 모차르트의 연출은 일본의 명 연출가 코이치 슈이치로가 맡았다. 차분하게 내린 헤어스타일에 안경을 끼고 연습실에 나가자 며칠 뒤 연출가가 이지훈을 조용히 불렀다. “너무 착한 공무원 같다”고 했다. 고결함과 천박함을 동시에 지닌 모차르트는 착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였다. “과연 당신이 모차르트를 표현할 수 있을까”. 수심이 가득한 연출가에게 이지훈이 씨익 두툼한 입술로 웃어 보였다.

“저, 놀만큼 놀아봤습니다.”


● ‘상남자’ 이지훈 “나이가 들수록 노래가 잘 돼”

‘이지훈=느끼남·바람둥이’ 이미지는 방송 예능프로그램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지훈은 “너무 싫었지만 방송이 원하니 어쩔 수 없이 해야 했다”고 회고한다. 사실 이지훈을 아는 가까운 사람들은 그를 두고 ‘상남자’라고 한다. 부드러운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의외로 거친 면이 있으며, 무서울 정도로 승부욕이 강하다.

이번 모차르트를 위해 어린 시절 기억을 딱 필요한 만큼만 끄집어내고 있다. 뮤지컬 ‘모차르트!’는 1막과 2막이 극명하게 나뉜다. 1막에서의 모차르트가 천진난만함과 순수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2막에서는 잇따른 비극적 사건을 겪으며 드러나는 감정의 기복을 표현해야 한다. 시간의 변화가 매우 중요한 작품이다.

“뚝뚝 끊기는 느낌이 있다는 평도 있다. 시간의 점프 때문일 것이다. 모차르트의 시간적 변화를 표현하기 위해 늘 고민하고 있다. 보이스톤에 변화를 주는 것도 그 중 하나다. 1막은 하이톤을 많이 쓰고, 2막은 보다 저음으로 묵직하게.”

성대도 근육인지라 나이를 먹을수록 쇠퇴한다. 제 아무리 명가수라 해도 세월의 흐름을 이길 수는 없다. 그런데 이지훈은 갈수록 노래실력이 좋아지고 있다. 심지어 성량도 커졌다. “배우가 되더니 가수 때보다 노래를 더 잘 한다” 소리를 듣고 산다. 이지훈 본인도 인정한다.

“어렸을 때를 되돌아보면 노래를 하기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 자체를 못하고 살았다. 우연치 않게 데뷔를 하고, 데뷔곡이 많은 사랑을 받고, 하루아침에 벼락스타가 되었다.”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가면서, 특히 뮤지컬 무대에 서면서 부족함과 한계를 깨닫게 됐다. “갖고 있는 것만으로는 안 되는구나”하는 뼈저린 자성이었다. 전문가들의 조언, 치열한 연습과 레슨을 통해 처음부터 다시 소리를 만들었다. 레슨 선생이 놀랄 정도로 속도가 빨랐다.

자신있던 고음을 더욱 다듬고, 부족했던 중저음대의 소리를 단단하게 담금질했다. 음폭이 넓어졌다. 소리만 강해진 것이 아니라 호소력까지 짙어졌다.

올해는 이지훈의 연예계 데뷔 20주년, 뮤지컬 데뷔 10주년이 겹치는 해이다. 기념앨범, 콘서트 이야기가 슬슬 나오고 있다. 이지훈은 “행복한 고민 중”이라며 웃었다.

이지훈은 “엘리자벳이 ‘이지훈도 저런 노래를 할 수 있구나’였다면 위키드는 ‘이지훈이 몸을 쓸 줄 아는 배우구나’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지훈에게 ‘모차르트!’는 어떤 작품일까.

“혼자서 극 전체를 끌어갈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 이지훈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와서 확인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지금까지 내 공연에서 느껴보지 못한 뜨거운 감동을 선사해 드리겠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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