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인이자 월드뮤지션, 예술공학 예비박사인 EDM DJ 무한의 꿈은 2년 안에 자신의 음악을 빌보드 차트에 올리는 것이다. 사진은 6월 러시아 공연 중 포즈를 취한 무한. 사진제공|(사)문화예술통합연구회
‘I’m just like you’ 음원 발표
가야금 투입…클럽소울 피처링
“페스티벌서 즐기는 국악 EDM
청춘 위해 빌보드 진입 해낼 것”
“마침 어제 구글로부터 승인 메일이 왔더라고요.”
무한(MUHAN·석무현·27)이 자신의 스마트폰을 보여 주었다. 구글스토어에 등록된 ‘무한이와 악기놀이 : 소리북’이라는 유아용 앱이었다. 손으로 터치하면 캐릭터가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변하며 북소리를 냈다. 무한이 동요 ‘아기상어’를 흥얼거리며 뚜둥뚜둥둥 소리를 들려주었다. 직접, 혼자서 프로그램을 짰다고 했다.
이 사람은 프로그래머다.
요즘 근황을 묻자 “박사 논문을 쓰고 있다”고 했다. 중앙대 대학원에서 한국음악학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동 대학원 첨단영상대학원에서 예술공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논문이 완성되면 그는 음악분야에서는 국내 첫 번째 예술공학 박사가 된다.
이 사람은 연구자이자 예비 박사다.
무한이 가장 오랫동안 해 온 일은 장고연주다. 국악집안에서 자라 자연스럽게 국악의 길을 걸었다. 살풀이 명인 김미래 문화예술통합연구회 이사장이 어머니이고 지난해 4월 대한민국 예술단 평양공연에서 무용으로 오프닝을 장식한 ‘리틀 최승희’ 석예빈(22)이 친동생이다. 무한은 국악고등학교를 나와 중앙대학교 국악대를 졸업했고 지난해까지 프로 타악연주자로 활동했다.
이 사람은 국악인이자 월드뮤지션이다.
무한은 올해 또 다른 얼굴로 숨 가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러시아 주 이르쿠츠크 대한민국총영사관 초청으로 트루트 스포츠종합경기장에서 열린 ‘2019 시베리아 한국전통 및 K-POP문화공연’에서 국악 EDM DJ로 무대에 올라 3000여 객석을 메운 러시아 관객들을 들고 뛰게 만들었고, 돌아와서는 한국-베트남 수교 27년을 기념해 열린 ‘2019 한-베패션페스티벌어워즈’에서 러시아에 이어 베트남인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다. 제58회 충북도민체전 음악감독을 맡아 개막식을 후끈 달구기도 했다.
이 사람은 국내 최초의 국악 EDM(Electronic Dance Music) DJ이다. 이날 무한은 EDM DJ의 모습으로 인터뷰 장소에 나왔다. 그는 최근 ‘I‘m just like you(나도 너 같아)’라는 EDM 음원을 냈다. 직접 작곡과 작사, 프로듀싱을 맡았고 여성 팝듀오 클럽소울이 보컬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곡에서 국악 냄새가 별로 안 난다”고 하니 무한이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국악은 국민의 음악이다. 다만 국악의 색깔을 너무 강하게 넣으면 아무래도 대중성이 떨어진다. 일반적인 페스티벌에서 틀수가 없다. 양쪽의 밸런스를 맞추는 일이 쉽지 않았다.”
‘I’m just like you’에는 가야금이 투입됐다. 무한은 “국악은 내게 요리사의 특제소스와 같은 시그니처 사운드”라고 했다. 전 세계 누가 들어도, 어디에서 틀어도 ‘아, 이건 무한의 곡이구나’하고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2013년 ‘꼰대 꺼져’라는 국악 EDM 음원을 내기도 했지만 그가 본격적으로 EDM 장르에 뛰어든 것은 올해 1월부터였다.
“비트코인을 했다가 하루아침에 폭락을 경험했다. 현타를 겪으며 여러 생각을 해봤는데 결국 내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지적재산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앞으로 시장은 콘텐츠가 지배하게 될 것이고, 내가 이 시대의 반열에 서기 위해서는 작곡밖에 없었다.”
뒤늦게 시작했지만 스펀지가 물을 먹듯 필요한 것들을 무섭게 빨아들였다. 그가 해온 음악(국악 타악기)과 EDM은 비트를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내가 배워야할 것은 구글 안에 다 있었다”는 무한은 일주일에 한 곡씩 완성하는 괴력을 발휘하며 새롭게 눈을 떴고, 확신을 갖게 됐다. 이번 신곡은 그 소중한 결실이다. 야심찬 계절송 시리즈의 출발점으로 11월에는 캐럴 EDM을 선보일 계획.
“내가 이 ‘짓’을 하는 이유는 같은 세대의 친구들에게 ‘너도 할 수 있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2년 안에 빌보드를 갈 것이다. 나의 꿈을 위해. 그리고 당신의 꿈을 응원하기 위해.”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