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에 실린 내밀하고 풍부한 감정들의 서사. 빈 오선지에 ‘울음’을 그려 넣는 시인 방수진의 첫 번째 시집이다.
경희대 국어국문학과에서 한국문학을, 중국 상하이 화둥사범대학교 대학원에서 중국문학을 전공한 방수진 시인은 2007년 중앙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문단에 데뷔했다. 이후 기자와 카피라이터로 활동하며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필력을 쌓았다.
현재 카카오브런치에서 ‘시인의 정원’이라는 필명으로 다양한 칼럼과 에세이를 연재 중. 옮긴 책으로는 에세이 ‘자주 흔들리는 당신에게’가 있다.
우리는 모두 한때 ‘무엇’이었다. ‘구름이었다가 비였다가 문이었다가 벽이었다가 선이었다가 점이었다가 너였다가 나였다가(시인의 말 중에서)’ 결국 또 다른 무엇이 된다. 시간과 바람에 풍화되는 존재인 우리는 고정된 무엇으로 남을 수 없고, 자꾸만 다른 무엇이 되어 간다. 방수진은 몸을 뒤채며 무엇에서 무엇으로 바뀌어 가는 존재의 변이를 날카로우면서도 섬세하게 포착하고 있다.
첫 시집이라는 것이 의심될 정도로 시어들이 여물어 있다. 장마다 시마다 한껏 열어젖힌 시인의 감각이 알알이 들어차 있다. ‘한때 구름이었던’ 시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면, 당신은 어느새 시인의 정원 속을 거닐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