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도 귀도 즐거운 오감만족 뮤지컬, ‘이토록 보통의’

입력 2019-10-25 15:21: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뮤지컬 '이토록 보통의'의 한장면. 은기 역에 정욱진 배우(왼쪽)와 제이 역에 이예은 배우.

뮤지컬 '이토록 보통의'의 한장면. 은기 역에 정욱진 배우(왼쪽)와 제이 역에 이예은 배우.

멀지 않은 미래에 로봇 수리기사인 은기와 우주항공국 직원 제이가 있다.

“나 드디어 우주에 다녀오게 됐어. 1년간”. 연인 은기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는 제이. 하지만 은기는 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 모든 일을 통보해오는 제이를 뒤로한 채 돌아선 은기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며 극은 시작된다.

우주여행을 포기하고 1년간 은기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핀 제이. 그러던 어느 날 로봇수거반이 제이를 데려가고, 그 자리엔 여행 가방을 든 또 다른 제이가 있다. 이내 은기는 지난 1년간 자신과 시간을 보낸 제이가 복제인간임을 알고 혼란스러워한다.

이처럼 극은 SF적 요소들을 바탕으로 흘러간다. ‘소극장에서 SF 뮤지컬을?’이라고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이토록 보통의’를 무대화하기 위한 장치들은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아 보였다.

켜켜이 쌓아올린 사각형의 픽셀들은 별을 좋아하는 주인공들에게 별자리를 보여줬다가 형형색색의 컬러 조명이 입혀져 샤갈의 그림전을 나타내기도 한다.

뮤지컬 ‘이토록 보통의’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됐는데, 그중 두 번째 단편인 ‘어느 밤 그녀가 우주에서’를 남녀가 이끌어나가는 2인극이다. 그래서 그런지 대사들이 자극적이지 않다. 두 배우의 호연에 4인조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입혀지다 보면 객석엔 눈물을 훔쳐내는 관객들이 하나 둘 생겨난다.

‘2인극’에 ‘소극장’ 조합이 가장 반가운 건 팬들이 아닐까 싶다. 소극장에서 공연을 올리다 보니 배우들과 객석이 굉장히 가깝다. 거리를 가늠해보자면 은기 역에 정욱진 배우의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 선명히 보이고, 제이를 맡아 연기하는 이예은 배우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다.

‘이토록 보통의’는 단지 즐거움만을 선사하는 뮤지컬은 아니다. 복제인간 제이를 두고 혼란스러워하는 은기에게 자신의 상황을 대입해보는가 하면 이 극에 주제라고 할 수 있는 ‘어떤 것이 진짜 존재하는 걸까’라는 질문에 고민을 해보게 되는 그런 뮤지컬이다.

뮤지컬 ‘이토록 보통의’는 11월 10일까지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관객들을 기다린다.

이수진 기자 sujinl2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