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가 있는 케아 앵무새 브루스가 색다른 공격 패턴으로 무리의 알파 수컷 지위를 확보했다. 사진=Current Biology

장애가 있는 케아 앵무새 브루스가 색다른 공격 패턴으로 무리의 알파 수컷 지위를 확보했다. 사진=Current Biology


윗부리를 잃은 앵무새가 독창적인 전투 기술을 개발해 무리를 평정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신체 조건이 우월한 개체가 승리한다는 기존 생물학 법칙을 뒤집은 사례로 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20일(현지 시간)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따르면, 뉴질랜드 캔터베리대 연구팀은 윗부리가 없는 케아 앵무새 ‘브루스’가 무리의 우두머리인 알파 자리에 올랐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윌로우뱅크 야생동물 보호구역 내 케아 무리의 서열 다툼 227건을 분석한 결과 브루스는 서열 지수에서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수컷 간의 36차례 대결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결은 브루스만이 구사하는 이른바 ‘조스팅(Jousting·들이받기)’ 기술에 있었다. 일반적인 케아 앵무새가 윗부리로 상대의 목을 물어 제압하는 것과 달리 부리가 없는 브루스는 아랫부리를 앞세워 상대의 몸을 강하게 들이받는 방식을 택했다. 브루스의 조이스팅 공격을 받은 개체들은 73% 확률로 즉시 퇴각하며 서열을 인정했다.

심리적 상태도 안정적이었다. 브루스는 수컷 중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가장 낮았으며, 먹이통 접근권에서도 최우선 순위를 차지했다. 또 서열이 낮은 수컷들이 브루스의 깃털과 부리를 대신 청소해 주는 등 압도적인 권위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과거 영장류 사례와 달리 브루스는 동맹 없이 오직 개인의 행동 혁신만으로 정점에 올랐다”며 “장애가 동물의 행동 유연성을 극대화하는 강력한 동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최강주 기자 gamja8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