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LG U+는 왜, ‘제한’을 ‘무제한’이라고 말할까?

입력 2011-01-27 15:2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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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SK텔레콤을 시작으로, KT와 LG U+까지 “3G망에서도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나란히 동참 한 ‘3G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가 반년도 채 못되어 삐걱대기 시작했다.

지난 25일 KT와 LG U+는 ‘1일 허용량을 초과한 이용자에 한해 네트워크 과부하를 초래할 만한 상황이라고 판단될 경우 3G 통신망 이용을 일부 제한할 수 있다’는 약관에 따라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사용자의 3G 통신망 사용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이는 사실상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를 포기하겠다는 말과 다름없어 가입자들의 불만이 야기되고 있다. KT는 55,000원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이상에 가입한 사용자 가운데 하루 이용량이 75MB을 초과하는 사용자가 데이터 사용 집중 지역에 진입할 경우 이용이 제한된다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LG U+도 하루 이용량이 210MB를 넘어선 사용자를 대상으로 KT와 유사한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통신사의 입장은 확고하다. 특정 사용자로 인해 발생하는 네트워크 과부하 때문에 타 사용자의 서비스 품질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러한 데이터 이용량 제한의 타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 이용량 제한의 개요

국내 이동통신 3사(SKT, KT, LG U+)는 모두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와 관련하여 각 사가 정한 1일 사용량을 넘어선 가입자를 대상으로 네트워크 과부하가 우려될 경우 데이터 사용을 일부 제한 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약관에 기재하고 있다.

이 약관에 따르면, 데이터 과
다 이용자들에 의해 데이터망에 과부하가 발생하는 경우 전체 고객의 통화 안정성 확보를 위해 이들의 QoS(Quality of Service)를 자동으로 일부 제어(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QoS란, 네트워크 트래픽(부하) 분석을 통해 우선 순위에 따라 네트워크 사용량 및 속도를 제어하는 기능으로, 사실상 무분별한 데이터 서비스 이용에 족쇄를 채우는 것이라 말할 수 있겠다.

QoS가 적용되면 기준 사용량을 넘어선 데이터 통화는 물론 주문형비디오서비스(VOD)와 주문형멀티미디어서비스(MOD)의 다운로드 및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그러나 웹서핑, 메일, 메신저 서비스 등은 이용할 수 있으며, 단지 부하를 줄 수 있는 데이터 서비스만 이용에 제한을 두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서비스 제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비용을 더 지불하며 무제한 서비스를 선택한 사용자의 정당한 권리를 제한하는 처사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특히 KT는 자사의 대표적인 스마트폰인 애플 ‘아이폰’ 사용자 중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가 적지 않아(약 30%), 약관대로 데이터 제한을 적용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군다나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를 처음으로 도입한 SK텔레콤은 약관에는 명시(이용량 제한)되어 있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제한 없이 유지하고 있어 KT와 LG U+의 입장은 더욱 난처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SK텔레콤 한 관계자는 “수도권 지역에 지속적으로 데이터 전용망 증설하고 있어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 정책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해 양 사와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도 실패한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의 경우 데이터망의 품질(속도)와 네트워크 과부하 분산 여부가 중요한 변수인데, 일각에서는 이동통신 3사 모두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과열 경쟁으로 무모하게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를 도입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스마트폰 가입자가 2,000만 명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늘어나는 이용자만큼 데이터 이용량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들 3사의 대응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만일 3사의 대응이 미흡할 경우 음성통화는 물론, 각종 데이터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스마트폰 시장에서 우리보다 앞서고 있는 미국은 이제 ‘데이터 종량제’가 대세다. 스마트폰 도입 초기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를 도입했던 미국의 통신사 역시, 네트워크 인프라에 충분히 투자하지 않을 경우 향후 네트워크 정체 현상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면서 최근 들어 종량제 서비스로 정책을 선회하고 있는 실정이다(데이터 종량제는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요금이 부과되는 방식으로, 데이터 정액제와 상반되는 개념이다. 데이터 종량제가 적용될 경우 데이터 사용량이 많지 않은 사용자는 요금을 낮출 수 있고, 네트워크 과부하도 억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일반적인 데이터 사용자의 경제적 부담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인터넷 활용도가 낮아짐으로써 관련 산업분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이 때문에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를 가열차게 내세운 국내 이동통신사들도 결국 무제한 요금제를 포기하고 종량제로 전환하는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과연 네트워크 투자지출이 큰 부담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되는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를 고수할 것인지, 아니면 KT와 LG U+의 이번 결정이 데이터 종량제 서비스의 시발점이 될 것인지 이용자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글 / IT동아 이기성(wlrl@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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