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수 스마트폰? 호들갑 떨 이유 있나

입력 2012-01-19 10:5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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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소비자가전쇼(CES)2012에 출품된 스마트폰 방수 기술이 화제다. HzO라는 방수코팅업체가 ‘워터블럭(WaterBlock)’이라는 나노 입자 필름을 각종 모바일 기기에 부착한 후 수조 속에 집어넣는 시연을 펼쳤는데, 기기 내부에 물이 침투해도 이상 없이 작동했다는 이야기다.

HzO의 워터블럭은 일반 사용자들이 구입할 수 있는 소비재가 아니다. 모바일 기기 제조 공정에 포함되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먼저 진공 상태의 공간에 제품을 넣고 유기가스를 뿌린다. 이 가스가 제품 표면에 달라붙어 고체가 되면 아주 얇은 필름 형태로 변한다. HzO는 열을 가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기기 회로 및 민감한 부품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인체에 무해할 뿐 아니라 완제품의 크기나 무게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 HzO에 따르면, 현재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 및 헤드폰 제조사들 중 일부가 워터블럭을 사용하기 위한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삼성과 애플이 계약 체결? 근거 미약


HzO는 현재 논의중인 제조사가 어디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아직 계약이 확정된 것도 아니고, 설사 확정됐다고 하더라도 해당 제조사가 원하지 않으면 비밀을 지켜주는 것이 관례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아이폰5에도 이 기술을 적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애플과 접촉중”이라고 언급한 것이 전부다. 또한 “삼성전자 관계자 앞에서 방수코팅을 한 갤럭시S를 선보였더니 매우 놀라더라”며“삼성전자가 우리 기술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CES2012와 같은 큰 규모의 전시회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일부 언론이 이를 두고 “애플과 삼성전자가 방수 스마트폰을 준비중”이라는 확대해석을 내놓으며 문제를 일으켰다. 정황상 HzO가 애플과 삼성전자 양쪽에 기술 제안을 한 것은 사실로 보이지만, 이는 HzO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현재로서는 애플과 삼성전자가 방수 스마트폰을 내놓는다는 어떠한 근거도 없다.그저 관심이 있는 것과 실제 제품으로 개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방수 스마트폰, 이미 있다


방수 스마트폰이 없는 것도 아니다. 2010년 출시된 모토로라의‘디파이’도 방수 스마트폰이다. 일상 생활에서 비를 맞거나 물을 엎지르는 정도로는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소니에릭슨이 준비중인 ‘엑스페리아 액티브’ 역시 수조에 넣었다 빼도 이상 없이 작동하는 스마트폰이다. 물론 물속에서 안심하고 쓸 수 있도록 완벽 방수를 지원하지는 않지만(일반적으로 그럴 기회도 잘 없겠지만), 소위 ‘생활방수’가 되는 제품들이다.

그렇다면 HzO의 워터블럭은 완벽한 방수를 지원하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아니다. HzO는 워터블럭이‘물과 관련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기술’임을 명시하고 있다. 스쿠버다이빙처럼 깊은 물속에 들어가거나 하루종일 물 속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머니에 스마트폰을 넣은 채로 풀장에 뛰어들거나, 설거지를 하다가 스마트폰을 싱크대에 빠트리거나, 비바람이 몰아쳐서 옷이 젖었을 때 기기의 고장을 막을 정도의 생활방수만을 지원한다. 따라서 방수 기능만 놓고 보면 기존 제품과 큰 차이는 없는 셈이다. 물론 기존 제조 공정에 추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조사 입장에서는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은 사실이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큰 감흥을 일으키기 힘들다. 이것이 이번 방수 스마트폰에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는 이유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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