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지금 당장 누리는 4K 게이밍, AMD 라데온 R9 퓨리X

입력 2015-07-02 17:53: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IT동아 김영우 기자] “그래픽카드(혹은 CPU, 노트북 등)는 언제 사는 게 좋나요?” 필자는 이런 질문을 종종 받곤 하는데, 사실 대답하기가 쉬운 문제는 아니다. 3~4년 전에 산 최고급 제품의 성능이 지금 팔리는 일반 제품과 비슷할 정도로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이런 최고급 제품을 살 가치가 없다는 건 아니다. 제조사 입장에서 볼 때 이런 제품은 대중들에게 많이 팔기 위해서 라기 보단 자사의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해 내놓는 경우가 더 많다. 그만큼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기술을 모두 투입한 제품이라는 의미다. 덕분에 이런 제품을 통해 다른 일반인들이 3~4년 후에나 접할 성능을 지금 당장 누릴 수 있다. AMD의 최신 플래그십(업체를 대표하는 최고급 제품) 그래픽카드인 '라데온 R9 퓨리X(FURY X)'도 그런 제품이다. 2015년 7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 100만원 상당에 팔리고 있는 이 제품의 면모를 살펴보자.

이례적으로 작은 기판에 수랭식 쿨러 기본으로 갖춰

플래그십 그래픽카드라고 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이미지가 있다. 이른바 '흉기'에 가까운 거대한 기판 크기, 덩치 만큼이나 시끄러운 쿨러 소음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라데온 R9 퓨리X는 살짝 다르다. 일단 기판의 크기가 가로 195mm, 세로 109mm로 이는 기존의 10~20만원 대 일반 그래픽카드의 기판과 비슷한 수준이다. 빅타워 수준의 대형 본체가 아니더라도 상당수의 일반 데스크탑 PC에 무리 없이 장착이 가능할 것이다.



물론 슬림형 PC에 장착 가능할 정도는 아니다. 독특한 구성의 쿨러가 차지하는 공간이 제법 크기 때문이다. 이런 쿨러를 탑재한 건 물론 이유가 있다. 라데온 R9 퓨리X의 쿨러는 일반적인 공랭식이 아닌 수랭식 제품이다. 수랭식 쿨러는 공랭식보다 냉각 효율이 높을 뿐 아니라 소음도 조용하다. 출고 시부터 그래픽카드와 연결된 상태인데다 냉매 보관용 탱크나 워터펌프 등이 완전히 일체형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공랭식 쿨러 치고는 손쉽게 설치가 가능하다. PC 케이스 후면의 120mm 쿨러 자리에 나사로 고정하면 설치는 끝난다.



직접 구동을 해보면 냉매를 식히기 위한 냉각팬이 돌아가기 때문에 완전한 무소음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공랭식 쿨러에 비하면 훨씬 소음이 적은 것은 확실하다. 오히려 그래픽카드 전원부에서 조금씩 발생하는 약간의 고주파음이 더 신경 쓰인다. PC 케이스에 온전히 장착해서 쓸 때는 그다지 문제가 없겠지만 완전히 누드 상태로 시스템을 구동할 때는 다소 거슬릴 수도 있겠다.

시각적 만족도 높이는 외부 디자인

쿨러가 바깥쪽으로 빠진 덕분에 카드 자체의 디자인은 대단히 깔끔하다. 금속 재질의 기판 커버의 표면을 고무 재질로 덮었고 카드 상단의 RADEON 로고에 LED 조명을 넣어 멋을 부렸다. 그리고 PCI-E 보조전원 포트(8핀 + 8핀 구성) 근처에는 GPU의 사용량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LED 인디케이터도 달았다.



그 외에 카드 상단 RADEON LED 로고 근처엔 듀얼 바이오스 스위치도 마련했다. 과도한 오버클러킹 등으로 부팅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이 스위치를 이용해 바이오스를 전환,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할 수 있다. 여러모로 매니아의 흥미를 돋우는 구성이라 할 수 있다.

GDDR5 압도하는 차세대 메모리, HBM 기술 탑재

이렇게 기판의 크기가 작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라데온 R9 퓨리X에 적용된 핵심 칩인 피지(FIJI)의 특성 덕분이다. GPU와 메모리 칩이 따로 장착된 일반적인 그래픽카드와 달리, 피지는 GPU와 메모리가 하나의 칩으로 구성되어 있어 그만큼 칩의 수와 기판의 크기를 줄일 수 있었다. 피지에 탑재된 GPU는 한층 개량된 GCN(Graphic Core Next) 아키텍처에 기반하고 있으며, 최대 1,050MHz로 구동하는 4,096개의 스트림 프로세서를 갖췄다.



하지만 라데온 R9 퓨리X의 피지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사안은 역시 메모리 기술이다. 기존의 그래픽카드에서 이용하던 GDDR5 메모리가 아닌 HBM(HIGH-BANDWIDTH MEMORY)을 탑재했기 때문이다. HBM을 적용한 건 라데온 R9 퓨리X가 세계 최초다. HBM의 최대 장점은 기존의 메모리를 훨씬 능가하는 대역폭(데이터가 지나가는 통로)이다. 그리고 적층식 내부 구조를 갖추고 있어 상대적으로 차지하는 공간도 적으면서 한층 고성능을 발휘한다.



HBM을 탑재한 라데온 R9 퓨리X는 512GB/s의 메모리 대역폭을 발휘하는데, 이는 경쟁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 GDDR5 기반 지포스 GTX 980Ti의 336.5GB/s를 크게 앞선다. 그리고 메모리 인터페이스의 경우 라데온 R9 퓨리X는 4,096비트 구성을 갖추고 있는데, 이는 256 ~ 512비트 수준에 머물고 있는 기존의 고급형 그래픽카드에서는 생각할 수 없던 수치다.

다만, 아직 도입기의 기술이기 때문인지 기존의 GDDR5 수준의 용량은 확보하지 못했다. 라데온 R9 퓨리X에 탑재된 HBM은 4GB로, 8GB가 거의 기본인 다른 고급형 그래픽카드에 비하면 다소 빈약해 보인다. 이에 대해 AMD에선 HBM 특유의 방대한 대역폭 덕분에 용량이 적은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외부 연결 인터페이스는 HDMI 1개와 DP(DisplayPort) 3개로 구성되었다. 3대의 모니터를 동시 연결해 하나의 화면처럼 즐기는 아이피니티(Eyefinity) 기능은 당연히 기본 지원이다. DP의 경우, 4K UHD 해상도(3,840 x 2,160)에서 60Hz 주사율(초당 장면 전환 수)을 지원하는 DP 1.2a 규격이다. 다만, HDMI는 4K UHD 해상도에서 30Hz 만 지원하는 HDMI 1.4 규격이다. 시중에 팔리는 4K UHD 모니터는 대부분 DP 포트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HDMI 2.0의 미지원이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다소의 아쉬움은 남는다.

다이렉트X12, 프리싱크, VSR 등의 신기술도 다수 지원

그 외에 주목할 만한 점은 일단 차세대 운영체제인 윈도10에서 적용된 다이렉트X12를 지원한다는 점, 그리고 수직동기화 적용 없이도 테어링 현상을 막는 AMD 프리싱크(FreeSync) 기능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이용할 경우, 모니터의 주사율을 넘는 프레임으로 화면이 구동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화면 일부가 갈라지고 잔상도 발생하곤 한다. 이것이 테어링 현상이다. 이를 막기 위해선 대부분의 게임에서 수직동기화(V Sync) 옵션을 제공하는데, 이는 테어링 현상을 막을 수 있는 대신, 화면 프레임이 종종 널뛰기를 하면서 키보드나 마우스의 입력이 지연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곤 했다.



하지만 프리싱크 기술이 적용된 그래픽카드와 모니터를 이용한다면 GPU의 프레임과 모니터의 주사율이 실시간으로 동기화 되며 테어링 현상을 방지한다. 이번 리뷰에서 이용한 에이수스의 MG279Q 모니터가 바로 프리싱크 지원 제품이다. 카탈리스트 드라이버와 모니터 설정 메뉴에서 프리싱크를 활성화하니 수직동기화 없이도 테어링 현상이 최소화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에이수스 MG279Q 모니터의 프리싱크 기술은 주사율 90Hz 이하에서만 유효하기 때문에 초당 90 프레임을 넘는 상황에서는 테어링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는 수직동기화와 병행해서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또 한 가지 특이한 기능이라면 VSR(Virtual Super Resolution)이다. 이는 모니터가 지원하는 해상도를 초과하는 가상 고해상도 모드를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실제로 에이수스 MG279Q의 최대 해상도는 WQHD급인 2,560 x 1,440이지만, 카탈리스트에서 VSR을 활성화하니 4K UHD급에 해당하는 3840×2160까지 해상도를 높일 수 있었다. 다만, 아무래도 가상 해상도이기 때문에 실제 4K UHD급 모니터의 3840×2160 모드에 비하면 선명도가 확실히 떨어진다. 너무 큰 기대를 걸기보다는 재미 수준으로 이용해 보는 것이 좋겠다.

게임을 직접 구동하며 체감한 느낌은?

제품의 대략을 살펴봤으니 이제는 실제로 게임을 구동하며 체감 성능을 살펴볼 차례다. 코어 i7-4770 CPU에 8GB 메모리, 인텔 353 SSD(120GB)로 구성된 윈도 8.1 기반 시스템에 라데온 R9 퓨리X를 장착해 게임을 플레이 해봤다. 게임 테스트는 모든 그래픽 품질을 최상으로 높인 상태에서, 화면 해상도는 풀HD급인 1,920 x 1,080 모드와 4K UHD급인 3,840×2,160 모드(VSR)를 번갈아가며 진행했다. 참고로 초당 30프레임 정도라면 원활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 수준, 초당 60프레임 이상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쾌적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먼저 해본 게임은 FPS인 '배틀필드4'다. 게임의 도입 부분부터 20여분 정도를 플레이 해 보니 풀HD급 해상도에선 평균적으로 초당 100 프레정도를 유지하며 대단히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했으며, 4K UHD 해상도에서도 50~60 프레임 정도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을 확인했다.



다음에 테스트 해 본 게임은 최근 출시된 게임 중에서도 시스템 요구 사양이 높기로 유명한 '더 위쳐 3'다. 이 역시 도입부를 포함해 30여분 정도를 플레이 했다. 테스트 결과 풀HD급 해상도에서는 모든 그래픽 옵션을 최상으로 높인 상태에서도 평균 60프레임을 유지해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했으며, 4K UHD 모드에서도 평균 30~40프레임으로 구동하며 역시 아쉬움 없이 게임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시중에서 서비스되는 거의 모든 게임은 해상도 상관 없이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할만한 성능이다. 참고로, 리그오브레전드(LOL)와 같은 일반적인 온라인 게임의 경우는 4K UHD 해상도에서도 평균 300~400 프레임 정도의 성능을 뽑아낸다. 물론 LOL 수준의 게임을 하기 위해 100만원 짜리 그래픽카드를 사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4K 게이밍 시대를 몇 년 먼저 체험해보고 싶은 사람을 위한 제품

여느 플래그십 그래픽카드가 그러하듯, AMD 라데온 R9 퓨리X 역시 이른바 '가성비'를 보고 사는 제품은 아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유사한 성능을 내는 것으로 알려진 엔비디아의 지포스 GTX 980Ti를 들 수 있겠지만, 이 역시 가격은 만만치 않다. 다만, 2015년 7월 현재 4K UHD급 해상도로 고사양 게임을 구동하고자 하는 사람, 혹은 HBM이라는 차세대 메모리 기술을 남들보다 몇 년 먼저 체험해 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관심을 가질 만 하다. 3~4년 후의 게이밍 환경을 지금 당장 체험하는데 100만원 정도의 투자는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충분히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