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치아’는 스페인어로 ‘빛(luz)’과 ‘비(lluvia)’의 소리를 합쳐 만들어진 단어로 이번 공연은 제목 그대로 빗속의 빛, 빛 속의 비를 그리며 러닝타임 130분(인터미션 25분 포함)을 환상적인 퍼포먼스로 가득 채운다. 빅탑 투어 공연 최초로 아크로바틱 퍼포먼스에 ‘물(Water)’을 접목시켜 지금까지 다른 쇼에서 사용한 적 없는 기술과 숨 막히게 아름다운 연출로 전례 없는 환상적인 순간을 연출한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부터 무대 곳곳과 통로에 선 곡예사들은 관객들과 일대일로 눈을 맞추며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구역별 차등화한 좌석이지만 소외되는 구역 없이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윽고 여행자의 시선을 따라 멕시코행 비행기에 탑승한 관객들은 어느새 꿈과 현실 사이 그 어딘가에 있는 ‘루치아’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루치아’는 여행자가 꿈속의 나라에서 만난 신비한 종족들의 문화, 자연, 신화를 기록한다. 오래된 영화 촬영장에서 바다로, 연기가 자욱한 댄스홀에서 사막으로 부드럽게 이동하면서 장소, 인물, 소리를 통해 고전과 현대의 멕시코로 관객들을 안내한다. 무대 위에서 여러 명의 곡예사가 동시에 퍼포먼스를 펼치는 전개로 흐름이 끊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무대가 전환되도록 유도한다.
공연은 멕시코의 문화, 자연, 신화를 놀라운 비주얼과 매혹적인 곡예 퍼포먼스로 선보이며 강렬함과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죽은 자의 날’ 축제, 프로 레슬링 스포츠, 천연 우물 ‘세노테’ 등 멕시코를 온전히 담은 퍼포먼스에서 자긍심마저 느껴진다.
후프 다이빙, 공중 묘기, 아크로바틱 자전거, 저글링 등 서커스의 정수를 초고난도 퍼포먼스로 구사하는 곡예사들. 간혹 작은 실수가 있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재도전이 성공으로 이어질 때 짜릿함은 배가 된다. 후반부 펼쳐지는 콘토션은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울 정도. 경이로움 그 자체다.
‘루치아’에는 멕시코의 전설과 신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다양한 동물들을 모티브로 한 재기발랄한 코스튬과 거대한 실물 크기의 말, 재규어 등 실감나는 퍼펫이 등장한다. 실제 동물 같은 섬세한 모션으로 감탄을 자아낸다.
또한 플라멩코 기반의 음악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은 경쾌하고 활기찬 리듬의 열정적인 음악으로 튜바, 트럼펫 등의 브라스 선율과 스페인 기타의 매혹적인 멜로디, 퍼커션과 드럼이 어우러져 강렬한 라틴 아메리카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싱어 마조 코르네호의 무대는 스페인어를 잘 알지 못해도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는 감동으로 짙은 여운을 남긴다.
모든 캐릭터가 등장해 음악과 하나 되어 즐기는 파이널 장면은 축제 그 자체로 유쾌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객석을 감싸며 마치 멕시코 한가운데에 있는 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태양의서커스 ‘루치아(LUZIA)’는 오는 12월 31일(일)까지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에서 공연된다. 서울 공연 이후에는 내한 최초로 부산 투어를 확정, 부산으로 무대를 옮겨 2024년 1월 13일(토)부터 2월 4일(일)까지 신세계 센텀시티 내 빅탑에서 공연된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마스트인터내셔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