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작곡가 안성균, 바이올리스트 정지훈, 첼리스트 최영, 피아니스트 조영훈.

(왼쪽부터) 작곡가 안성균, 바이올리스트 정지훈, 첼리스트 최영, 피아니스트 조영훈.


클래식과 신디사이저가 만났다. 장르의 경계를 넘어선 음악 실험이 관객을 찾아온다.
8월 9일 오후 5시, 푸르지오 아트홀에서 열리는 안성균 작곡발표회 ‘IMMERSION (몰입)’은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로 이뤄진 클래식 트리오에 신디사이저를 결합한 독특한 무대로, 국내에서도 보기 드문 구성이다.

이번 공연은 전통과 실험, 구조와 감각이 공존하는 ‘몰입형 사운드 퍼포먼스’를 지향하며, 전통 클래식의 긴장감 위에 전자음의 유연한 결을 덧입혀 관객의 감각을 새롭게 자극한다. 익숙한 악기들이 낯선 방식으로 울릴 때, 음악은 소리를 넘어선 감각의 경험이 된다.

공연의 주제인 ‘IMMERSION (몰입)’은 집중과 내면의 감각이 극대화된 상태를 말한다. 작곡가 안성균은 “좋아하는 게임을 하거나 책을 읽을 때처럼,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모르고 깊이 빠져드는 상태”를 예로 들며 몰입의 개념을 설명했다.

이번 무대는 그러한 심리적 상태를 소리로 구현한다. 외부 자극이 차단되고 오직 예술과 자신만 남는 감각의 순간을 음악으로 표현하며, 청자가 음악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감각으로 해석하고 빠져드는 ‘능동적 청취’를 유도한다.


공연은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트리오 1번’으로 시작되고, 이어 안성균의 신작 ‘Piano Trio No. 1 in c minor, Op. 7’이 국내에서 처음 연주된다. 총 8개의 악장으로 구성된 이 곡은 각각 ‘프롤로그’, ‘섬 집 아기’, ‘아리랑은 사라졌다’, ‘피아노 공기놀이’, ‘바다의 지휘자’, ‘기억의 지배자’ 등 상징적이고 서사적인 제목을 지녔다.

안성균은 “한 사람의 이야기는 지금 어디에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품고, 인간의 감정과 기억을 음악으로 기록하고자 했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감각으로 인생을 마주했던 한 사람의 서사를 조용하지만 실험적인 음악 언어로 담아낸다.

마지막 곡 ‘IMMERSION (몰입)’은 작곡가가 모스 부호에서 착안해 완성한 작품이다. 점과 선의 조합, 긴박한 리듬의 반복, 내면 깊은 곳의 절규와 고요함을 표현한다. 이는 작곡 기법의 실험을 넘어, 몰입이라는 감정이 시작되는 지점을 음악적으로 되묻는 하나의 장치이기도 하다.

무대에는 클래식 음악계에서 실력과 개성을 인정받은 아티스트들이 함께한다. 작곡자이자 음악감독 안성균은 연극, 뮤지컬, 다큐멘터리,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에서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펼쳐온 창작자다. 현재 서울경제진흥원 콘텐츠개발부분 심의위원이자 안 콘텐츠랩 음악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피아니스트 조영훈은 섬세한 감성과 테크닉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아즈앙상블 엠클래식 단원이자 유튜브 크리에이터로도 활동 중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정지훈은 앙상블 소브, 에츠하임앙상블, 벨레콰르텟 등에서 활약하며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줬고, 첼리스트 최영은 클레프엠, 베어콰르텟, 트리오미르텐의 일원으로 활발한 연주 활동을 하고 있다.

클래식 트리오와 신디사이저의 조합은 그 자체로 희소성을 지니는 만큼, 이번 공연은 단발적 이벤트가 아닌 현대 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실험적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클래식의 전통을 바탕으로 하되, 그 안에 감각과 실험을 밀어넣은 ‘IMMERSION’은 하나의 음악적 우주를 열어젖히게 될 것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