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위기와 자산 버블로 세계 경제가 신음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금융 질서의 붕괴와 새로운 세계경제 시스템의 도래를 예고하는 전망서가 나왔다. 

‘슈퍼 체인지-리플혁명과 약탈경제 그리고 대공황의 덫(화이트독 지음·도서출판 BMK)’는 우리가 맞고 있는 현재의 변화가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니라 문명 전환기임을 선언하면서 세계 금융 질서가 150년 만에 구조적 변곡점을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몇 년 간 세계 경제의 화두인 블록체인 ․ AI · 기후 · 패권 전환이 얽힌 거대한 흐름을 읽어내는 데 필요한 시야를 제시하고 있다.  

책은 크게 ‘약탈경제’와 ‘모던 II’ 두 축으로 구성되었다. 전반부에서는 리플을 중심으로 금융 권력 구조와 글로벌 금융시장의 역사적 흐름, 약탈 경제의 역사와 뿌리 깊은 구조를 심층적으로 파헤쳤다. 후반부에서는 AI · 인구 감소 · 태양활동 증가 · 기후 냉각 · 산업 수렴이 동시에 진행되는 ‘모던 II’ 시대를 제시하며, 부채 기반 자산 버블이 1929년을 넘어서는 ‘슈퍼 대공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고한다. 

저자는 리플이 민간 코인을 넘어 국제 결제망을 재구성하는 핵심 노드가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피도르 은행의 초기 합류, 비자의 어스포트 인수, 웨스턴유니언 · 머니그램 · R3와의 결제 실험 등 지난 10여 년간의 움직임이 하나의 끊어진 사건이 아니라 ‘감자줄기 네트워크’처럼 연결된 금융 인프라 확장 과정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리플의 진짜 경쟁자는 비트코인이 아니라 달러 패권’이라는 결론을 제시하며, 기축통화의 가치 이동이 서서히 시작되고 있음을 짚는다.

저자는 현재의 주식, 부동산, 암호화폐 시장이 역사상 유례없는 ‘파이널 슈퍼 체인지’ 구간에 진입했다고 진단한다. 1929년 대공황, 1971년 금태환 정지, 2008년 금융위기를 잇는 거대한 장기 파동이 지금 ‘파이널 슈퍼 체인지’라는 이름으로 재현되고 있음을 경고한다. 이는 금융 세력이 자산 가격을 인위적으로 부풀린 뒤(Pump), 최고점에서 대중에게 물량을 떠넘기고(Dump) 시장을 떠나는 마지막 단계를 의미한다.

특히 “유동성이 빚으로 커져 갈수록 현금 확보와 함께 대출을 줄이고 불필요한 자산을 정리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형성된 거대한 버블은 필연적으로 붕괴할 수밖에 없으며, 이 과정에서 준비되지 않은 개인과 국가는 ‘약탈 경제’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슈퍼 대공황’으로 규정하며, 달러의 마지막 폭등 후 가치 소멸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책은 경제 위기를 넘어 인류 문명의 구조적 전환점인 ‘모던 II’를 예고한다. 저자가 정의하는 ‘모던 II’는 전 지구적 산업과 스케일이 확장하던 시기(모던 I)가 끝나고, AI의 역습, 기후 변화(태양 활동 및 소빙하기), 인구 감소로 인해 산업이 ‘수렴’하고 위축되는 시기다.

AI가 노동·산업·사회구조를 압축하고, 솔라 플레어(태양 흑점 폭발)가 지진과 화산 활동을 촉발하고 전력망과 통신 인프라를 마비시켜 ‘전기 문명의 재앙’을 초래할 수 있음을 과학적 근거와 함께 제시한다.

저자인 화이트독의 독특한 이력도 눈길을 끈다.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숭실대 대학원 미디어아트 MATT 연구실 석사 졸업 후 박사과정을 마쳤다. 2013년에 수원대학교 미디어과에서 3D MAX, 일러스트를 강의했다. 2019년 세계 최대 규모인 독일의 노르트 아트 국제 미술 전시회(Nord Art international art exhibition)에 약탈경제 시리즈 작품을 가지고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참여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