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내연기관 생산 역사를 뒤로하고 노이어 클라쎄 전용 기지로 탈바꿈하는 BMW 뮌헨 공장. 사진제공| BMW그룹 코리아

100년 내연기관 생산 역사를 뒤로하고 노이어 클라쎄 전용 기지로 탈바꿈하는 BMW 뮌헨 공장. 사진제공| BMW그룹 코리아



[스포츠동아 원성열 기자] 800대의 로봇팔이 강판을 집어 올려 접합하고, 자율 이동 물류 로봇이 각종 부품을 싣고 소리 없이 라인을 오간다.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104년 동안 이 공장 공기를 가득 채웠을 쇳소리와 기계음은 온데간데 없다. 로봇팔의 낮은 구동음과 AI 모니터의 파란 불빛만이 공간을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3월 19일(현지시간) 독일 뮌헨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BMW 그룹 뮌헨 공장. 1917년 항공기 엔진 제작으로 출발해 BMW 3시리즈 900만 대를 쏟아낸 이곳이 지금 자동차 산업 역사상 가장 조용하고도 거대한 전환의 한복판에 서 있다. 뮌헨 공장의 전동화 역사는 생각보다 깊다. 1972년 뮌헨 올림픽 당시 BMW 최초의 전기차인 ‘BMW 1602 Elektro’를 제작해 가능성을 실험한 곳이 여기다. 이후 ‘프로젝트 i’를 통해 i3와 i8 개발 경험을 축적했고, PHEV 모델만 20만 대 이상을 생산했다. BMW는 2027년부터 뮌헨 공장에서 오직 순수전기차만을 생산할 계획이다.

그 전환의 중심에는 BMW의 명운을 건 ‘노이어 클라쎄(Neue Klasse)’가 있다. 1960년대 파산 위기의 BMW를 프리미엄 브랜드로 재탄생시켰던 ‘새로운 클래스’의 정신을 21세기 전동화 시대에 다시 소환한 것이다. 노이어 클라쎄는 단순히 새로운 전기차 라인업을 의미하지 않는다. 완전히 새로 설계된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디지털 경험(Digital), 순환 경제(Circular), 그리고 드라이빙의 즐거움(Joy)을 하나의 유기체로 통합하는 BMW의 거대한 미래 프로젝트다.

BMW 뮌헨 공장 차체 공장에서 로봇 팔이 차체를 조립하고 있다. 사진제공| BMW그룹 코리아

BMW 뮌헨 공장 차체 공장에서 로봇 팔이 차체를 조립하고 있다. 사진제공| BMW그룹 코리아


●버추얼 트윈으로 효율 극대화
새로 들어선 차체 공장(Body Shop)의 자동화율은 98%, 복잡했던 접합 공정은 단 5개로 줄었다. 과거 여러 공정에 나눠 처리되던 작업이 이제는 하나의 인라인 어셈블리에서 신속하게 처리된다. 기존 생산 라인을 멈추지 않고 거대한 설비를 구축할 수 있었던 비결은 ‘버추얼 트윈(Virtual Twin)’에 있다. 실제 공장과 똑같은 가상 복제 공장을 먼저 만들어 설계, 시공, 공정 검증을 디지털 공간에서 끝낸 뒤 오차 없이 실물로 옮긴 것이다. BMW는 전 세계 공장의 버추얼 트윈을 통합한 가상 플랫폼 ‘팩토리버스(FactoryVerse)’로 이를 운용하며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도심 한복판이라 부지를 확장할 수 없는 지리적 한계는 다층 물류 빌딩으로 돌파했다. 1층에서 납품된 부품이 컨베이어를 타고 해당 층 워크스테이션으로 곧장 이동하며, 자율주행 스마트 로봇이 매일 1만7000건의 물류를 처리하며 생산 라인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노이어 클라쎄의 두 번째 양산형 모델인 BMW 뉴 i3. 뮌헨|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노이어 클라쎄의 두 번째 양산형 모델인 BMW 뉴 i3. 뮌헨|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6세대(Gen6) eDrive 기술 혁신
노이어 클라쎄의 기술적 실체는 8월부터 출고될 ‘더 뉴 BMW i3’에 탑재되는 6세대(Gen6) eDrive 기술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직경 46mm의 원통형 셀을 사용하는 이 기술은 기존의 각형 셀 방식을 버리고 셀투팩(Cell-to-Pack) 기술을 적용했다. 에너지 밀도는 5세대 대비 20% 이상 향상됐으며, 배터리를 차체 구조 일부로 직접 통합하는 ‘팩-투-오픈바디(Pack-to-Open Body)’를 도입했다. 배터리가 바닥 강성을 직접 지지하게 됨으로써 차체는 가벼워지고 공기역학은 개선되며 실내 공간까지 넓어지는 효과를 거뒀다.

구동 시스템 또한 전면 재설계했다. 전륜에는 비동기 모터(ASM), 후륜에는 외부여자식 동기모터(EESM)를 배치하고 실리콘 카바이드 인버터를 적용해 전력 손실을 40% 줄였다. 시스템 무게는 10% 감소했고 제조 비용은 20% 절감됐다. 노이어 클라쎄를 위해 자체 개발한 ‘하트 오브 조이(Heart of Joy)’ 시스템이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며 최장 약 900km(WLTP 기준)에 달하는 주행거리를 실현했고, 800V 고전압 시스템을 통해 단 10분 충전으로 400km를 달릴 수 있는 기술적 토대를 완성했다.

BMW 6세대 eDrive 기술의 핵심인 원통형 배터리 셀.  뮌헨|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BMW 6세대 eDrive 기술의 핵심인 원통형 배터리 셀. 뮌헨|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치밀한 공급망 전략
BMW는 노이어 클라쎄의 안정적인 생산을 위해 유럽 내 ‘로컬 포 로컬(Local for Local)’ 공급망을 완성했다. 고전압 배터리는 뮌헨에서 차로 90분 거리인 이를바흐-슈트라스키르헨 신공장에서 생산돼 조립 라인에 직송된다. 란츠후트 공장의 알루미늄 주조 공장에서는 6세대 전기 엔진 하우징을 생산하며, 핵심 부품인 변속기 등은 오스트리아 슈타이어 공장이 전담한다. 이와 같은 긴밀한 네트워크를 통해 물류 비용을 낮추고 공급망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피터 웨버 뮌헨 공장 총괄은 “i3 생산과 함께 전체 생산 비용을 10% 추가 절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104년 전 이곳을 울리던 엔진 소리는 사라졌지만, 그 자리엔 노이어 클라쎄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바꿀 전기차가 조용히 태어나고 있다. 독일 제조업의 자존심은 이제 디지털과 전동화의 옷을 입고 다시 뛰기 시작했다.

뮌헨|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