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지훈 명진단 내분비내과 전문의
최근 건강검진이나 복부 관련 검사에서 부신에 작은 혹이 발견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때 “부신에 혹이 있는데 추적 관찰을 합시다”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막연한 두려움에 빠지거나 반대로 특별한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무심코 넘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부신에 생긴 혹은 결코 가볍게 여길 문제가 아니다.
부신 우연종은 복부 CT 검사 중 다른 목적으로 시행한 영상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부신의 종괴를 말한다. 검사를 받는 환자의 약 4~7%에서 발견될 정도로 비교적 흔하며, 고해상도 CT 보편화로 발견 빈도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인체 부검 연구에서는 성인의 1~8%에서 부신 종괴가 확인되며,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대부분이 양성으로 경과하지만 일부는 호르몬 과잉 분비나 악성 종양일 수 있다는 점이다. 부신 혹의 크기나 모양만으로는 성격을 판단할 수 없어 발견 즉시 반드시 기능성과 악성 여부를 평가해야 한다.
첫째, 부신 혹이 코르티솔, 알도스테론, 카테콜아민 등 호르몬을 과잉 분비하는 ‘기능성’ 종괴인지, 둘째, 악성 종양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평가는 영상 검사뿐 아니라 혈액과 소변을 통한 호르몬 검사 병행이 필수이며, 반드시 내분비내과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하다. 단순 영상 소견만으로 ‘양성 같으니 경과 관찰’이라는 결론은 불완전한 평가이다.
부신이 분비하는 주요 호르몬 중 과잉 분비 시 주의해야 할 대표 질환은 다음과 같다. 먼저 쿠싱증후군이다. 해당 질환은 부신 종괴가 코르티솔을 과잉 분비하면 고혈압, 당뇨, 골다공증, 복부비만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전형적 증상 없이 ‘무증상 자율분비’ 상태가 부신 우연종 환자의 20~30%에서 보고된다. 이는 심혈관계 위험과 대사 이상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 반드시 선별검사를 해야 한다.
다음은 갈색세포종이다. 부신 수질에서 카테콜아민을 과잉 분비하는 종양으로 두통, 발한, 심계항진, 고혈압 발작이 특징이나 절반 가까이 무증상이다. 부신 우연종 환자 중 4~7%가 해당하며, 미진단 상태에서 수술·마취 시 심각한 고혈압 발작이나 심정지 위험이 있어 최우선으로 배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원발성 알도스테론증이다. 알도스테론 과다 분비로 치료 저항성 고혈압과 저칼륨혈증을 유발한다. 전체 고혈압 환자의 5~10%가 해당할 수 있으며,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 위험도 커 고혈압 동반 부신 종괴에서는 반드시 검사해야 한다.
악성 종양 가능성은 CT 영상 내 HU값(Hounsfield Unit)이 중요하다. HU값이 10 이하이면 지방이 많은 전형적 부신 선종으로 양성일 확률이 높지만 10 이상이면 추가 영상 검사 및 정밀 평가가 필요하다. 종괴 크기가 4cm 이상이면 악성 가능성이 커 수술을 고려하며, 경계 불규칙이나 고HU값인 경우 크기와 관계없이 정밀 검사가 요구된다.
부신 우연종이 발견되면 영상 소견과 무관하게 반드시 호르몬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유럽내분비학회와 유럽부신종양학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모든 부신 우연종 환자에게 ▲혈장 또는 소변 메타네프린 검사(갈색세포종 배제) ▲1mg 덱사메타손 억제검사(무증상 코르티솔 자율분비 선별) ▲혈장 알도스테론과 레닌 측정(고혈압 동반 시 원발성 알도스테론증 배제)을 권고한다.
검사 결과에 따라 추가 MRI, 조영 CT 등으로 악성 여부를 꼼꼼히 평가하며, 단순 6개월 후 CT 추적만으로는 기능성 종괴를 놓치기 쉽다. CT 결과지에 ‘부신 우연종’, ‘부신 선종 의심’, ‘부신 결절’ 등의 소견이 있으면 반드시 내분비내과 전문의를 찾아 정밀 검사와 상담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
특히 고혈압 치료가 어려운 경우, 저칼륨혈증, 조기 당뇨 및 골다공증이 의심될 때는 부신 종괴 유무에 관계없이 반드시 호르몬 검사를 받아야 한다.
부신은 체내 여러 대사 활동을 조절하는 중요한 장기다. 부신의 작은 혹을 단순히 ‘작아서 괜찮다’거나 ‘모양이 이상하지 않으니 암이 아니다’라고 방치하지 말고, CT 발견 즉시 영상과 호르몬 검사를 병행해 부신 건강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생명을 지키는 현명한 선택이다.
정확한 진단과 전문적인 관리만이 부신 종괴로 인한 합병증과 위험을 예방할 수 있다. 부신 혹 발견 시 적극적인 검사와 내분비내과 상담을 꼭 받기를 권한다.
배지훈 명진단 내분비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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