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스포츠동아DB
배드민턴 여자단식의 안세영(21·삼성생명·세계랭킹 1위)은 성인무대에 진입한 2018년부터 올해까지 ‘셔틀콕 여제’에 걸맞은 성장곡선을 그렸다. 2018년 2월 세계랭킹 1335위로 시작해 올해 8월 1위에 오르는 동안 수많은 난관을 극복해왔다. 이제 남은 과제는 2022항저우아시안게임과 2024파리올림픽 정상이다. 내심 1996애틀랜타올림픽 여자단식 금메달리스트 방수현의 뒤를 잇고 싶다는 의지도 강하다.
공교롭게도 안세영은 방수현 이후 27년만의 한국인 여자단식 세계 1위다. 그는 “지금까지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로 이어진 적이 많았다. 항저우아시안게임도 열심히 준비하면 금메달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세대교체 선두주자에서 최강자로!
안세영은 2009년 광주 풍암초 1학년 때 배드민턴 라켓을 잡은 이후 최고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광주체중 3학년 때인 2017년 말에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여자단식 1위를 차지하며 세대교체의 선두주자로 부상했다.
당시 한국배드민턴은 세대교체의 과도기를 맞아 과거에 못 미치는 경기력을 보였다.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선 사상 첫 노메달의 수모를 겪었고, 안세영 또한 여자단식 32강전에서 천위페이(중국·3위)에게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역대 최연소로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한 안세영에 대한 배드민턴계의 기대는 여전히 컸다.
안세영은 그 같은 기대에 부응했다. 특히 올해는 8월까지 출전한 11차례의 국제대회에서 모두 입상했고, 결승전에는 10번 올라 7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학균 배드민턴국가대표팀 감독은 “(안)세영이가 올해 안으로 세계랭킹 1위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몇 년 사이 안정감이 생겨 상대의 템포에 휘둘리지 않는 까다로운 선수로 성장했다”고 칭찬했다.
안세영. 스포츠동아DB
●안세영에게 천적은 넘을 수 있는 산
안세영은 성인무대 데뷔 이후 수많은 천적들과 마주했다. 그와 함께 여자단식 세계랭킹 톱4를 형성한 야마구치 아카네(일본·2위), 천위페이, 타이쯔잉(대만·4위)은 물론 허빙자오(중국·5위) 등은 난적이었다. 야마구치(8승12패), 천위페이(6승10패), 타이쯔잉(8승2패), 허빙자오(5승4패) 모두 자신보다 4~8세 많은 선수들이라 기량과 경험 측면에서 이들을 극복하는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처음 천위페이와 허빙자오를 만나서는 각각 7전패와 4전패로 고전했다. 야마구치를 상대로도 3연패, 4연패에 빠지기도 했다. 타이쯔잉과 맞대결 역시 결과와 별개로 손쉽게 이겼던 경우는 드물었다.
그러나 안세영에게 천적은 ‘넘을 수 있는 산’이었다.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매일 같이 이어진 새벽운동을 견뎌내며 담금질을 거듭했다. 대표팀에서 여자단식 경쟁자이자, 소속팀 동료인 김가은(삼성생명·18위)은 “세영이가 나보다 후배지만 보여준 것이 많다. 그럼에도 늘 훈련장에서 최선을 다해 배울 점이 많다”고 칭찬했다.
그 과정에서 상대 선수에 대한 분석을 철저히 이어갔다. 그 결과 올해 야마구치(3승3패), 천위페이(5승2패), 타이쯔잉(5승1패), 허빙자오(5승)를 넘어서기에 이르렀다. 성지현 대표팀 여자단식 코치는 “세영이가 이전과 달리 올해부터는 자기 페이스대로 경기를 운영하면서도 상대 선수의 약점을 잘 파고들기 시작했다. 특히 천위페이의 경기 템포는 세영이와 맞지 않아 걱정이 컸지만, 점점 극복해내고 있어 대견하다”고 밝혔다.
안세영.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3월 전영오픈, 8월 세계개인배드민턴선수권대회 등 올해 주요 국제대회 정상에 오른 안세영이지만,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갈증은 몹시도 크다.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노메달은 물론 2020도쿄올림픽 여자단식 8강 탈락 등은 그에게도 아픈 기억이다. 두 대회에서 모두 천위페이의 벽에 가로막혔다.
그러나 최근의 괄목할 만한 성장세로 항저우아시안게임과 파리올림픽 전망에 청신호를 켰다. 천위페이, 타이쯔잉, 허빙자오 등 숙적들도 “안세영의 최대 장점은 수비력과 나이다.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어 얼마나 더 높이 올라갈지 궁금하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안세영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정상 등극을 다짐하고 약속했다. 그는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은 아시안게임, 올림픽,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이라며 “이 4개 대회에서 우승을 해보고 싶다. 목표는 그랜드슬램”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