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완은 “가족과 처음 함께 본 영화 ‘쉬리’를 만든 강제규 감독을 만나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태극기 달고 보스턴마라톤 첫 출전’ 서윤복·손기정의 실화 영화 ‘1947 보스톤’
어릴적 처음 본 영화가 ‘쉬리’
강제규 감독님 작품 출연 영광
배우 임시완(34)과 강제규(60) 감독이 27일 개봉하는 영화 ‘1947 보스톤’으로 마침내 꿈을 이뤘다. 영화는 1947년 최초로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미국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 출전한 선수 서윤복(임시완), 감독 손기정(하정우)과 코치 남승룡(배성우)의 실화를 담았다. 연출한 강 감독은 1924년 파리 올림픽 육상 금메달리스트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불의 전차’를 본 1981년 이후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를 줄곧 가슴에 품어왔다. 이를 풀어내기 위해 온갖 장애도 많았지만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등으로 ‘원조’ 쌍천만 감독에 올랐던 강 감독은 결국 “육상영화를 향한 꿈”을 현실로 이뤄냈고, 강 감독의 영화를 보며 꿈을 키운 임시완은 그의 작품에 “출연하는 그 자체로 환상적인 꿈”만 같다고 했다. 어릴적 처음 본 영화가 ‘쉬리’
강제규 감독님 작품 출연 영광
●배우 임시완
임시완은 강제규 감독을 ‘내 유년 시절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영화를 만든 분’이라고 표현했다. 가족과 함께 극장에서 처음 본 영화가 ‘쉬리’였고, 강 감독의 영화를 보고 나면 오랜 시간 가슴속 깊은 곳에서 먹먹함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돌이켰다.
“그랬던 강 감독님과 제가 작품을 하게 될 거라는 건 상상조차 해보지 않은 일이에요. 함께 일하고 나서는 감독님의 인품에 반했어요. 촬영 현장이라는 게 불특정한 변수들이 무한대로 노출된 것인데도 누구에게 아주 잠깐이라도 언성 한 번 내는 걸 본 적이 없어요.”
임시완은 캐스팅 직후 곧바로 서윤복에 대한 자료를 전부 찾아봤다. 작지만 엄청나게 탄탄한 몸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고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곧바로 운동과 식단관리를 병행했다. 탄수화물을 전부 끊고 체지방률 6%까지 몸을 바꿨다.
“8개월 동안 닭가슴살만 먹었어요. 상체 노출 장면을 앞두고는 근육을 더 도드라져 보이게 하기 위해 며칠 동안 물도 안마셨어요. 가장 괴로웠던 건 촬영장에 오는 밥차를 보는 거였어요. 저희 현장에 오는 밥차가 진짜 우리나라에서 ‘톱3’ 안에 들어갈 정도로 맛있게 하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었거든요. 지금 제 체지방률은 그때의 두 배 이상이에요. 하하!”
혹독한 다이어트를 끝내고 임시완이 가장 먹고 싶었던 것은 치즈가 듬뿍 들어간 두툼한 햄버거. 크게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기름기가 손톱 끝, 발톱 끝까지 전해지는 것”같았고, 그 ‘감각’을 죽을 때까지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웃었다.
마라톤은 영화 촬영을 계기로 시작하게 됐지만, 지금은 인생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취미이자 활력소가 됐다. 바쁜 스케줄 틈틈이 달리며 가수 션, 배우 박보검 등 연예계 동료들이 속한 ‘마라톤 크루’들과 함께 대회도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
“뛰다 보니 저에게 정말로 잘 맞는 운동이더라고요. 뛸 때만큼은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것도 내 몸 하나로 목표 지점을 향해 뛰어간다는 것도 좋아요. 내 다리가 앞으로 나아간 만큼의 거리만이 기록된다는 것, 그 단순 명쾌함이 좋아요. 영화를 통해서 평생의 취미를 얻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하죠.”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