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 결과 중간발표 내용에 대한축구협회는 조목조목 반박했다. 일각에선 정치적 간섭을 금하는 FIFA 경고가 KFA에 힘이 될 것으로 보나, 동시에 사법 조치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문화체육관광부가 홍명보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대한축구협회(KFA)가 정면 대응에 나섰다.
7월 중순부터 감사를 진행해온 문체부는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KFA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여러 차례 규정을 위반한 정황이 포착됐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최종 감사 결과는 이달 말 예정돼 있으나, 관심도가 가장 높은 대표팀 사령탑 선임 건부터 공개했다.
문체부가 집중한 부분은 감독 선임 막판 물러난 정해성 전 KFA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 대신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작업을 이어간 과정이다. ▲KFA 정관상 A대표팀 운영에 관여할 수 없는 이 이사가 절차 없이 전력강화위원장 역할을 물려받은 점 ▲자격 없이 최종 후보 면접을 하고도 전력강화위원회에 정보를 공유하지 않은 것 등을 규정 위반으로 봤다. 정 전 위원장이 당시 1순위였던 홍 감독부터 접촉했다면 절차적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KFA는 모든 지적을 반박했다. “전력강화위원회는 마무리됐고, 이 이사가 추천 후보 면담 및 협상을 진행했다. ‘회장의 부당 개입, 전력강화위원회 무력화’라는 감사 발표 역시 협회장 직무 범위 등에 대한 심각한 오해”라고 맞섰다.
그러나 반박문은 최악의 판단에 가깝다. 홍 감독의 후보 선정 과정에 특혜가 없다는 사실은 확인돼 ‘공정성’ 시비에선 자유로워졌지만, 모든 잘못을 인정할 수 없다는 막무가내 태도에 여론은 다시 들끓기 시작했다. 복수의 KFA 관계자들도 “복지부동해도 부족할 때 악수를 뒀다”며 혀를 찼다.
문체부는 축구종합센터 건립 관련 보조금 집행 및 차입금 실행, 지도자 자격 관리 등에 대한 감사도 진행 중이다. 여러 처분 요구가 이뤄질 수 있는데, 국제축구연맹(FIFA) 경고가 변수다. FIFA는 지난달 29일 “KFA가 문체부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추궁을 받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는 공문을 KFA에 보냈다. FIFA 정관 제14조와 15조, ‘제3자의 간섭을 받아선 안 된다’와 ‘정치적 간섭에서 독립적이어야 한다’를 강조하며 징계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FIFA라는 ‘방패’가 모든 것을 막아주진 못한다. “투명하지 않은 자금 집행 등에서 문제점이 포착되면 사법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문체부 안팎으로 가득하다. 사법기관 고발로 이어질 수 있다. 인사 문제는 ‘지적’으로 끝나더라도, 돈 문제는 다르다. 이는 정치적 개입이 아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