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에 따르면 장비 대여업체를 운영하는 최모(가명) 사장은 지난 11월, 가게를 찾아온 한 손님을 잊지 못한다. 깔끔하게 승려복을 차려입고 운전기사까지 대동해 가게를 찾아왔다는 스님은 불교 행사에 필요하다며 소형 발전기를 빌리러 왔다고 했다. 신분증과 승려증까지 제시하며 자신이 지내는 관악산 사찰로 발전기를 보내 달라는 스님 말에 아무 의심 없이 배달까지 해줬다는 최 사장.
그런데 반납기일이 지나고 난 뒤 스님은 최 사장 전화도, 문자도 받지 않고 연락을 끊었다. 답답한 마음에 그날 함께 온 운전기사에게도 연락해 봤지만, 반납한 줄 알았다는 어이없는 답변만이 돌아올 뿐이었다.
“처음부터 이 발전기를 빌려달라고…. 자기가 사찰에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승려복을 입고 오셨고, 승려증까지도 제출하셨었고요.” - 피해업체 김모(가명) 사장
스님 소식이 다시 들려온 건 전라남도의 한 장비 대여업체. 김 사장 역시 승려복을 입은 스님 모습에 의심 없이 발전기를 대여해줬지만, 최 사장과 마찬가지로 돌려받지 못했다. 이처럼 전국각지에 확인된 피해업체만 무려 10곳 이상. 스님은 대체 왜 전국을 돌아다니며 발전기를 빌린 뒤 돌려주지 않는 걸까.
제작진은 스님을 만나기 위해 그가 기거하고 있다는 사찰을 찾았으나, 사찰 관계자 누구도 스님에 대해 알지 못했다. 혹시 스님이 속해 있다는 종단에서는 행방을 찾을 수 있을까. 그러나 종단 관계자 또한 스님의 승려증이 이미 기한이 만료되어 승려 자격이 없다고 설명했다.
“경북 구미에 있는 절에서 사용한다고…. 스님같이 찍은 신분증을 맡겨놓고 갔어요.” - 대구 B업체
“자기가 무슨 법당을 가지고 있는데, 거기서 법회를 하겠다면서….” - 충주 C업체
피해업체 관계자는 스님이 발전기를 빌리고 잠적한 시점이 어딘가 석연치 않다고 했다. 해당 발전기가 선거 유세차량에 주로 쓰이는 제품인데, 몇 달 뒤에 있을 총선 때문에 예약하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 스님 모습을 하고 전국을 다니며 고가의 발전기를 빌리고 다니는 남자, 그의 진짜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정말로 총선 특수를 노린 범죄인 걸까.
방송은 15일 금요일 밤 9시.
홍세영 동아닷컴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