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 중인 KIA 네일. 스포츠동아 DB
프로야구 출범 원년인 1982년부터 지난해까지 3점대 평균자책점(ERA)으로 이 부문 타이틀을 차지한 투수는 2003년 세드릭 바워스(현대 유니콘스·3.01), 2014년 릭 밴덴헐크(삼성 라이온즈·3.18), 2017년 라이언 피어밴드(KT 위즈·3.04) 등 3명뿐이었다.
2점대 이내의 ERA는 ‘최정상급 선발투수’를 가늠하는 하나의 기준이다. 올해는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의 도입으로 ‘타고투저’ 현상이 짙어졌다. 전반기까진 제임스 네일(KIA 타이거즈·2.66)과 카일 하트(NC 다이노스·2.74) 등 규정이닝을 채운 2명의 선발투수가 2점대 ERA를 기록 중인데, 리그 평균 ERA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는 까닭에 7년만에 2점대 선발투수를 못 볼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지난 5년간 ERA 타이틀홀더들은 2점대의 붕괴를 걱정하진 않았다. 2019년 양현종(KIA·2.29)과 2020년 에릭 요키시(키움 히어로즈·2.14), 2021년 아리엘 미란다(두산 베어스·2.33), 2022년 안우진(키움·2.11), 2023년 에릭 페디(NC·2.00) 모두 넉넉하게 2점대 ERA를 달성했고, 안우진과 페디는 1점대 ERA 진입까지 노렸다. 지난해만 해도 2점대 ERA를 기록한 선발투수가 총 6명이었다. ABS 도입 첫해부터 그 흐름이 확 달라진 게 눈에 띈다.
올 시즌 2점대 ERA 이내의 선발투수는 3월까지 총 9명이었으나, 4월 들어 3명으로 눈에 띄게 줄었다. 5월까지도 네일(1.64)과 원태인(삼성·2.86), 윌리엄 쿠에바스(KT·2.87)의 3명이 자존심을 지켰지만, 지금은 네일과 하트만이 남아있다. 5월까지 1.64의 ERA를 기록 중이던 네일이 6월 이후 ERA 4.54로 흔들리면서 독주체제가 무너졌다.
반면 5월까지 3.21의 ERA를 기록 중이던 하트는 6월 이후 ERA 1.91의 호성적을 거두며 타이틀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 뒤를 잇는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등록명 헤이수스·키움·3.13), 원태인(3.16)도 선두권과 격차가 크지 않아 경쟁구도가 변화할 가능성은 열려있다. 혹서기(7~8월)의 무더위와 장마 등 변수가 어떻게 작용할지도 지켜봐야 한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