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일본 와카야마 가미톤다구장에서 만난 KT 이종범 코치. 와카야마(일본)|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과거 김응용 전 감독이 했다는 ‘투수는 선동열, 타자는 이승엽, 야구는 이종범’이라는 말이 있다. KT 위즈 이종범 코치(54)는 선수 시절 치고 달리는 것은 물론 잡고 던지는 것까지 모두 능했다. 이에 지도자 경험 역시 풍부하게 쌓을 수 있었다. 타격, 주루에 퓨처스(2군) 감독까지 몸담은 보직이 적지 않다. 올가을 이 코치 영입에 팔을 걷은 이강철 KT 감독은 “(이 코치는) 갖고 있는 게 많은 사람이지 않은가”라고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수비와 주루
KT가 이 코치에게 기대하는 바는 분명하다. 아직 코칭스태프 개편이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이 감독은 야수총괄 개념으로 이 코치에게 많은 역할을 부여할 계획이다. 이 감독은 “타격은 물론 주루, 수비까지 모두 잘 아는 데다 미국에서 쌓은 경험까지 있다”고 말했다. 이 코치는 “처음 연락을 받곤 (이 감독에게) ‘3일만 시간을 주시라’고 하고 나서 가족과 의논해 결정했다”며 “(이 감독이) LG 트윈스 시절 퓨처스 감독으로 쌓은 경험과 여러 면을 높게 평가해주셨다”고 밝혔다.
KT는 도루 능력 향상과 외야 백업층 키우기에 주목하고 있다. 베이스 크기가 커지고 피치클록 도입으로 도루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KT는 ‘뛰는 야구’에 취약했다. 그리고 경기 후반 김민혁, 배정대, 멜 로하스 주니어를 대신해 외야 수비를 맡을 수 있는 백업 인원이 제한적이었다. 이 코치 역시 이 점을 곧장 파악했다. 일본 마무리캠프에서 천성호, 안현민 등 포지션을 바꾼 선수를 비롯해 여러 외야수를 지도하고 있는 그는 “실점을 최소화하고, 주자에게 한 베이스를 더 내주지 않는 외야 수비를 만드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모두 이 코치를 잘 따르는 것 같다”고 흡족해했다.
●재회
이 감독과 이 코치는 12년 만에 같은 팀 유니폼을 입게 됐다. 둘은 선수 시절 해태 타이거즈 왕조를 함께 이룬 선·후배이자,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선수였다. 지도자가 되고 선동열 전 감독이 이끈 2017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이 감독이 투수, 이 코치가 외야수비·주루를 담당했지만, 소속팀에서 인연이 닿진 않았다.
이에 다시 만나는 감회가 깊다. 이 감독은 “둘 다 지도자가 되고는 같이 야구하는 게 처음”이라며 “이 코치가 은퇴하는 해(2012년) 내가 KIA 코치였는데, 그게 마지막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이 코치는 야구를 워낙 잘하는 사람이지 않은가. (능력을) 좀 빼먹고 싶어서 불렀다”며 웃었다. 이 코치는 “감독님과 서로를 잘 아니 적응 역시 어렵지 않았다”며 “1년 동안 잠시 떠났다가 돌아오니 ‘역시 유니폼 입고 필드에 있는 게 마음이 가장 편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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