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을 떠나는 팔로세비치(오른쪽)와 제시 린가드. 스포츠동아DB
팔로세비치는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김천 상무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24라운드 홈경기를 끝으로 서울과 이별을 알렸다. 2019년 7월 포항 스틸러스 유니폼을 입고 K리그에 데뷔한 지 5년 만이다.
현역 은퇴는 아니다. 팔로세비치의 행선지는 세르비아 리그의 OFK 베오그라드다. 2011년 그를 프로 무대로 안내해준 고향과도 같은 팀이다. 일단 형식은 6개월 단기임대이지만 완전 이적 옵션이 포함됐다. 다음 시즌 복귀 가능성이 전혀 없진 않아도 서울을 떠나게 된 배경이 가정사이다보니 쉽진 않다.
작별은 진작에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 팀 사정이 좋지 않았다. 베테랑 기성용과 백상훈, 황도연 등 3선이 전멸해 출국이 조금 미뤄졌다. 최근 울산 HD 원두재 트레이드마저 실패한 서울은 김천전에서 측면 수비수 최준을 중원에 배치하기에 이르렀다. 몸놀림이 예전과 같진 않더라도 팔로세비치는 늘 생각나는 자원이었다. 포항에서 함께 했고 올 시즌 서울에서 재회한 그에게 김 감독은 “오늘(김천전)까지만 해줬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고별전을 앞둔 팔로세비치는 행복하지 않았다. 마지막 팀 훈련 내내 표정이 어둡던 그를 김 감독이 불러 긴 대화를 나눴다. 팔로세비치는 “많은 감정이 교차한다. 좋은 시간도 어려움도 있었다. 당신(김기동)이 서울에 와서 기대도 컸고 도움이 되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우울하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팔로세비치는 올 시즌을 앞두고 계약연장까지 하며 의욕을 보였으나 만족스럽지 못했고, 최근 페이스는 뚝 떨어졌다.
결국 서울 벤치의 호출을 받지 못했으나 팔로세비치는 마지막까지 프로다웠다. 웜업존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뛰며 몸을 풀고, 후반 7분 포항에서부터 숱한 추억을 쌓은 일류첸코의 선제 결승골이 터지자 가장 먼저 달려나가 포옹하며 축하를 전했다.
팔로세비치가 불어넣은 긍정의 기운은 피치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리그 23라운드 울산전(0-1)과 주중 포항과 코리아컵(FA컵) 8강전(1-5)까지 2연패에 빠졌던 서울은 1-0 으로 이겨 9승6무9패, 승점 33으로 6강 진입에 한 걸음 다가섰다.
승리의 찬가가 울려퍼지자 동료들을 일일이 꼭 안아준 팔로세비치가 K리그에 남긴 족적은 깊다. 포항에서 1년 반 동안 K리그 38경기를 뛰며 19골·10도움을 올렸고, 2021년 서울에서의 첫 시즌 10골·4도움을 시작으로 이날 경기까지 129경기에서 20골·10도움을 기록했다.
상암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