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선수들. 스포츠동아 DB
키움 히어로즈는 투·타의 핵을 모두 잃은 채로 2024시즌을 시작했다. 지난 2년간 에이스로 활약한 안우진(25)이 오른쪽 팔꿈치 인대접합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은 뒤 입대했다. 중심타자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메이저리그(MLB)로 떠났다. 그뿐 아니라 지난해 팀 내 선발투수 투구이닝 2위 장재영(73.2이닝)은 팔꿈치 부상 탓에 타자로 전향하는 등 뎁스가 얇아진 탓에 올 시즌 압도적 최하위(10위) 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키움은 선전하고 있다. 순위는 최하위(10위·48승60패)지만, 가을야구 진출 마지노선인 5위 SSG 랜더스(54승1무55패)와 게임차도 5.5경기로 포기할 단계가 아니다. SSG(4승10패), KT 위즈(1승9패)와 상대전적에서 크게 밀린 게 아쉽지만, 끊임없이 중·상위권 팀들을 위협하며 승부를 걸 타이밍을 엿보고 있다. 아리엘 후라도-엔마누엘 데 헤이수스의 강력한 원투펀치와 김혜성, 송성문이 투·타의 중심을 잡고 선수단을 이끌고 있다.
당초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들의 1군 연착륙도 키움이 버티는 비결 중 하나다. 선발로테이션을 돌고 있는 김인범(18경기 2승6패·평균자책점(ERA) 4.84)과 김윤하(12경기 1승2패·ERA 7.04)가 대표적이다. 16경기에서 승리 없이 1패3홀드, ERA 3.45를 기록 중인 우완투수 양지율은 키움 불펜에 없어선 안 될 자원이 됐다. 내야수 고영우 역시 올 시즌 입단한 신인임에도 엔트리 말소 없이 개막전부터 1군에서 함께하고 있다. 80경기 타율 0.272, 29타점, 출루율 0.342로 성적도 준수하다.
주축 선수들의 잇딴 부상으로 엔트리 구성이 쉽지 않을 때도 홍원기 키움 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적극 활용해 빈자리를 채웠다. 올 시즌 초반에 “더 떨어질 데가 없다”며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은 그의 메시지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 과정에서 자신감을 얻은 선수들이 1군에서 필요한 자원으로 거듭나는 효과도 누렸다. 내야수 원성준과 이승원이 여기에 속한다. 주축 선수의 이탈 공백까지 최소화하고 있으니 키움을 상대하는 팀들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키움은 올 시즌 마지막까지 그대로 무너질 생각이 없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