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티타임’]찻잔가득‘무릉도원의향’

입력 2008-03-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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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한 꽃향기라 할까 아니면 과일향이라 부를까. 딱히 한마디로 꼬집어서 정의 내리기 어려운 향기를 지니고 있는, 이 차의 이름은 ‘철관음’(鐵觀音)이라 칭한다. 철관음은 발효된 차 중에서도 반발효차(半發酵茶)라 부르며 일명 청차(靑茶)라고도 불린다. 아주 오래전 청(淸)의 건륭(乾隆)황제가 이 차를 맛본 후 이르기를 차의 겉 모양이 까맣고 반지르르하며 튼실한 것이 마치 무게가 철과 같고, 맛과 향의 아름다움이 관음과 같으니 ‘철관음’이라 차 이름을 하사하였다. 이후 지금까지 철관음이라 전해 내려오고 있다. 작년 가을 나는 철관음의 고향인 푸젠성(福建省) 안계현(安溪縣) 서평(西坪)에 다녀왔다. 밤이 늦은 시간 마을에 도착하니 마을 전체가 온통 차향기로 가득했다. 집집마다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반쯤 열린 대문으로 차를 만드느라 분주히 오고가는 그들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들의 분주함 속에서는 왠지 모를 평온함이 배어 나온다. 그래서일까! 차를 마실 때면 왠지 내 마음도 편안해지면서 일상의 잡념에서 벗어난다. 그래서 차는 나에게 있어 영원히 변치 않는 친구이자 동반자이다. 친구 집에 들어서니 소박해 보이는 부모님이 약간은 어설프면서도 반갑게 맞이해 주신다. 그 마을에선 외국인이 우리가 처음이란다. 낡은 주전자에는 미리 올려 놓았는지 물이 끓고 있었다. 이제 막 완성되었는지 따뜻함이 채 가시지도 않은 차를 한 웅큼 집어 오시더니 이내 능숙한 솜씨로 아버지는 차를 정성스레 우려준다. 한 잔의 차를 통하여 상대방의 따뜻한 마음까지도 느낄 수가 있다. 철관음은 그 모양이 동글동글한 것이 마치 잠자리 머리처럼 바짝 말려져 있고, 녹차에 비해 찻잎이 크고 두껍다. 5∼7g(대략 티스푼으로 4∼7스푼)의 차를 차호(茶壺)에 넣고 100도로 끓는 물을 붇는다. 첫 번째 차를 우리는 시간은 약 20초에서 1분 정도가 적당하다. 간혹 녹차의 온도와 비슷하게(80∼85도) 차를 우리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온도가 높지 않으면 철관음 본연의 차향기와 맛이 제대로 우러나오지 않으므로 주의한다. 철관음의 향기는 매우 그윽하며 싱그러운 과일의 꽃 향이 뚜렷하다. 난초 향을 지니고 있기도 한데 이런 향기를 전문적으로 음운(音韻)이라하며, 이 음운을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란 참으로 오묘하고도 어렵다. 맛있게 우린 찻물을 입안에 넣는 순간 맑고 신선함이 느껴지며, 순수하고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목으로 삼키는 순간 상쾌한 단맛이 느껴짐이 무릉도원이라도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녹차는 일반적으로 3∼4회 정도 우려 마시는데 비해 철관음은 7∼10회까지도 가능하다. 김 영 숙 중국다예연구중심 원장이자 ‘중국의 차와 예’의 저자 현재 중국복건성 복건농림대학 다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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