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들이 공중을 붕붕 날아다닌다.
싸움을 하자는 것인지 공중곡예를 겨루자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두 사람은 지면보다는 허공에서 격돌하고 있다.
“몸이 많이 가벼워졌군. 요즘 운동 좀 하나보지?”
백의의 사내가 비아냥거렸지만 흑의의 사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게 내 대답’이라는 듯 <실전> 흑1로 끊어갔다. 백의의 사내가 대경실색하며 백2로 받았다.
“어이쿠, 거 성격 한 번 급하시구먼.”
백4는 정수이다. <해설1> 백1로 단수치는 것은 흑이 2를 활용한 뒤 손을 뺄지 모른다. 흑A가 선수가 되면 우상귀에서의 맛이 달라져버린다.
예를 들어 <실전> 흑7 대신 <해설2> 흑1로 백 한 점을 잡으면?
백은 당장 귀의 뒷맛을 가동시킬지 모른다. 백2로 ‘건너가게 해 주세요’하면 흑은 ‘그건 안 되지’하고 3으로 막을 수밖에 없다.
백은 8까지 널찍하게 살 수 있다. 물론 <해설1>처럼 흑A가 선수가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뒷맛’이란 표현을 누가 처음 바둑판 위에서 썼는지 모르지만, 참 재미있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별 게 없어 보이지만 상황에 따라선 훗날 수가 날 수 있는 모양’ 정도라고나 할까.
‘하수는 뒷맛을 몰라서 지고, 고수는 뒷맛을 아끼다 진다’란 말이 있다. 하수는 뒷맛을 자꾸 없애서 문제고, 고수는 ‘조금만 더 있다가 써 먹어야지’하다가 망한다는 얘기이다.
“잠시만 쉬었다 싸우지.”
“그러지.”
두 사람은 십여 장을 격하고 앉아 쉬었다.
땀은 채 흐르기도 전에 거친 들바람이 쥐고 달아났다. 나무 위의 까마귀 떼가 두 사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해설=김영삼 7단 1974ys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