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얻을 목적으로 기업이 선수를 후원하는 것을 스포츠 마케팅에서는 인도스먼트(Endorsement)라고 한다. 운동선수가 갖고 있는 이미지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기법으로 선수를 제품 광고모델로 쓰거나 선수 모자에 제품 로고를 새기는 대가로 현금이나 현물을 지불하는 것을 말한다. 대회나 팀이 아닌 개인선수를 마케팅에 활용한다는 점만 다를 뿐이지 기업이 투자 대가로 뭔가를 얻고자 한다는 점에서는 스폰서십과 동일하다.
선수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기업들이 많은 첫째 이유는 중계방송이나 뉴스를 통해 선수가 미디어에 자주 노출된다는데 있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출중한 미모의 탤런트나 잘 생긴 영화배우로부터는 떠올릴 수 없는 것을 운동선수들은 갖고 있다는 것도 그 중의 하나다. 스포츠의 순수함, 땀, 이기고자 하는 투지, 열정, 체력 등 아무런 연출 없이 운동선수들이 일반인들에게 연상시킬 수 있는 이미지들이 그렇다. 어떤 조사에서 소비자들은 운동선수가 등장한 광고가 일반모델이 나온 광고보다 더 신뢰감을 느낀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것도 그런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봤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최근 방영되는 맥주광고 4편을 보면서 ‘역시 그렇겠구나’ 한 적이 있다. 4편의 맥주광고는 소비자에게 각기 다른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만들어졌겠지만 그중 하나가 특히 기억에 남았다. 내가 본 최근의 맥주광고 4편은 다수의 외국인이 등장하는 광고가 하나, 두명의 한국 유명 남녀 연예인이 각각 등장하는 광고가 둘, 그리고 전직 유도선수로 지금은 격투기를 하는 재일교포 선수가 등장하는 광고다. 각 광고를 보면서 맥주 이름을 선명하게 기억하게 만든 광고는 세개다.
비가 오자 다른 술은 쳐다보지도 않고 뛰어가 자기가 마시던 맥주병에 빗물이 들어갈까봐 손으로 막는 것을 보면서 전하려는 메시지가 ‘프리미엄’인 것 같았고 맥주 이름을 기억할 수 있었다. 또 다른 광고에서는 잘 생긴 남자모델이 맥주병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감싸는 장면 때문에 병에 적힌 맥주 이름을 기억할 수 있었다. 이름을 또렷하게 기억하게 만든 마지막 광고는 등장인물이 겪었던 역정을 어느 정도 아는데다 그가 뱉은 ‘맥주는 한판’이라는 말 때문이었다.
지금은 아무 맥주나 먹는 습성이 굳어졌지만 그 광고를 보고 나자 왠지 믿음직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만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비슷한 느낌을 받은 사람이 있다면 아마 순수한 열정을 가진 선수가 등장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기업들이 왜 광고모델로 운동선수를 쓰는지를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나한테만 적용될 수도 있지만.
스포츠경제연구소장
프로야구 초창기 구단 프런트에서 일하며 ‘돈벌이도 되는 스포츠’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스포츠와 비즈니스의 접목, 나의 지향점이자 한국 프로스포츠산업의 현실적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