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아테네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유승민은 결코 넘을 수 없을 것 같던 중국의 왕하오를 무너뜨렸다. 남자 단식으로서는 16년 만에 이뤄진 쾌거였다. 만리장성을 넘기는 힘들어도, 넘는 순간 그 기쁨은 두 배로 컸다. 또다시 4년이 흘렀다. 이번에도 넘어야할 산은 변함없이 중국이다.
중국은 남여 모두 세계 랭킹 1-4위를 싹쓸이할 정도로 세계 최강이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야만 최소한 메달을 딸 수 있다. 남여 개인전 및 단체전 등 4개가 걸린 탁구에서 한국은 과연 2개 대회 연속 골드를 획득할 수 있을까. 이번 주 <테마스페셜-스포츠 & 사이언스>에서는 올림픽 종목별 집중 점검 열두번째 마지막 순서로 탁구를 집중 해부한다. 탁구의 기술 전반을 소개하고, 김택수 대우증권 감독이 유승민에게 보내는 격려의 편지, 코칭스태프 인터뷰, 선수들의 장단점 등을 소개한다.
2004아테네올림픽에서 철옹성과도 같던 만리장성을 무너뜨리고 16년 만에 한국 탁구에 금메달을 안겼던 유승민(26·삼성생명). 그는 이제 사상 최초 남자단식 올림픽 2연패를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적지에서 열리는 쉽지 않은 도전이다. 4년 전 대표팀 코치로 유승민을 조련했던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김택수(38) 대우증권 감독이 장도를 앞둔 제자에게 격려의 편지를 띄웠다.
승민이에게.
4년 전 이맘때가 생각나는구나.
당시에도 금메달은 힘들 것이라는 비관적인 시선이 많았었지.
하지만 나는 너의 그 집념어린 눈빛을 보며 ‘이번에는 이 녀석이
뭔가 해내겠구나’는 느낌을 받곤 했었다.
남들은 이름만으로도 주눅 들기 마련인 중국 선수들을 만나도 오히려 더 자신감 넘치게 파이팅을 외쳐대던 너의 모습도 생생하구나.
승민아.
내가 늘 강조했던 말 기억하니?
‘기적은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만들어지는 것이다’는 문구 말이야.
이번에는 올림픽을 앞두고 이런 저런 잡음이 많아 훈련하는데 더욱
어려움이 많았겠지만 이런 때일수록 네가 탁구를 사랑하는 많은
국민들께 좋은 성적으로 보답할 수 있을 거라 나는 믿는다.
네가 서브를 넣고 드라이브를 날릴 때마다 관중석에서는 ‘짜요’, ‘짜요’를 외치며 야유를 보낼 거야.
하지만 오히려 그들을 너의 홈팬이라 여기면서 더 자신감 있게
밀어붙이렴.
힘들 때면 오히려 더 잠재력을 발휘하는 너라면 충분히
가능할 거라 생각한다.
부담은 몸을 굳게 만든단다.
머릿속에서 金에 대한 생각을 지우렴.
우리가 4년 전 그랬던 것처럼 차근차근 한 계단 한 계단 올라 4강에만 오른다면 그 이후 일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거 아니겠니?
남은 기간 마무리 훈련에 충실하고 몸 관리 잘 해서 한국 탁구에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주렴. 그럼 다녀와서 우리 웃으면서
시원하게 맥주 한 잔 하자꾸나.
2008년 7월 31일. 목포에서 김택수.
이순호 KISS 책임 연구원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