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서는 기적이 일어난다.
중국 후베이성 후한시가 고향인 동밍(董明·22·중앙방송대 심리학 2년)에게도 그런 올림픽의 기적의 찾아왔다.
6살 때부터 다이빙을 배우기 시작한 동밍은 9살 때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시합을 하던 중 10m 높이의 다이빙대에서 잘못 떨어져 중증장애인이 된 것. 의식에서 깨어나니 목 아래부문이 마비돼 발끝조차 움직일 수 없었다.
담당 의사조차 “1년을 못 넘길 것”이라고 했지만 어머니의 격려 속에 동밍은 삶의 줄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삶은 척박했다. 한창 뛰어다닐 사춘기를 그는 침대 위에서만 보냈다. “마치 식물인(간)처럼 하루 종일 꼼짝하지 못하고 침대 위에 누워있었지요. 사지가 없는 사람과 내가 다를 바가 없다고 절망하곤 했어요.”
그러던 동밍에게 2001년 7월 기적이 일어났다. 15살이 된 동밍은 2008 올림픽의 개최지 선정을 발표하는 텔레비전 방송을 가족들과 함께 집에서 보고 있었다.
베이징이 개최지로 확정되자 동밍과 사람들은 열정적으로 환호했다.
그런 격정의 순간 동밍의 몸이 살짝 떨렸다. 6년 동안 꿈쩍 못하던 몸에 ‘온기’가 퍼진 것이다. 동밍의 어머니는 이날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다.
이후 동밍은 재활을 통해 완전치는 않지만 양팔을 움직일 수 있게 됐다. 하반신은 아직 불편하다. 하지만 활발한 성격의 동밍은 2004년부터 휠체어 럭비를 시작했다.
동밍은 5월 휠체어를 타고 그토록 꿈에 그리던 올림픽의 성화 봉송에도 참여했다. 쓰촨성 대지진이 나자 불편한 몸을 이끌고 6월부터 두 달간 피해 복구 자원봉사에도 나섰다. 그의 밝은 웃음과 삶의 의지는 중국을 감동시켰고, 결국 자신의 삶까지 바꿔놓은 것이다.
동밍은 꿈에 그리던 올림픽 무대까지 직접 밟는다. 베이징에서 열리는 장애인 올림픽에서 중국 휠체어 럭비대표로 선발됐기 때문이다.
그는 “제 인생 자체가 고난 속에 타오르는 성화같다”고 말했다.
동밍은 8일 개막식 표를 못 구했지만 주경기장을 찾을 예정이다. 삼엄한 통제 속에 동밍은 수백 미터 떨어진 철창 너머로 화려한 개막 폭죽을 지켜볼 것이다. 붓글씨를 좋아하는 동밍은 축하문을 써 주경기장을 찾는다.
‘世界給中國十七日 中國還世界五仟年(세계는 중국에게 17일을 선물했고, 중국은 세계에 5000년을 선물했다)’ 누구하나 관심 갖지 않겠지만 동밍은 그렇게 홀로 올림픽 개막을 축하했다.
베이징=황인찬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