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국내 프로야구에 좌투수 전성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번 올림픽 금메달의 주역들인 류현진, 김광현, 봉중근, 장원삼, 권혁 등에 비록 국가 대표로 발탁되지는 못했지만 장원준, 마일영 등이 투수 기록 각 부분 상위권을 점하면서 이렇게 한꺼번에 다수, 그리고 양질의 좌투수를 보인 적이 없지 않나 싶을 정도이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빠른 공을 던지는 좌투수를 잡기 위해서라면 지옥행 열차도 마다하지 마라’라는 말을 할 정도로 좌투수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실제로 투수 구성상 좌투수 비율이 우리보다 높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현재 우리과 같은 좌투수 전성시대를 찾아 보기 쉽지 않다. 60년대 최고의 투수 샌디 쿠팩스와 안정된 활약을 보였던 개리 피터스 이후인 70년부터 양대 리그 평균 방어율 순위에서 모두 1위에 랭크된 경우는 단 3번밖에 없다. 다승 부분에서도 5번에 그치고 있다. 가장 가까운 예가 2002년 랜디 존슨과 배리 지토가 각각의 리그에서 다승왕에 오른 것이 마지막이다. 요한 산타나, 랜디 존슨, 론 기드리, 스티브 칼튼, 샌디 쿠팩스, 워렌 스판, 레프티 글러브, 칼 허블 등 자신의 시대를 풍미하며 최고의 투수로 꼽혔던 좌투수들이 있다. 물론 우리도 장태영, 이선희, 송진우, 구대성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나라 안팎으로 활약을 보인 좌투수 계보가 존재하지만 이렇게 러시를 이룬 적은 보기 힘들 것이다. 그렇게 긴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왜 같은 구속의 공을 던져도 좌투수 공이 타자들에게 더 빠르게 느껴지고 자연스러운 공 끝의 변화가 이루어지는지 여러가지 설이 분분하지만 정확한 이유는 짚지 못하고 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비슷한 구질과 구속, 컨트롤 정도를 갖춘 좌우 투수가 있을 때 우투수보다 좌투수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정도일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스카우트들이 좌투수를 눈에 불을 켜고 찾아 다니는 것이다. 오랜 야구 역사에도 보기 어려운 ‘황금 좌투수 러시 시대.’ 아끼고 가꾸어서 팬들에게 오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기쁨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송 재 우 메이저리그 전문가 인생은 돌고 돌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제자리다.아무리 멀고 험난한 길을 돌아가더라도 평안함을 주는 무엇이 있다면 행복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