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영웅만탔던‘네발벤츠’

전쟁의 역사는 자고로 ‘말’이 많았다. 근대 이전까지 전쟁의 승패는 얼마나 훌륭한 군마를 많이 보유했느냐가 결정했다. 탁월한 기동력과 수송력을 자랑하는 말은 군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최강의 무기였다. 그리하여 유명한 영웅 곁에는 항상 명마가 있었다. 갈기를 휘날리며 영웅과 인마일체(人馬一體)가 되어 전쟁터를 누비는 명마는 후세까지 이름을 떨쳤다. 역사 속의 유명한 영웅과 함께한 명마를 알아본다. 알랙산더-부케팔로스 고대 유럽의 정복왕 알렉산더에게도 명마가 있었다. 마케도니아의 왕자였던 알렉산더가 12살 때,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난폭한 말이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이 말을 길들이려고 올라탔지만 모든 이들이 낙마하고 말았다. 하지만 알렉산더는 말이 자신의 등에 올라탄 사람의 그림자를 보고 놀란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말의 위치를 바꿔서 올라탔다. 그 이후로 부케팔로스는 알렉산더의 애마가 되어 전쟁터를 누볐다. 부케팔로스는 인도 원정 때 알렉산더를 보호하려다 죽었다고 알려진다. 알렉산더는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고 부케팔로스의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항우-오추마 초나라의 항우에게는 오추마라고 하는 명마가 있었다. 어느 마을에 용 한 마리가 호수에 내려와 말로 변해서 사납게 날뛰는데 아무도 그 말을 타지 못했다. 때마침 근처를 지나던 항우가 이야기를 듣고 이 용마를 길들였는데, 이 말이 바로 오추마. 오추마는 항우와 함께 전장을 누볐다. 해하 전투에서 패한 항우가 오강에 이르러 죽음을 결심하고 오추마를 뗏목에 태워 보냈다. 그러나 오추마는 항우의 죽음을 예견하고 구슬피 울다가 물에 뛰어 들어 죽고 말았다고 한다. 여포·관우-적토마 온 몸이 선혈처럼 붉고, 하루에 천리를 간다는 적토마는 삼국지연의를 통틀어 최장의 무장으로 꼽히는 여포와 관우의 애마였다. 소설 속에서 뛰어난 실력과 서민적인 풍모로 큰 인기를 얻은 관우는 훗날 민중 사이에 신으로 추앙받게 된다. 관우를 모시는 사당의 그림에서 적토마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관우와 적토마는 우리나라 전설에도 등장한다. 임진왜란 때 왜군이 쳐들어오자 적토마를 탄 관우의 혼령이 나타나 이를 물리쳤다고 한다. 주몽·이성계-??? 드라마로도 큰 인기를 끌었던 고구려의 시조 주몽에게도 명마가 있었다. 아쉽게도 자세한 이름이나 활약은 나타나지 않았다. 금와왕의 배다른 형제들과 갈등을 겪던 주몽은 자신이 점찍어 둔 명마를 일부러 굶겨서 볼품없는 말로 만들었다. 기록에 따르면 어머니인 유화가 건네준 바늘을 말의 혀에 꽂아서 삐쩍 마르게 했다고 한다. 금와왕은 이 볼품없는 말을 주몽에게 주었다. 주몽은 다시 이 말을 잘 돌봐서 예전의 명마로 다시 만들었다고 한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 역시 주몽처럼 활을 잘 쏘고 말타기에 능했다. 이성계에게도 명마가 있었는데, 이 명마의 능력을 시험해 보려고 내기를 했다. 화살을 쏜 후에 말을 타고 출발해서 목적지까지 먼저 도착하면 여물을 두 배로 주지만, 늦게 도착하면 목을 베어버린다고 했다. 활을 쏜 후 말을 타고 목적지에 가보니 화살이 떨어져 있었다. 이성계는 가차 없이 말의 목을 베어버렸다. 그런데 말의 목을 베자 뒤에서 화살이 도착했다. 어제 쏜 화살을 그만 착각한 것이다. 뒤늦게 후회를 한 이성계는 함흥의 반룡산에 명마를 기리기 위해 치마대라는 비석을 세웠다고 한다. 양형모기자 ran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