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성 서울시 뮤지컬 단장은 아이들 스타에게서 뮤지컬 배우의 발견해 내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갖고 있다.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승리-이재진왜캐스팅했냐고요?”
최근 연예계 스타들의 뮤지컬 진출이 활발하다. 가수로, 연기자로 명성을 떨쳤다고 해서 그 인기가 꼭 무대로 이어지는 것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뮤지컬 ‘소나기’는 아이들(idol) 스타를 주역으로 과감하게 기용, 성공한 작품이다.2008년 ‘빅뱅’ 승리, 2009년 ‘FT 아일랜드’ 이재진이 이 무대를 통해 연기자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이들의 성공 뒤에는 숨은 주역이 있다. 바로 ‘소나기’를 연출하면서 아이들 스타를 과감히 캐스팅한 유희성(50) 서울시 뮤지컬 단장이다.
유 단장은 뮤지컬 ‘명성황후’의 주연으로 1998년 한국뮤지컬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출신 연출가다. 1978년 제1회 전국학생 연극제 최우수상을 타고 연기를 시작해 서울예술단 연기감독을 거쳐 현재 서울시뮤지컬단장으로 활동 중이다.
“대중 스타를 영입해 뮤지컬을 활성화하겠다는 게 아니라 연출가로서 새로운 모험을 하는 것이다.”
유 단장이 아이들 스타를 캐스팅하는 데는 유명세나 얼굴만 보지 않는다. 나름의 노하우와 안목을 통해 아이들 스타의 캐릭터를 분석하면서 숨은 잠재력을 찾아낸다.
빅뱅의 승리를 주역으로 기용할 때도 그랬다. ‘소나기’를 만들기 전 그는 나름 ‘빅뱅’과 인연이 있었다. ‘빅뱅’ 매니저 중 일부가 백제예술대학 뮤지컬과 교수로 있던 시절 제자였다. 그들이 학창 시절 받은 무대 연기 수업을 ‘빅뱅’ 멤버들에게도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다.
덕분에 유 단장은 빅뱅 멤버 각자의 캐릭터를 잘 파악할 수 있었다. 마침 서울시뮤지컬 단장으로 취임하고 ‘소나기’를 연출하면서 주인공 소년역에 빅뱅의 멤버 태양이 떠올랐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태양은 당시 ‘나만 바라봐’ 솔로 활동으로 바빴다. 오디션 때는 승리가 왔다. 유 단장은 “승리는 뮤지컬에 대한 열망이 다른 이의 10배 이상이었다”며 “잠도 안 자고 건강이 염려스러울 정도로 죽기 살기로 하는 것을 보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소나기’는 2008년 한국과 일본에서 인기를 얻었고 승리는 일본 기획사에서 캐스팅을 의뢰할 정도로 자신의 역할을 잘 소화했다.
승리가 ‘소나기’에서 호평을 얻자 2009년 봄에 열린 오디션에는 더 많은 아이들 스타가 몰렸다. 무려 200명이 몰린 오디션에서 유 단장은 “소년의 까무잡잡한 얼굴과 순수한 열정이 느껴졌다”는 'FT 아일랜드'의 이재진을 뽑았다. 이재진은 호흡, 자세, 감정 이입 등 표현 방식을 한 달 반 동안 훈련받고 황순원 단편 ‘소나기’ 속 소년이 진짜로 살아나온 듯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였다. 유 단장은 “아이들 스타는 스타성이 있다고 잘난 체 하는 게 없다. 심성이 순박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것”을 보고 뮤지컬 배우로서의 색채를 덧입혔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