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의포스트게임]생뚱맞은프로야구인권토론회

입력 2009-06-16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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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국회에서는 ‘프로야구 제도 및 선수 인권실태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노조의 필요성과 제도개선, 프로야구의 열악한 환경 등이 거론됐다. 제도개선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런데 노조의 필요성과 인권은 이해할 수 없다. 한국의 프로야구가 언제부터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는지, 그랬다면 수많은 야구기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국회의원들에게는 죄송스러운 얘기지만 프로야구의 인권은 대한민국 스포츠에서 거론하지 않아도 된다고 장담한다. 프로야구의 인권을 짚고 넘어가기에 앞서 언론의 보도가 안되는 다른 종목, 이른바 군소종목의 인권사각을 파악하는 게 우선일 것이다. 기자들이 취재를 많이 하는 곳은 인권같은 것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기자의 동네 부근에 피어슨칼리지라는 2년제 대학이 있다. 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투수 배리 지토도 피어슨칼리지에서 USC 대학으로 편입했을 정도로 LA 인근에서는 야구로 알아주는 대학이다. 이곳에 한국에서 야구유학 온 학생이 있다. 왜 이곳에 야구유학을 왔냐고 물었더니 “코치가 너무 때려서 한국에서는 도저히 야구를 할 수가 없어 미국에 왔다”고 했다. 가정이 부유해서 온 것은 아니었다.

대한민국 스포츠에 가장 큰 문제점 두가지를 꼽으라면 지도자들의 야만적인 폭력과 턱없이 부족한 인프라다. 운동자질을 갖추고 있고 관심이 있어도 운동부내에서 벌어지는 폭력 때문에 포기하는 학생이 의외로 많다. 지도자, 선배들의 야만적인 폭력은 어린 선수들의 심성을 망가뜨린다. 국회의원들은 프로야구의 인권조사보다 당장 폭력지도자들을 이 땅에서 없애는 게 더 중요하다.

미국에서는 한국식으로 폭력을 행사하면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것은 물론이고 보석금도 수십만 달러를 내야 한다. 재판결과도 중형이다. 미국에서는 가정, 학교를 불문하고 폭력은 엄벌에 처한다. 법적으로 폭력을 막지 않으면 지도자들의 야만적인 행위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어느 사회이든 빛과 그림자가 있게 마련이다. 특히 대중들의 인기가 높은 장르는 더욱 그렇다. 프로야구라고 특별히 다를 게 없다. ‘2군에 있으면 저축을 못한다’, ‘2군 선수들은 수백만원의 방망이 값 빚을 지고 있다’,‘연봉협상이 30분 만에 끝나고 고압적이다’는 주장은 인권과는 무관하다.

연봉협상은 방법론이다. 프로야구는 방출이 돼도 기량이 어느 정도 유지가 되면 다른 팀에서 활동할 수 있다. 회사에서는 해고통지를 받으면 곧바로 실업자다. 일본도 그렇고, 2군 선수들의 환경은 열악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마이너리그 실태는 조사해봤는지 모르겠다. 1군에 오르려면 당연히 그런 고생을 감수해야 한다.

동숭동에서 연극하는 연극인들은 거의 배가 고프다. 그렇지만 그들에게는 무대가 있으면 된다. 언젠가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배고픔을 참으며 연기에 매진한다.

프로야구의 노조 역시 시기상조다. 미국의 싱글A 구장보다도 못한 대전, 광주구장에서 야구를 하면서 무슨 노조인가. 미국과 일본을 비교하지 마라. 보통 일본의 야구규모는 한국의 10배라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10배가 넘는다. 한국과 미국의 격차는 100배다.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미국의 주말은 스포츠의 날이다.자정을 넘어서도 학원에 다녀야 하는 한국의 교육풍토.운동선수는 운동기계밖에 될 수 없는 학원스포츠.언제쯤 진정한 지덕체 교육이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 한숨만 나온다.스포츠를 보면 미국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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