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직캠·피식쇼·짐종국…세계 곳곳서 ‘광클’ [창간기획①]

입력 2023-03-24 06: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유튜브가 연예계 트렌드까지 움직이고 있다. 방송가에 ‘부캐 열풍’을 몰고 온 코미디 채널 ‘피식대학’, 가수 김종국이 운영하는 운동 채널 ‘짐종국’, 케이팝 가수들의 색다른 영상을 ‘팬캠’으로 공개해 인기를 끈 ‘엠넷 K-POP’(위부터). 사진출처|피식대학·짐종국·엠넷 K-POP 채널 영상 캡처

유튜브가 바꿔놓은 연예계 풍경…‘스타 채널’ 모아보니

‘직캠’ 인기 타고 엠넷 구독자 2030만명 훌쩍
美토크쇼 패러디 ‘피식쇼’ 특급 게스트 줄이어
스타PD 나영석의 ‘채널 십오야’ 조회수 폭발
일상 공유하는 아이유의 ‘이지금’ 등도 인기
초등학생 장래 희망 1위가 연예인이 아니라 유튜버인 시대다. 스타들까지 나서 손으로 ‘볼하트’를 만들어 “구독, 좋아요, 알림설정은 사랑입니다”라고 윙크를 날린다. 좋아하고 재미있는 일을 하면 높은 수익은 자동으로 따라온다. 동요 ‘아기상어’를 흥얼거리는 아이들부터 돋보기를 쓴 노인들까지 전 세대가 유튜브를 통해 세상 이모저모를 보고, 듣는다. 때를 놓칠세라 방송사, OTT 등이 유튜브 세계에 줄줄이 뛰어들었다. 케이(K)팝 팬덤 문화나 방송 트렌드도 유튜브 환경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유튜브가 바꿔놓은 연예계 풍경과 이를 주도한 스타 채널들을 한눈에 정리했다.


●‘직캠’ 맛집…엠넷 K-POP·MBCkpop

케이(K)팝 관련 유튜브 가운데 구독자수, 업로드된 동영상 개수 등 ‘최고’ ‘최다’를 자랑한다. 팬들이 무엇을 보고 싶어 하는지 가장 잘 안다는 이야기다. 각각 대표 음악프로그램인 엠넷 ‘엠카운트다운’과 MBC ‘음악중심’의 ‘엑기스 영상’만 골라 올리는 엠넷 K-POP과 MBCkpop이 전 세계 팬들 사이에서 ‘무대 맛집’으로 통한다. 엠넷 K-POP이 구독자수 2030만 명을 동원하며 인기를 끈 이유는 공식 음악방송에서는 공개하지 않았던 미방송분이나 사전녹화 영상 등을 ‘최초’라는 이름을 붙여 선보이며 팬들의 시선을 끈다. 케이팝 그룹의 ‘최애’ 멤버의 모습만 4K, 8K의 고화질 ‘직캠’으로 따로 찍어 맞춤별 파생 콘텐츠로 가공해 올리면 팬들의 ‘광클’이 시작된다. MBCkpop도 마찬가지다. 방송프로그램은 고작 1% 시청률이 전부지만, 유튜브는 한 해 수익만 200억 원이 넘을 정도로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른 만큼 방송사 입장에서는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MBCkpop는 케이팝 가수들의 ‘컴백인터뷰’에 힘을 주고, 멤버별 동선을 담은 ‘팬캠’이 특히 인기다.


●스타 개성시대…이지금·짐종국


TV를 위협하는 유튜브의 파급력에 스타들도 자신만의 채널을 개설해 방송에서는 미처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매력을 뽐내며 팬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가수 아이유는 구독자 835만 명에 달하는 채널 ‘이지금’을 통해 앨범 제작 및 콘서트 비하인드 등 소소한 일상의 모습 등을 공개해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얻고 있다. 이지금은 아이유의 본명인 ‘이지은’에서 파생된 이름으로 ‘은’보다 ‘금’이 빛난다는 뜻으로 만들었다. 평소 다소 엉뚱한 아이유의 생각과 행동을 그대로 담다 보니 팬들도 환호한다. 뮤직 토크쇼 ‘팔레트’는 다른 예능이나 유튜브 등에서 절대 볼 수 없는 스타들이 출연하는 곳이기도 하다. 방탄소년단의 제이홉, 강동원, 송강호, 공유 등이 아이유와 이야기를 나눠 화제를 모았다. 김종국은 채널 ‘짐종국’을 통해 자신만의 운동 ‘꿀팁’을 전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유재석, 지석진, 이광수 등 절친한 동료들은 물론 르세라핌, 스테이씨, 김무열, 변요한, 진선규 등이 김종국에게 운동을 배웠다. ‘런닝맨’ 동료 송지효와 함께 한 영상은 무려 조회수 1736만 건을 넘었다.


●영화·드라마 맛보기…천재이승국·민호타우르스

영화는 물론 각종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등 영상 콘텐츠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영화와 드라마의 스토리를 요약해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이 뜨고 있다. 단순 줄거리 요약서부터 시청자들이 쉽게 발견하지 못하는 영화나 드라마의 숨은 메시지 등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재해석하는 영상까지 다양하다. ‘천재이승국’ 채널의 이승국은 또렷한 음성과 입담으로 영화 소개 유튜브계의 스타로 불린다. 뛰어난 영어 실력까지 갖춰 영화사와 협업해 짐 캐리, 랄프 파인즈, 다니엘 크레이그, 양조위 등 세계적인 배우들과 인터뷰도 진행했다. TV로도 발을 넓혀 MBC에브리원 ‘장미의 전쟁’의 진행자로도 활약 중이다. ‘민호타우르스’는 ‘더 글로리’ 파트2 공개에 앞서 파트1 내용과 예고편, 스틸 등을 분석해 파트2 내용을 유추하는 ‘뇌피셜’ 영상들로 주목받았다. ‘더 글로리’ 관련 30여 편의 영상 중 일부는 조회수 300만 건을 넘었다.


●방송 유튜브…채널 십오야

‘삼시세끼’ 나영석, ‘슬기로운 의사생활’ 신원호 등 tvN 출신 스타 PD들이 모여 2019년 5월 문을 열었다. 당초 ‘채널 나나나’였으나 보름달처럼 풍성한 콘텐츠를 내놓겠다며 음력 보름날을 의미하는 십오야를 따 ‘채널 십오야’로 바꿨다. 이름의 힘 덕분인지 ‘마포멋쟁이’, ‘라끼남’, ‘내 어깨를 봐 탈골됐잖아’ 등의 예능 콘텐츠를 줄줄이 히트시키면서 단숨에 526만 구독자를 모았다. 특히 나 PD가 스타들과 다양한 게임을 벌이는 ‘출장 십오야’는 방탄소년단, 이정재, 송중기 등 톱스타들을 끌어들이면서 최고 3000만 조회수를 넘겼다. 2019년 9월 ‘삼시세끼-아이슬란드 간 세끼’를 TV에서 단 5분 방영한 후 전체 영상을 유튜브로 공개하는 파격에 도전했다. 이처럼 기존 방송 문법을 와장창 깨면서 방송가에 예능 콘텐츠를 유튜브와 TV에 각각 다른 버전으로 공개하는 ‘투 트랙’ 방식을 유행시켰다.


●코미디 변화…숏박스·피식대학

이가 없으면 잇몸이다. ‘개그콘서트’ 폐지로 설 무대가 없어지자 개그맨들은 유튜브로 활동 영역을 옮기면서 새로운 변화를 맞았다. KBS 공채 개그맨 김원훈·조진세·엄지윤이 운영하는 ‘숏박스’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이야기를 10분 이내의 짧은 상황극으로 선보이며 과거보다 더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덕분에 ‘스케치 코미디’도 대세 콘텐츠로 떠올랐다. 오래된 연인의 이야기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장기연애’ 시리즈는 조회 수 1300만 건에 달한다. SBS ‘웃찾사’ 출신의 이용주, 정재형, 김민수가 운영하는 ‘피식대학’은 ‘비대면소개팅’, ‘로니 앤 스티브’, ‘05학번 이즈 백’, ‘한사랑 산악회’ 등의 콘텐츠를 통해 ‘부캐’ 열풍의 선두에 섰다. 최근 미국 토크쇼를 패러디해 영어로 진행하는 ‘피식쇼’를 론칭해 에픽하이, CL, 슬롬, 폴블랑크 등 TV토크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뮤지션들을 게스트로 초대하고 있다. 방탄소년단 RM도 ‘피식대학’의 팬임을 자청하며 자진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