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베이비스텝…“물가·금융 안정 절충”

입력 2023-03-24 10: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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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매파 발언’에 글로벌 증시 하락세

미국 기준금리 연4.75∼5%로 상승
美 은행 파산 사태에 금리 동결 제기
파월 “인플레 목표치 갈 길 멀어”
4월 韓기준금리 인상 여부 관심↑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이하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23일(한국시간)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했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4.5∼4.75%에서 연 4.75∼5%로 상승해 2007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여전히 갈 길 먼 인플레이션 목표치

연준이 지난달에 이어 2연속 베이비스텝을 단행한 것은 물가 잡기와 금융 안정이란 두 목표를 절충한 성격으로 풀이된다. 연준은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목표로 지난해 6, 7, 9, 11월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p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밟았지만, 물가 상승세가 둔화할 조짐을 보이자 12월 빅스텝(한번에 0,5%p 인상), 지난달 0.25%p 인상으로 속도 조절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주춤해지고 노동시장 과열도 여전하다는 경제지표가 잇따르면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8일 의회에 출석해 “미국의 최종적인 금리가 통화정책 입안자들이 이전에 전망했던 것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후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파산 사태가 발생하면서 상황이 변했다.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금융 불안의 이유로 거론되면서, 금리 동결 내지 인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다.

다만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은 올해 말 금리 인하 전망에 대해 “올해 금리 인하는 우리의 기본 예상이 아니다. 오히려 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을 장기 목표치인 2%로 낮추기 위해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이러한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에 글로벌 증시와 암호화폐 등이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미국 뉴욕증시의 경우,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30.49p(1.63%) 내린 3만2030.1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65.90p(1.65%) 하락한 3936.97, 나스닥지수는 190.15p(1.60%) 감소한 1만1669.96에 장을 마쳤다. 이는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쳐 코스피는 등락을 반복하다 전 거래일보다 7.52p(0.31%) 소폭 상승한 2424.48, 코스닥은 1.24p(0.15%) 하락한 812.19에 마감했다.

암호화폐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1.02% 내린 3600만 원에, 알트코인의 대표주자인 이더리움은 전일 대비 1.12% 하락한 229만 원에 거래됐다.


●4월 한국은행의 선택에 관심 쏠려

이제 관심은 4월 11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에 쏠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한 상황이다. 반면 이날 미국의 금리 상승으로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가 상단 기준 1.5%p에 이른다. 이는 2000년 5∼10월 이후 22년여 만에 최대 역전 폭이다. 이 경우 국내 증시와 채권 시장 등에서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자본이 대거 유출되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또 환율 급등으로 인해 수입 물가가 오르고, 소비자물가가 상승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정부도 금융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세계 경제가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 상황에서 벗어나 고강도 통화긴축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있는 과정”이라며 “미국 중소형 은행 위기와 같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재연 및 실물경제 불확실성 확대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높은 경계심을 갖고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했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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