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내린 ‘꿀팔자’ 장항준, ‘슬램덩크’ 기운 받아 ‘리바운드’ (종합)[DA:현장]

입력 2023-03-28 17: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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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내린 ‘꿀팔자’ 장항준, ‘슬램덩크’ 기운 받아 ‘리바운드’ (종합)[DA:현장]

역시 신이 내린 ‘꿀팔자’다. 장항준 감독이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대흥행으로 농구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진 시점에 영화 ‘리바운드’로 극장가에 출격한다.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영화 ‘리바운드’ 기자간담회. 이날 행사에는 주연 배우 안재홍, 이신영, 정진운, 김택, 정건주, 김민, 안지호와 더불어 연출자 장항준 감독이 참석했다.

‘리바운드’는 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최약체 농구부의 신임 코치와 6명의 선수가 쉼 없이 달려간 8일간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그린 감동 실화. 장항준 감독의 연출작으로 그의 아내 김은희 작가가 권성휘 작가와 함께 각본에 참여했다.


장항준 감독은 “원래 긴장을 안 하는데 이번에 영화 개봉을 앞두고 쫄린다. 이 작품이 유작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며 “영화감독은 언제 내 마지막 인생의 작품을 찍을지 모르는 직업이다. 우리 나이 또래 감독 중에 극소수만 살아남아 있다. 이 작품 말고 유작은 그 다음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그는 “투자 받기도 굉장히 힘들었다. 5년 전에 제안 받고 농구 오디션을 진행했는데 제작이 한 번 무산되기도 했다. 사실 이 영화의 제작 과정 자체가 ‘리바운드’ 같은 느낌이 있다”며 “2012년 말부터 시작했으니 이 영화가 기획되어서 만들어지는데 딱 11년 걸렸다. 간간이 예능을 했지만 이 영화에 5년을 투자했다. 수많은 고비를 넘고 함께해온 스태프들에게 감사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현재 한국 영화계가 본의 아니게 침체기를 맞고 있는데 우리 작품을 통해 활기를 띠었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우리 작품의 배우들이 다 잘 되어서 X가지 없어졌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장항준은 “실제 선수들이 봐도 플레이가 좋다고 느끼도록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였다”고. 또한 농구를 잘 모르는 관객을 위해서도 “중계진을 적극 활용했다. 경기 상황, 선수들의 감정을 보여주기 위해서 실제 농구 중계를 하는 분들을 모셨다. 그들의 현장감 있는 멘트가 관객들에게 농구를 이해시키는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먼저 안재홍이 고교농구 MVP에 올랐지만 2부 리그를 전전하다 공익근무요원 신분으로 생애 처음 코치에 도전한 강양현 코치로 극 중 농구팀을 이끌었다. 그는 실존인물 강양현 코치와 4살 차이라고 밝히며 “촬영하면서도 대화를 많이 나눴다. 외적인 싱크로율도 체중을 증량해서 맞췄고 의상과 헤어스타일, 각종 액세서리도 높은 수준으로 일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보다 중요한 건 저 젊은 코치가 이 대회를 치러나가는 마음, 떨림을 잘 생생하게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안재홍은 “선수 역할의 배우들을 보면서 10년 전쯤 족구하던 내 모습이 겹쳐져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우연일수도 필연일 수도 있겠지만 그때 내 유니폼도 파란색 상의에 하얀색 바지였다”고 고백했다. 그는 2014년 영화 ‘족구왕’을 통해 주목받기 시작했다. 안재홍은 “저 친구들의 기분을 누구보다 이해할 수 있겠구나 싶더라. 20대 때 겪었던 마음을 누구보다 공감할 수 있겠다는 마음을 가졌다. 이 친구들의 기운으로 연기적인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선수단으로는 이신영이 슬럼프에 빠진 천재 선수 기범을, 정진운이 부상으로 농구를 그만둔 규혁을 연기했다. 김택이 점프력만 좋은 축구선수 출신의 순규, 정건주가 길거리 농구만 해온 강호를 열연했으며 김민이 실전 경험이 전무한 재윤, 마지막으로 안지호가 열정만 만렙인 진욱을 소화했다. 이들은 실제 경기 영상을 보면서 선수들의 습관 하나까지 연구했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장항준 감독은 배우들의 합이 워낙 좋아 컷을 놓친 적도 있다면서 “지들끼리 진짜 선수들처럼 잘하더라. 속공을 하고 반격을 하면서 몇 번을 왔다갔다했다. 모니터를 보는데 중계를 보는 것 같아서 신기했다. 선수들이 몇 달 전부터 합숙한 이후로 배우들이 농구 기량이 월등히 나아졌다. 영화 안에서 본 장면의 3분의 1 정도는 합이 정해지지 않고 컷을 하지 않아서 만들어진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이신영은 “‘리바운드’에서 농구를 처음 해봤는데 안 되던 동작이 되기 시작하고 자연스럽게 골을 넣는 것을 보고 개인적인 기적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한 번씩 우리끼리 농구를 한 적 있는데 자연스럽게 합을 이뤄서 골을 넣었을 때도 기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휘문고를 거쳐 중앙대까지 나온 농구선수 출신 배우 김택은 “내가 맡은 순규가 농구를 잘하는 인물이 아니다. 그런데 운동선수를 오래 하다 보니 몸에 밴 습관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더라. 농구를 못 하는 캐릭터라 어려운 점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리바운드’ 선수 역할의 배우진 가운데 정진운이 가장 농구를 잘한다고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농구 영화이기에 최근 대흥행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관련 질문도 나왔다. ‘슬친자(슬램덩크에 미친 자)’들을 대량 양산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지난 1월 개봉해 장기 흥행하며 27일 기준 누적관객수 428만명을 기록했다.

장 감독은 “‘슬램덩크’는 나도 굉장히 좋아하는 작품이고 재밌게 봤다”며 “그런데 우리 영화는 아주 오래 전부터 개봉 시기가 지금이었다. ‘슬램덩크’가 터지는 바람에 우리도 굉장히 어리둥절하다. 선상에 없었던 스포츠 영화들까지 4월에 개봉하더라. 체육의 달도 아닌데”라며 “더욱이 ‘더 퍼스트 슬램덩크’ 아이맥스판이 우리 영화 개봉일과 같다. 이건 일본 측과 전혀 협의되지 않은 부분”이라고 농담했다.

그는 “워낙 명작이고 모두가 사랑한 작품이고 많은 인생의 이야기가 담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리 영화 또한 지금을 살아가는 한국 젊은이에게 본인의 감정을 투영하고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점이 있지 않나 싶다. 우리나라 젊은 청년들이 이 작품을 보면서 조금이나 위안과 공감을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침체한 한국 극장가에 반전의 리바운드를 불러일으킬 ‘리바운드’는 4월 5일 극장 개봉한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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