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피스 마법으로 ‘U-20 WC 4강행’ 김은중호, 전세기 지연에 숙소 교체, 오락가락 판정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입력 2023-06-06 14:59: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한국 20세 이하 축구대표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축구가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2회 연속 4강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했다.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은 5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8강전에서 나이지리아를 연장 혈투 끝에 1-0으로 누르고 준결승에 올랐다. 연장 전반 5분 이승원(강원FC)의 코너킥을 최석현(단국대)이 헤더 결승골로 연결했다.

이로써 준우승을 차지한 4년 전 폴란드대회에 이어 2회 연속 4강 진출에 성공한 한국은 결승 티켓을 놓고 이탈리아와 9일 오전 6시 라플라타에서 격돌한다. 한국남자축구가 FIFA 주관 대회 4강에 오른 것은 1983년 멕시코, 2019년 폴란드 U-20 월드컵과 2002년 한·일월드컵, 2012년 런던올림픽에 이어 5번째다.
김 감독이 초점을 맞춘 세트피스 전략이 또 한번 마법을 부렸다. ‘선수비-후역습’으로 나선 한국은 경기 점유율에서 32%대46%(경합 22%), 슈팅 횟수에서 4대22로 밀렸으나, 단 한 번의 유효 슛으로 승리를 낚았다.

‘김은중호’에 데드볼 상황은 필승공식이다. 이날까지 세트피스로 4골을 뽑았다. 이영준(김천 상무)이 프랑스와 조별리그 1차전(2-1 승), 박승호(인천 유나이티드)가 온두라스와 2차전(2-2 무)에서 세트피스로 골문을 열었다. 최석현이 에콰도르와 16강전(3-2 승)과 나이지리아전에서 잇달아 세트피스로 득점했다. 4골 모두 ‘킥 마스터’ 이승원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대표팀은 그라운드 안팎의 숱한 변수와도 잘 싸웠다. 스타급 선수가 없어 언론과 대중의 관심이 덜했고, 대회 내내 편파 판정이 속출했다. 우리가 페널티킥(PK)을 내준 장면과 유사한 순간은 주심들에게 외면받기 일쑤였고, 작은 접촉과 상대의 시뮬레이션 액션에 오히려 카드를 받았다.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 있었으나 김 감독은 침착한 대응으로 선수들을 다독였다.

장외의 고충도 적지 않았다. 조별리그 3경기가 벌어진 멘도사를 떠나 16강~8강전을 치른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로 이동할 때 FIFA 제공 전세기에 문제가 생겨 선수단 이동이 하루 지연됐다. 또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에선 16강행의 기쁨을 누릴 틈도 없이 FIFA가 숙소를 옮길 것을 일방적으로 통보해 선수들의 기운을 빠지게 했다.

김 감독은 4강행 확정 직후 “선수들이 잠재력에 비해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 가슴 아팠다. 스스로 숨겨진 실력을 끌어냈다. 대견하고 고맙다. 어려움을 버텨내며 좋은 결과를 냈다”며 벅찬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