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변화하는 홍콩, 어디로 가볼까(2)-스포츠 이벤트와 도심 공원 [투얼로지]

입력 2024-04-16 08: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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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세븐즈’ 경기가 열리는 홍콩 스타디움. 4만명을 수용하는 대규모 스포츠 시설로 주택가 사이에 자리한 것이 특징이다. 홍콩 | 스포츠동아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고정관념을 깨는 글로벌 스포츠 메가 이벤트

홍콩세븐즈, 스피디한 경기와 깨알같은 퍼포먼스 흥겨움 더해
홍콩 국제 용선 경주, 물을 가르는 배 자체가 주는 인상 강렬
홍콩 공원, 금융가 복판 자리한 거대한 녹지 및 시민레저 공간
한때 홍콩은 한국사람들이 선호하는 해외여행지 TOP 5에 꼽히는 곳이었다. 그런데 예기치 않았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한동안 홍콩으로의 여행은 너무 어려웠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리오프닝 상황이 펼쳐지면서 홍콩을 찾는 한국인 여행객들이 늘고 있다. 최근 홍콩관광청의 초청으로 2019년 여름 이후 거의 5년여 만에 다시 홍콩을 방문했다. 오랜만에 찾은 홍콩에서 궁금했던 것은 단 하나. “우리에게 홍콩은 여전히 예전처럼 매력과 재미를 간직한 여행지인가.”

첫 테마 아트 호핑(art hopping)에 이은 두 번째 테마로 홍콩이 새로운 관광테마로 추진하는 스포츠 메가 이벤트를 소개한다.

홍콩세븐즈, 축제 같은 럭비 경기 열기

미국의 메이저리그 투어, 영국과 스페인의 프로축구리그 투어.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 경기를 즐기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프로야구나 프로축구 외에 테니스나 골프의 투어 대회를 찾아가기도 하고, 비싸기로 소문난 F1 그랑프리 대회를 보러 원정을 가기도 한다.

홍콩은 이런 스포츠테마 여행의 목적지로 그리 친숙한 곳은 아니다. 쇼핑이나 미식투어, 아니면 아트 호핑을 즐기러 가는 경우는 많지만, 스포츠 이벤트를 보겠다고 홍콩을 목적지로 삼는 경우는 별로 없다. 홍콩이 관광산업의 미래 콘텐츠로 스포츠 이벤트에 주목하는 것은 그래서 역설적으로 다른 분야보다 발전 잠재력이 더 풍부하기 때문이다.

‘홍콩 세븐즈’ 경기가 열리는 홍콩 스타디움 관중석. 경기 중간 중간 쉬는 시간에 관중들의 호응과 재미를 높여주는 치어리팅과 이벤트 퍼포먼스를 계속 실시해 축제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홍콩 | 스포츠동아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코즈웨이 남서쪽 소콘포(So Kon Po)에 있는 대형 경기장 홍콩 스타디움에서는 5일부터 7일까지 ‘홍콩 세븐즈’라는 7인제 럭비 국제대회가 열렸다. 우리나라에서는 인기 종목이라고 하기 어렵지만 럭비는 영연방을 포함한 다른 나라에서는 팬층이나 열기가 축구 못지않은 스포츠다.

‘홍콩 세븐즈’는 1982년 시작해 올해로 30주년을 맞는 유서 깊은 대회다. 항공사 캐세이퍼시픽과 홍콩상하이은행이 메인 스폰서를 맡고 있다. 세계 최고의 7인제 럭비 대회 중 하나로 꼽힌다. 올해는 뉴질랜드, 호주, 프랑스, 영국, 아일랜드, 일본, 아르헨티나, 브라질, 남아공, 피지 등 남녀 각각 12개 나라가 참가했다. 재미있게도 남녀 경기를 같은 경기장에서 대회기간 내내 번갈아 진행한다.

해피밸리 경마장 옆에 위치한 홍콩 스타디움은 가까이 가기 전까지는 이곳에 4만여 명을 수용하는 대규모 경기장이 있을 것이라고 상상을 하기 어렵다. 비탈진 언덕길이 이어지는 전형적인 홍콩 주택가를 걸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우렁찬 함성이 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치 거짓말처럼 야트막한 계곡 사이 자리한 거대한 스타디움이 불쑥 등장한다.

경기장에 입장하기 전부터 스타디움 주변은 마치 거대한 축제장 같다. 저마다 자신이 응원하는 나라의 상징색으로 옷을 입거나 대표팀 저지를 입고, 페이스 페인팅을 한 채 신이 나 있다. 연령대나 성별도 남녀노소 다양해 관중의 열기는 월드컵이나 올림픽 못지않다.

홍콩관광청에 따르면 이번 대회 티켓은 개막 전에 이미 매진됐다고 하다. 그래서 홍콩관광청은 주최측인 홍콩중국럭비연맹(HKCR)과 공동으로 센트럴 하버 프런트에 경기를 생중계하는 야외 팬존을 설치했다. 또한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위즐리 쌍둥이로 친숙한 제임스와 올리버 펠프스을 초청해 대회를 홍보했다.(실제로 경기장의 느낌이나 분위기를 보면 해리포터 시리즈의 퀴디치 경기를 떠올리게 한다)

‘홍콩 세븐즈’ 경기가 열리는 홍콩 스타디움 관중석. 경기 중간 중간 쉬는 시간에 관중들의 호응과 재미를 높여주는 치어리팅과 이벤트 퍼포먼스를 계속 실시해 축제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홍콩 | 스포츠동아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7인제 럭비 경기를 실제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규칙이나 진행방식이 낯설었지만 굉장히 스피디하고 박진감이 넘치는데다 경기시간도 전후반 각각 7분으로 길지 않아 지루하지 않았다. 대회 스케줄표를 볼 때 남녀 경기를 번갈아 하루에 꽤 많은 매치를 진행해 좀 의아했는데, 오히려 이렇게 많은 경기를 하루에 즐길 수 있는 점이 매력이었다. 경기 자체 보다 더 즐거운 것은 중간 중간 쉬는 시간에 펼쳐지는 응원과 깨알 같은 이벤트 퍼포먼스. 스타디움의 대형 스크린으로 이를 보여주는데 공연도 나쁘지 않고 관객 호응도 뜨거워 보는 재미가 남달랐다. 그라운드 정비 시간에 오아시스의 ‘원더 월’(Wonderwall)이 나올 때 스타디움에 울려 퍼지는 관중들의 자연스런 떼창은 짜릿한 느낌까지 전해 주었다.

‘홍콩 세븐즈’는 이번 대회 이후 장소를 2025년 개장하는 카이탁 스포츠 파크로 옮긴다. 예전 홍콩의 관문이던 카이탁 국제공항이 있던 자리에 지어지는 대규모 스포츠 및 이벤트 단지다. 약 28만㎡의 공간에 접이식 지붕을 갖춘 5만 명을 수용하는 주경기장을 비롯해 1만 명 규모의 실내체육센터, 5000명 규모의 공공운동장 등을 갖춘다. 특히 이곳에서는 스포츠 외에 대규모 콘서트도 주최할 계획이다. 그동안 2만 명 이상 들어가는 대규모 공연장이 없던 홍콩에서 앞으로 대형 엔터테인먼트 이벤트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용선경주, 전통축제를 국제 대회로

홍콩이 관광객 유치 스포츠 메가 이벤트로 키우는 행사에는 ‘홍콩 국제 용선 경주’(Hong Kong International Dragon Boat Races)도 있다. 원래는 매년 음력 5월5일에 열리는 전통축제이다. 이름 그대로 용모양의 10m 길이 배를 타고 벌이는 축제로 타이오 지역의 수상 퍼레이드 같은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일종의 여름맞이 이벤트인데 이를 조정경기로 발전시켰다.

홍콩 국제 용선 경주를 앞두고 훈련을 하고 있는 선수들. 홍콩 외각의 고급 주택가인 샤틴 싱문강의 조정시설에서 연습을 한다. 선수들 너머로 보이는 스탠드는 홍콩의 양대 경마장 중 하나인 샤틴 경마장. 홍콩 | 스포츠동아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지난해에는 6월24일과 25일 침사추이 동부 해안에서 열린 대회에 10개 국가 및 지역에서 160개 팀, 40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해 17개 경주가 열렸다. 참가한 나라들이 폴란드, 호주부터 두바이, 일본,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중국 본토, 마카오 및 홍콩 등 다양하다. 이번에 대회를 앞두고 훈련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참관할 기회가 있었다. 샤틴 경마장 앞 싱문강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데, 이곳은 용선 외에 조정의 다양한 종목과 1인용 카누에 이르기까지 선수와 동호인이 이용할 수 있는 수상레저 공간이다. 토요일 오전이라 경마 경기가 없어 한결 고즈넉한 샤틴 아파트 단지의 강물을 가르며 달리는 용선은 생각보다 속도도 빠른데다 배 자체가 주는 느낌이 꽤 인상적이었다. 여기에 대회가 열리는 빅토리아 하버에서 관중들의 환호까지 더해진다면 홍콩여행을 즐기는 새로운 테마가 될 수 있어 기대가 됐다.

조류 파크부터 생활체육까지, 홍콩 공원

자연지형을 살린 조경과 시설이 인상적인 홍콩 공원. 은행과 관공서가 몰려 있는 도심 한복판, 애드미럴티 역 근처로 면적이 8만㎡에 달한다. 조류공원, 온실, 플래그스태프 하우스 다기 박물관, 홍콩 비주얼 아트 센터, 분수대, 백합 연못, 놀이터, 레스토랑 등을 갖추고 있다. 홍콩 | 스포츠동아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홍콩을 돌아 다니다 보면 크지 않은 도심 곳곳에 쾌적한 분위기의 공원이 조성된 것을 자주 발견한다. 홍콩의 대표적인 대형 공원이라고 하면 카우룽 공원, 빅토리아 공원, 홍콩 공원을 꼽는다. 역사도 오래되고 규모도 쾌 큰데다 조경부터 각종 부대시설을 잘 갖춰 시민들의 휴식과 레저공간으로 인기가 높다.

홍콩공원의 조류파크. 도심 공원 시설로는 규모가 꽤 큰데 열대 우림 환경을 조성하고 데크길을 만들었다. 무려 80종 이상의 새들이 있다고 한다. 매주 수요일 아침 여가문화부와 홍콩조류관찰협회가 진행하는 무료 조류 관찰 가이드 투어도 있다.


그중 은행과 관공서가 몰려 있는 도심 한복판, 애드미럴티 역 근처에 있는 홍콩 공원은 면적이 8만㎡에 달한다. ‘이런 녹지공간을 어떻게 도심에 조성했지’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규모나 조경, 시설이 훌륭하다. 경사진 지형을 살려 공원을 배치했는데 조류공원, 온실, 플래그스태프 하우스 다기 박물관, 홍콩 비주얼 아트 센터, 분수대, 백합 연못, 놀이터, 레스토랑 등을 갖추고 있다. 규모가 꽤 큰 조류공원에는 열대 우림 환경을 조성하고 데크길을 만들었다. 무려 80종 이상의 새들이 있다고 한다. 매주 수요일 아침 여가문화부와 홍콩조류관찰협회가 진행하는 무료 조류 관찰 가이드 투어도 있다.

홍콩공원 옆 시민스포츠센터에서 진행하는 배드민턴 수업. 농구 배구 배드민터 스쿼시 등 다양한 종목의 강습과 함께 경기장을 이용할 수 있는데, 외국인도 현지인과 동행하면 가능하다고 한다. 홍콩 | 스포츠동아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공원 입구에 있는 스포츠센터는 배구와 농구, 배드민턴, 스쿼시 등 다양한 종목을 배우거나 즐길 수 있는 시설을 잘 갖추고 있다. 홍콩시민을 대상으로 한 시설이지만, 현지인과 동행하면 외국인도 이용할 수 있다. 만약 홍콩시민권을 가진 친구가 있다면 ‘지인찬스’를 통해 여행길에 현지서 스포츠를 즐기는 하는 색다른 경험도 가능하다.

홍콩 | 스포츠동아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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