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가속기연구소 천세환 박사, 박순희 박사, 박재구 박사(왼쪽부터). 사진제공 ㅣ 포항가속기연구소

포항가속기연구소 천세환 박사, 박순희 박사, 박재구 박사(왼쪽부터). 사진제공 ㅣ 포항가속기연구소




빛으로 전기적 상전이 시작 시점 제어 가능성 제시…스마트 소재·양자물질 연구 새 지평
초고속 스마트 소자 실용화 가속…권위 있는 국제학술지 ‘Advanced Materials’ 게재
포항가속기연구소(소장 대행 박재헌) 천세환 박사 연구팀이 스마트 소재인 이산화바나듐(VO₂) 박막에서 기존 학계의 통설을 뒤집는 ‘광유도 초고속 상전이 경로’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물질과학 분야 최고 권위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 온라인판에 게재되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이산화바나듐은 상온 근처에서 전기 저항이 급격히 변하며 부도체에서 도체로 전환되는 대표적인 스마트 소재다. 그러나 이 ‘전기적 변화’가 ‘원자 구조 변화’와 거의 동시에 일어나, 그 근본 원인이 전자의 거동(양자역학적 요인)인지 구조적 변형인지에 대해 수십 년간 논란이 지속되어 왔다.

연구팀은 세계 최고 수준의 4세대 X-선 자유전자레이저(PAL-XFEL)와 3세대 방사광가속기(PLS-II)를 결합해 이 찰나의 순간을 포착했다. 분석 결과, 인장 변형이 가해진 박막에서는 두 상전이가 수백 펨토초(1조분의 1초)의 시차를 두고 개별적으로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빛조사 이후 이산화바나듐 박막시료 구조적 상전이와 전기적 상전이 과정 모식도. 사진제공 ㅣ 포항가속기연구소

빛조사 이후 이산화바나듐 박막시료 구조적 상전이와 전기적 상전이 과정 모식도. 사진제공 ㅣ 포항가속기연구소

이번 발견의 핵심은 ‘Mott 부도체-도체 전이’의 실체를 입증했다는 점이다. 전자들의 상호작용만으로 전기적 성질이 변하는 경로가 존재함을 증명함으로써, 외부 자극(빛)을 통해 물질의 전기적 상태를 구조적 변화보다 앞서 제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특히 인장 변형을 조절해 전기적 변화의 시작 시점을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은 차세대 초고속 광소자 응용에 있어 결정적인 성과다.

천세환 박사는 “포항가속기연구소의 첨단 실험 장치들을 유기적으로 연계했기에 가능했던 연구”라며, “한국의 반도체·스마트 소재 기술과 최첨단 가속기 측정 기술이 결합하면 세계를 선도하는 시너지를 낼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가속기 지원사업과 포스텍-막스플랑크 연구소 등의 지원으로 수행되었으며,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이신범 교수팀과의 협력을 통해 고품질 박막 시료를 확보하여 성과를 완성했다.

포항 ㅣ정다원 스포츠동아 기자 localdk@donga.com


정다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