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은 연중 가장 굴이 맛있는 시기 중 하나다. 싱싱한 우윳빛 굴은 바다의 맛과 향을 가득 품고 있다.                       뉴시스

2월은 연중 가장 굴이 맛있는 시기 중 하나다. 싱싱한 우윳빛 굴은 바다의 맛과 향을 가득 품고 있다. 뉴시스




2월의 바다를 통째로 삼키는 맛, 제철 굴이 가장 농익은 순간이 바로 지금이다. 차가운 바람이 부는 계절, 바다는 가장 진한 맛을 내놓는다.

굴은 거친 생물이다. 파도에 맞서 바위에 다닥다닥 붙어 자란다. 투박한 껍데기 안에 바다 향을 가득 품는다. 고려가요 ‘청산별곡’에 굴과 조개를 먹으며 살고 싶다는 구절이 남아 있을 만큼, 굴은 오래전부터 우리 식탁에 오른 별미였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굴은 사랑받는다. 중국에서는 찜과 구이, 볶음으로 즐기고, 한국에서는 굴구이와 굴찜이 겨울 단골 메뉴다. 대만 야시장에선 케첩을 곁들인 굴전이 인기이고, 일본에선 빵가루를 입혀 튀긴 ‘카키후라이’가 대중적이다. 서양에서는 얼음 위에 올린 생굴에 레몬즙이나 와인 식초 기반 소스를 뿌려 한입에 넘긴다. 셰익스피어 희곡에서 유래한 “The world is your oyster(세상은 당신의 굴이다)”라는 표현이 영어권에 자리 잡았을 만큼 유럽인들에게도 굴은 친숙한 식재료다.

제철은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다. 특히 11월에서 2월 사이에 맛이 가장 차오른다. 찬 수온을 견디며 에너지원인 글리코겐을 축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겨울 굴은 달고 고소하다. 2월은 그 깊이가 가장 응축되는 시기다.

우리가 흔히 먹는 굴은 참굴이다. 동아시아 해안에 널리 퍼져 있고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종이다. 유럽에서 전통적으로 먹어온 유럽납작굴은 오스트레아(Ostrea)속에 속한다. 서해안에서 볼 수 있는 토굴과 태생굴도 이 계통에 포함된다.

종류에 따라 제철도 다르다. 바위굴은 크기가 커 고급 식재료로 꼽히며 여름이 제철이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기수역에서 자라는 벚굴은 2월에서 4월 사이 맛이 오른다. 껍데기만 20cm 이상 자라는 대형 굴로, 일반 굴보다 비린 맛이 덜하고 식감이 부드럽다고 알려져 있다.

경남 남해군 삼동면 인근 갯벌에서 주민들이 굴을 채취하고 있다.     뉴시스

경남 남해군 삼동면 인근 갯벌에서 주민들이 굴을 채취하고 있다. 뉴시스

자연산과 양식 굴은 외형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자연산은 조수간만 차로 물에 잠겼다 드러나기를 반복하는 동안 껍데기에 물결 무늬가 생긴다. 양식 굴은 바닷속에서 자라 비교적 일정한 타원형을 띠며 크게 자란다. 양식이 무조건 맛이 덜할 것이라는 선입견은 버릴 때가 됐다. 서해안처럼 조수간만 차가 큰 지역에서 키운 굴은 양식이라도 단단하고 향이 깊다.

굴은 좌우 패각 모양도 다르다. 바위에 붙는 왼쪽 패각은 불룩하고 크며, 덮개 역할을 하는 오른쪽 패각은 납작하다. 이런 구조 덕분에 거친 바다 환경에서도 살아남는다.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안전과 위생이 먼저다. 굴은 겨울철 노로바이러스와 함께 언급되는 식재료다. 단순 세척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70도에서 5분 또는 100도에서 1분 이상 가열해야 바이러스가 사멸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면역 저하자와 고령자, 어린이는 85도 이상에서 1분 이상 가열할 것을 권고한다. ‘가열 조리용’ 표시가 있는 제품은 반드시 충분히 익혀야 한다.

굴을 가장 편하게 즐기는 방법은 굴구이나 굴찜이다. 껍데기째 숯불이나 찜기에 올려 입이 벌어질 때까지 익히면 된다. 초장에 살짝 찍어도 좋고, 아무 양념 없이 바다 향을 그대로 느껴도 괜찮다.
굴전도 좋다. 소금물에 헹군 굴에 밀가루와 달걀을 입혀 노릇하게 부치면 비린 향이 줄고 고소함이 살아난다. 아이들이나 생굴을 어려워하는 이들에게 적합하다.

굴국이나 굴국밥은 겨울철 대표 보양식이다. 끓는 물에 오래 두지 말고, 살이 통통해질 정도로만 익히는 것이 좋다. 타우린 성분이 국물에 녹아 시원한 맛을 더한다.

생굴을 즐기려면 무엇보다 신선도가 중요하다. 껍데기가 단단히 닫혀 있고 냄새가 과하지 않은 것을 고른다. 맹물에 오래 씻기보다는 소금물에 가볍게 헹구는 편이 낫다. 레몬즙이나 초장을 곁들이면 풍미가 살아난다. 다만 위험군에 속한다면 가열 조리가 안전하다.

굴의 산란기는 5월부터 9월이다. 예부터 “보리가 피면 굴을 먹지 말라”는 말이 전해진다. 수온 상승과 함께 패류독소 위험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지역별 검사 결과에 따라 채취와 판매가 제한된다.

2월의 굴은 달고 진하다. 굴구이 한 점, 굴국 한 숟갈에 겨울 바다가 응축돼 있다. 다만 생으로 먹을 때는 한 번 더 생각하고, 익혀 먹을 때는 온도와 시간을 지키는 것이 기본이다. 맛과 위생을 함께 챙길 때, 제철 굴은 가장 완성도 높은 겨울 음식이 된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