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WBC 대표팀 우투수 노경은이 9일 도쿄돔에서 열린 호주전 2회를 실점 없이 막아낸 뒤 박수를 치고 있다. 도쿄ㅣ뉴시스
[스포츠동아 강산 기자] ‘이런 영 포티(Young forty)는 어떻습니까.’
제6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무대에서 활약 중인 우투수 노경은(42·SSG 랜더스)은 불혹을 훌쩍 넘긴 한국 야구대표팀 최고참이다.
노경은은 불펜투수다. 체력 부담이 큰 자리다. 나이에 따른 기량 저하를 우려하는 시선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우리 나이로 불혹이 된 2023시즌부터 리그 최정상급 불펜투수의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까지 3연속시즌 75경기 이상 등판해 30홀드 이상을 수확했다. 2024(38홀드), 2025시즌(35홀드) 홀드왕도 그의 몫이다.
한번 바닥을 찍고 정점으로 올라선 사례다. 14경기에서 3승5패, 평균자책점(ERA) 7.35의 성적을 남긴 2021시즌이 끝나고 롯데 자이언츠의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2022시즌에 앞서 입단 테스트를 거쳐 SSG 유니폼을 입고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 시즌 직구 평균구속이 146.2㎞로 10경기 이상 등판한 SSG 투수 전체를 통틀어 5위다. 그보다 빠른 직구 평균구속을 기록한 국내 투수는 이로운(147.7㎞), 조병현(147.5㎞)이 ‘유이’했다.
태극마크를 달고도 가치를 입증했다. 특히 한국이 2009년 이후 17년만에 8강 진출을 확정한 9일 본선 1라운드 C조 호주전(도쿄돔)서 2번째 투수로 나서 2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선발투수 손주영(28·LG 트윈스)이 팔꿈치 통증으로 일찍 마운드를 떠난 변수를 지운 데는 노경은의 공이 절대적이었다.

한국 WBC 대표팀 우투수 노경은이 9일 도쿄돔에서 열린 호주전 2회말 로비 퍼킨스의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잡아낸 뒤 포효하고 있다. 도쿄ㅣ뉴시스
멀게만 느꼈던 태극마크를 달고 마운드에 오른 것도 벅찬데, 2009년 이후 없었던 WBC 8강 진출에 직접 공헌했다. 어찌 보면 야구 인생 최고의 순간일 터다.
아무런 노력 없이 이뤄진 게 아니다. 노경은은 누구보다 자기관리에 철저하다. 나이에 따른 기량, 신체 기능 저하가 다른 세상 얘기인 이유다. 원정경기를 마치고 복귀한 뒤에도 트레드밀에서 유산소 운동을 마친 뒤 귀가하고, 식단도 철저하게 관리한다. “새벽에 도착해서 운동을 하지 않으면 그게 더 스트레스”라며 자신을 채찍질한다.
또 근력 운동을 할 때도 부상에 노출되지 않도록 지나치게 많은 무게를 들지 않고, 관절의 움직임까지 신경 쓴다. 충분한 골격근량을 유지하면서도 유연성이 떨어지지 않은 비결이다. 호주전 2회말 로비 퍼킨스의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직접 잡아낸 반사신경도 여기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 포티’는 기본적으로 젊고 건강한 마음가짐을 유지하는 40대를 칭하는 단어다. 조롱의 의미로 비치기도 하지만, 노경은은 그 인식을 바꾸고도 남을 만큼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무엇보다 나이가 들어가는 베테랑 선수들은 물론 국민들에게도 확실한 메시지를 던졌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노력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 적어도 노경은 앞에선 영 포티를 무시할 순 없을 듯하다.

한국 WBC 대표팀 우투수 노경은(오른쪽)이 9일 도쿄돔에서 열린 호주전에서 이정후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도쿄ㅣ뉴시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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