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6년 강릉 잠수함 침투때 유일 생포 이광수씨 인터뷰
2005년 이광수 씨가 경남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을 때의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김정일 지시받은 정찰총국
6개월 정도 훈련 뒤 침투
어떻게 침투했을까
잠수함 모선 탑재 대신
남포-비파곶서 발진한듯
北‘연어급 잠수정’ 없다는데…
대-중-소-극소형으로 분류
300t급 이하 ‘소형’ 직접 봤다
“천안함 침몰 소식을 들었을 때 북한임을 직감했다. 어뢰에 1번이라고 안 쓴다고 하는데 내가 북한에서 어뢰를 분해 수리할 때 번호를 붙였다.”
1996년 9월 강원 강릉 잠수함 침투사건 당시 무장간첩 26명 가운데 유일하게 생포된 이광수 씨(45)는 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천안함 폭침사건이 날조됐다는 북한 주장은 엉터리”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씨와의 문답.
―천안함이 북한 잠수함 공격으로 침몰했다고 보는 것이 맞나.
“당연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를 받은 정찰총국이 한 것이라고 본다. 해군은 전면전을 할 때 임무를 받아 움직이고, 장비나 훈련에서 정찰총국을 따라가지 못한다. 정찰총국이 새롭게 성과를 내기 위해 저지른 것이다. 지난해 11월 대청해전 때 당한 것을 이번에 과시(보복)하려고 준비해서 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합동조사단이 명백한 증거라고 밝힌 어뢰에 새겨진 ‘1번’을 두고 논란이 많은데….
“북한에서는 어뢰를 손수 정비한다. 정비하기 위해 분해하면서 (조립 때 혼선을 막을 목적으로) 1, 2, 3번 등 번호를 적는다. 어뢰 뇌관도 그렇게 한다. 분실이나 다른 어뢰 부품과 혼동을 막기 위한 것이다. 내가 어뢰를 오래 다뤘기 때문에 잘 안다.”
이 씨는 북한에서 잠수함을 14년간 탔다고 한다. 17세부터다. 조타수와 수뢰수(어뢰를 다루고 장전하는 병사)로 근무했다는 것. 수뢰수는 한 잠수함에 수뢰조장과 수뢰분조장, 수뢰수상급수 등을 포함해 8명이 탄다고 그는 설명했다.
―북한은 연어급 잠수정이 없다고 주장하는데….
“로미오급, 상어급, 연어급, 유고급이라고는 안 하고 톤(t)수에 따라 대형 중형 소형 극소형으로 분류한다. 1000t급 이상은 대형, 300t급 이상은 중형 하는 식이다. 북에 있을 때 소형 잠수함을 직접 봤다. 잠수정 편제에는 4, 5, 11전대가 잠수함 전대다. 각각의 잠수함은 1, 2, 3호 등으로 ‘호’자를 붙인다.”
―일각에서는 1번이라고 적힌 어뢰가 천안함을 공격한 것이라는 증거는 없지 않으냐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의 연습용 어뢰 파편이 남으로 떠내려 왔을 가능성은….
“선박처럼 부피가 큰 것은 몰라도 무기 잔해 등은 펄에 박혀서 잘 움직이지 않는다. (잔해가 발견된) 그 해역에서 발사된 것으로 본다. 발사한 지 오래됐다면 부식이 심했을 텐데 이번 것에는 부식이 없었다.”
―1번이라는 글자가 그대로 남아 있는 이유는….
“밖(공기 중)에서 터진다면 타서 없어지겠지만 물속에서는 폭파되더라도 열 전달이 잘 안돼 남은 것으로 생각한다.”
―북한이 무모하게 공격을 감행한 이유는 뭐라고 보나? 보복을 예상할 수도 있을 텐데….
“은밀하게 공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 한미 양국의 사전 감지능력을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로미오급(대형) 잠수함이 아니면 수상 함정이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번 잠수함은 어디서 출발한 것으로 보이나.
“모선에 탑재해 동해에서 올 수도 있지만 이번에는 그게 아니라 평안남도 남포나 황해남도 비파곶 11전대에서 발진했다고 본다.”
1996년 9월 이광수 씨를 비롯한 무장간첩 26명을 태우고 강원 강릉시 강동면 안인진리 해안으로 침투했던 북한 잠수함. 동아일보 자료 사진
“정찰국장이 지시를 내렸을 것인데 김정일에게 ‘이런 임무 수행하겠다’고 보고하고 임무를 하달 받으면 훈련을 한다. 조류와 바다 상황 등을 파악하고 잠수함 타는 사람들 훈련을 시키려면 6개월 정도가 필요하다.”
―북한은 연어급 잠수정이 없다며 합동조사단 발표를 반박했는데….
“당연하다. 북한에는 상어급 연어급 유고급 같은 명칭이 없다. 그건 남한에서 크기에 따라 붙인 이름이니까.”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를 믿나.
“이해가 다 간다. 전문가뿐 아니라 잠수함 타는 사람들은 다 이해할 것이다. 의혹을 제기하는 일부 인사들 언급을 보면 무슨 생각을 가졌는지 모르겠다.”
―북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나.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는 대로 하면 좋을 것 같다.”
―14년간 남한 생활은….
“좋다. 여기서는 사실 너무 자유롭다. 이북에서는 자유의 소중함을 잘 모른다. 이런 세상도 있구나 싶다. 북한도 이런 생활 누렸으면 좋겠는데 체제상 어려울 것이다.”
부인, 두 딸과 경남 진해시에서 살고 있는 그는 해군 ‘이충무공리더십센터’에서 안보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군부대, 기관 단체를 대상으로 한 특강이 주요 업무. 그는 “귀순 당시에는 술, 담배도 제법 했으나 최근 술을 줄이고 담배도 끊었다”고 밝혔다.
2005년 여름 경남대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그는 당시 이 대학 북한대학원대에 다니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북한대학원대가 서울에 있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학업을 잇지 못하고 있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며 “(북에서 온 사람으로서) 천안함 때문에 미안하기도 하고…”라고 언급했다. 2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 대해서는 “마음에 둔 사람(후보)이 있는데 투표해야죠”라고 말했다.
진해=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