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의사, 튀르키예서 뇌출혈 증세에도 지진난민 진료

입력 2023-03-20 1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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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현지에서 의료봉사 중인 오무영 과장의 모습. 사진제공ㅣ온종합병원

의료전문채널 ‘ONN닥터TV’ 방송 녹화 중 알려져
오무영 온종합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수술 후 회복
70대 의사가 튀르키예 대지진 현장에서 뇌출혈 증세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이재민 진료봉사활동을 벌였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해당 의사는 귀국 즉시 뇌수술을 받았고 조만간 진료현장으로 복귀할 수 있게 됐다.

20일 국제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재단(이사장 정근)에 따르면 지난달 17~24일 안타키아 등 튀르키예 대지진 현장에서 긴급 의료봉사 활동을 펼쳤던 오무영 온종합병원 호흡기알레르기센터 센터장이 봉사 도중 뇌출혈 증세 속에서도 진료를 해왔다고 밝혔다.

오 센터장의 요청으로 비밀에 붙여오다가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 녹화 촬영 도중 함께 갔던 동료의사에 의해 뒤늦게 알려졌다.

온그룹의 의료전문채널 ONN닥터TV는 지난 17일 오후 대지진으로 고통받는 튀르키예를 돕기 위해 한 달 전 튀르키예 현지에서 봉사활동을 펼쳤던 ‘그린닥터스 튀르키예 지진봉사단’을 초청해 토크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날 방송에 출연한 김석권 온종합병원 성형센터 센터장이 ‘의사 한 분이 봉사 도중에 다쳤다는 이야기가 사실이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봉사 닷새째 같은 방을 사용하던 오무영 센터장이 머리가 몹시 아파 진통제를 먹었으나 가라앉기는커녕 어지럼증까지 동반된다고 호소해 직감적으로 뇌출혈이나 뇌경색을 의심했다”고 말했다.

김석권 센터장에 따르면 봉사단은 오 센터장의 증상이 예사롭지 않다고 판단하고 현지 튀르키예병원에서 진료받으려다가 증세가 크게 호전돼 입원 치료를 포기하고 예정대로 봉사일정을 마무리했다는 것이다.

오 센터장은 귀국 즉시 온종합병원 뇌혈관센터에서 검사한 결과 출혈로 인해 뇌 속에 상당량의 피가 고여 있는 것을 확인했고 수술을 통해 조만간 진료현장으로 복귀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린닥터스재단은 지난달 17~24일 아다나, 안타키아 등 튀르키예지진 현장에서 이재민 500여명을 긴급 진료했으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인 오무영 센터장은 피부병이나 소화기계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는 어린이나 10대 청소년들을 주로 돌봤다.

오 센터장이 이번 그린닥터스의 튀르키예 지진 봉사단에 참여한 데에는 월남가족으로서 오래전 한국전쟁에서 우리나라의 자유를 지키려고 피 흘린 튀르키예에 보은하려는 마음이 컸다고 한다.

정근 이사장은 “평소 봉사정신이 투철한 오무영 센터장은 아픈 사실을 동료들에게 알리지 않았고 끝날 즈음 이를 안 15명 대원 모두 남은 일정 내내 가슴 졸이면서 이재민을 돌봤다”며 “경각에 처한 자신의 목숨을 돌보기보다는 지진 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먼저 챙기려는 오 센터장의 따뜻한 마음은 국적이나 종교 등을 떠나서 많은 사람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스포츠동아(부산) | 김태현 기자 localbu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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