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재 포항 스틸러스 수석코치가 ‘스틸러스 리그 4위, ACL 16강행 기념 인터뷰’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 사진ㅣ정다원 기자

김성재 포항 스틸러스 수석코치가 ‘스틸러스 리그 4위, ACL 16강행 기념 인터뷰’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 사진ㅣ정다원 기자




FC서울부터 포항까지… 15년 넘게 K리그 내공 쌓아온 베테랑 수석코치
2000년 K리그 우승 멤버 출신, 선수 경력까지 갖춘 ‘현장형 지도자’
국내와 중국 구단 경험을 거친 전술 이해도와 적응력 ‘준비된 감독의 역량’
K리그1 4위. 올 시즌 포항 스틸러스가 손에 쥔 성적표다. 박태하 감독 체제 첫 시즌의 6위보다 2계단 점프했다. 시즌 초 최하위까지 내려앉았지만, ‘무소의 뿔처럼’ 뚜벅뚜벅 진격하더니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4위를 꿰찼다. ACL2 조별리그 16강 진출에 성공, 겹경사까지 누렸다. 감독과 코치진들, 구단과 선수들의 활약으로 함께 거머쥔 결과다.

올 시즌 포항의 ‘오늘’은 빛났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는 포항의 ‘내일’에 더 주목한다. 주력 선수들의 복귀와 유망주의 재발견, 박태하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비전과 리더십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때론 윤슬처럼, 때론 볕뉘 같은 리더십으로 선수단을 이끌고 있는 김성재 수석코치에게 주목한다. 김 수석코치를 만나 포항의 오늘과 내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포항 스틸러스가 이번 시즌 K리그1 4위로 마감했다.

“4위란 성적이 어떻게 보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위치이기도 하고, 반대로 과분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포항에 온 지 2년가량 지켜보며 느낀 건, 이 팀은 단순한 운으로 상위권을 유지하는 팀이 아니라는 점이다. 감독, 구단과 선수들, 코칭스태프 모두가 서로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김 수석코치는 ‘좋은 성적’의 공은 박태하 감독의 덕이라고 했다. “감독을 보좌하는 코치의 입장에서 봤을 때, 박태하 감독님께서 엄청난 노력을 하신다”고 말을 꺼낸 뒤 “4위라는 결과는 그냥 얻어진 게 아니라, 믿음과 동료애가 있었기에 가능한 성과라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면, 이 정도의 노력이면 더 높은 곳으로도 충분히 갈 수 있는 자원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순위를 떠나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마음 깊이 만족한다”고 했다.

- 현재 ACL도 순항 중이고 26-27 ACL도 엘리트 티켓을 획득했다. ACL2도 조별 예선 1경기를 남겨놓고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ACL은 저희에게 단순한 국제대회 참가가 아니라, ‘결과’가 요구되는 무대다. 이번에 그 자격을 얻은 것 자체가 하나의 선물이라 생각하지만 만족할 수는 없다. 지금부터 훨씬 더 ‘핫하게’,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고 본다. 내년 ACL 티켓을 위해 플레이오프를 치르지만, 그 이상을 노린다면 지금부터 스쿼드 보강과 전술 준비가 필수다.”

그는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도 소프트하게 소개했다. “ACL이 추춘제로 바뀐 대회 구조로 스쿼드 구성이나 전략 변화는 불가피하지만, 구단과 감독님, 코치진 모두 그 부분에 대해 이미 많은 고민을 기울이고 있다”며 “물론 어떤 조합이 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지만, 저는 ‘포항의 문화’, 즉 우리가 가진 팀의 DNA와 끈끈한 단합이 있다면 어떤 스쿼드라도 충분히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믿는다. 무엇보다 내년 ACL2, 16강 진출이라는 우리가 이미 이룬 위치에서, 더 높은 곳을 향해 마무리하고 싶다. 겨울 동안 선수들과 함께 단단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 지도자로서의 향후 목표와 방향은.

“지도자는 ‘코치로 시작하지만, 마지막은 감독’이라는 말이 있듯, 최종 목표는 감독이다. 15년 넘게 코치 생활을 하면서 정말 많은 걸 배웠고 다양한 경기, 리그, 여러 팀을 겪으면서 ‘감각’과 ‘경험’을 탄탄히 쌓았다. 그럼에도 포항에 와 보니 아직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부분이 정말 많았다. 감독님으로부터 배워야 할 것, 구단과 선수들과 함께 팀을 맞춰가는 법, 구단 문화 속에서 조화를 이루는 법까지… 그런 과정을 겪다 보니, 아직은 좀 더 기다리고 쌓아가면서 포항에서 더 오래, 더 많이 배우고 단단해지고 싶다.”

사실 김 수석코치는 잘 알려진 ‘검증을 마친 지도자’다. 1999년 안양LG(현 FC서울) 프로로 데뷔해 2006년 경남FC, 2007년 전남 드래곤즈 등 다양한 K리그 정상권 구단에서 미드필더로 활약하며 2010년부터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015년 수석코치로 승진해 대한축구협회 FA컵 우승에 공헌했으며, 2016년에는 FC 서울에서 1군을 이끄는 감독대행, 중국슈퍼리그 유스팀 감독을 맡았다. 이후 여러 팀에서 선수와 지도자 생활을 두루 거치며 축적한 현장 감각과 리그 경험으로 2024년 포항 스틸러스 수석코치로 부임했고, 이번 시즌 ACL 도전이라는 새로운 장을 열었다.

김성재 포항 스틸러스 수석코치가 ‘스틸러스 리그 4위, ACL 16강행 기념 인터뷰’가 끝난 후 미소 짓고 있는 모습. 사진ㅣ정다원 기자

김성재 포항 스틸러스 수석코치가 ‘스틸러스 리그 4위, ACL 16강행 기념 인터뷰’가 끝난 후 미소 짓고 있는 모습. 사진ㅣ정다원 기자


- 포항 스틸러스라는 팀의 매력과 강점은 무엇인가.

“포항은 정말 묘한 팀이다. 흔히 말하는 경쟁 구도, 시기나 질투보다는 ‘응원과 격려’, 즉 서로를 향한 존중이 훨씬 많은 묘한 힘이 있는 팀이다. 똑같은 포지션의 선후배가 있을 때도, 질투나 배척이 아니라 오히려 박수를 보내주는 그런 단단함이 있다. 저는 그 힘이야말로 포항이 꾸준히 성적을 내는 비결이라고 믿는다. 박태하 감독님을 보면 ‘부드러움 속의 강함’을 배운다. 그 철학을 배우고 흡수하며 선수들이 자신 있게 뛰고, 구단과 코치진이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게 조직을 더 공고히 만들고 싶다. 앞으로도 포항은 잘 될 수밖에 없다고, 그렇게 믿는다.”

- 올해 포항을 응원해 준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매 시즌 팬들이 있었기 때문에 선수들이 뛸 수 있었고, 그 응원과 열정이 우리에게 정말 큰 힘이다. 경기장에서 ‘포항 스틸러스는 영원히 강하다’는 구호가 터질 때마다 정말 가슴이 짜릿하다. 강하다는 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팬 여러분들과 우리가 함께 있다는 의미이다. 팬 여러분이 있기에 포항은 영원히 강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 응원을 원동력 삼아, 박태하 감독님을 중심으로 저와 선수들 모두 겨울 동안 착실히 준비하고 훈련해서 다음 시즌에는 더 많은 웃음을 드리고, 더 많이 박수받을 수 있는 경기를 보여드리겠다.”

김 수석코치의 말엔 자신감이 넘쳤다. ‘포스코의 철강’처럼 힘이 실려 있었다. 그가 제련하는 ‘STEEL STRONG’(철은 강하다)이 어디까지 갈지 관심을 끌고 있다.

포항ㅣ정다원 스포츠동아 기자 localdk@donga.com


정다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