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노동조합 포항공과대학교지부, 개인 변호사비 ‘노조비 지급’ 논란 확산

포항공대 전경. 사진제공ㅣ포항공대

조합원 “외부 감사 필요”… 지부장 “조합원 보호 차원” 해명

전국대학노동조합 포항공과대학교지부(이하 포항공대지부)에서 조합비가 특정 조합원의 개인 형사 사건 변호사비로 사용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포항공대지부 조합원의 대다수는 국가 대형 연구시설인 포항 가속기연구소 직원들로 구성돼 있으며, 연구소는 매년 수천억 원의 국가 연구예산이 투입되는 공공기관이다.

노조 지부장 A씨가 조합원 B씨의 업무와 무관한 형사 사건에 대해 변호사비 660만 원을 노조비로 지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내부에서는 “전례 없는 회계 농단”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내부 문건과 다수의 조합원 증언에 따르면, 변호사비 지출 과정에서 운영위원회 의결 등 필수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한다. 조합원들은 “지부장이 노조를 사조직처럼 운영하며 회계를 독단적으로 진행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 조합원들은 지부장이 조합원인 B씨를 지속적으로 비호해 왔다고 주장하며, “지부장 개인의 이해관계가 개입된 것 아니냐”, “특정인을 보호하기 위해 조합비를 유용한 것 아니냐” 등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배임성 지출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조합원들은 이번 사건을 ‘빙산의 일각’으로 규정하며 외부 회계감사 도입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노조 역시 “일정 수준의 공적 감시를 벗어날 수 없다. 국가기관 산하 연구시설 노조가 사적으로 회계를 사용한 것은 단순 내부 문제가 아니라 공공성 훼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노조 회계 전문가들 또한 “회계 규정이 이 정도로 허술했다면 다른 지출 내역에서도 심각한 하자가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표했다.

지부장 A씨는 “개인적 사안으로 볼 수도 있지만, 본인은 조합원 문제라고 판단해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라며 “과거에도 유사 사례가 있었고 지금처럼 처리했다. 해석의 차이지만 향후 관련 보완 규정을 개정해 진행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이번 사안은 명백한 절차 위반이며 조합비 유용 문제는 반드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며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사안은 포항 가속기연구소가 최근 겪은 여러 논란과 맞물리며 조직 신뢰도에 더욱 타격을 주고 있다. 연구소는 △소장의 채용 내정자 절차 변경 지시 의혹 △방사광가속기 고장 은폐 논란 △10억 원 규모 통합운전실 미활용 문제 등이 잇따라 제기돼 소장이 해임되는 등 혼란이 이어진 상황이다.

포항ㅣ정다원 스포츠동아 기자 localdk@donga.com


정다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