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 중앙동 시계수리점 표준당을 운영했던 정현숙 사장의 젊은 날의 모습. 사진제공=독자제공

순천시 중앙동 시계수리점 표준당을 운영했던 정현숙 사장의 젊은 날의 모습. 사진제공=독자제공




표준당 정현숙 장인, 영원한 안식에 들다
1970년대부터 묵묵히 시계 고치며 지역민 삶 다독여
작은 돋보기 너머 인심과 온정
순천 중앙동의 낡은 골목 한 켠, 반세기 동안 ‘째깍’ 소리를 내며 순천의 시간을 담아왔던 시계 수리점 ‘표준당’이 깊은 침묵에 잠겼다.

지난 10월 21일, 이곳을 반평생 지켜온 시계 장인 정현숙 사장(향년 80세)이 지병으로 영원히 눈을 감으면서다.

가게 안에는 다시 살아나지 못할 운명을 아는 듯, 정 사장의 손길이 머물렀던 작은 시계들이 외로이 놓여 있다.

1970년대 초부터 이곳을 지켜온 그는 시계를 고치는 일이 곧 사람의 마음을 고치는 일임을 알았다.

외눈 돋보기를 끼고 고장 난 작은 부품을 들여다볼 때, 그는 손님의 멈춘 인생까지도 함께 들여다봤다.

“괜찮아요, 다 지나가요”라며 낡은 시계와 함께 손님의 상처받은 마음까지 고쳐주던 그의 인심은 표준당을 단순한 수리점이 아닌, 따스한 지역의 사랑방으로 만들었다.

몇천 원짜리 건전지 교체에도 “그냥 가세요”라며 손사래 치던 그의 온정은 중앙동 상인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인근 상인들은 “매일 아침 밝게 인사해주시던 그분의 웃음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며 슬픔을 전했다.

정현숙 사장의 별세는 한 장인의 죽음을 넘어, 순천의 한 시대가 저물었음을 의미한다.

그의 손끝에서 다시 태어난 수많은 시계들이 지금도 순천 시민들의 삶 속에서 조용히 흐르고 있듯, 그의 따뜻한 마음과 삶은 지역민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이다.

순천|박기현 스포츠동아 기자 localhn@donga.com


박기현 기자